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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0.1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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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북한의 핵실험과 대응방안

 

지난 10월 9일의 북한핵실험으로 인하여 또 한 번 세계가 발칵 뒤집히고 있다. 금방이라도 핵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하여 대북제재에 대한 협상에 돌입하였다. 일본도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와는 별도로 독자적인 추가제재에 나서 북한 선박의 입항을 전면 금지하고, 북국적자 입국도 불허하기로 결정하였다. 미국은 군사제재까지도 가능한 유엔헌장 제7장이 포함된 제재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는 강경의견을 내놓았고 러시아와 중국이 소극적으로 반대하고 있어, 유엔안보리의 결의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 빌미를 주지 않도록 유의할 일이다.


참으로 신기한 것이, 이렇게 세계는 금방이라도 핵전쟁이 발발할 것처럼 우려하고 있는데, 북한이 지척인 우리들은 라면 등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사람 하나 없이 일상이 평온하다는 점이다. A매치 국가대항전 가나와의 축구평가전이 열리고, 시리아와의 아시안컵 최종 예선전이 평화롭게 개최되고 있고, 여전히 붉은 악마의 함성이 천지를 진동시키고 있다. 전혀 일상에 동요가 없는 국민들이 안보불감증인지 아니면 북한의 핵실험 정도를 우습게 여길 만한 국가의 경제력과 대북억지 군사력을 신뢰하는 것인지 헛갈리지만, 나는 후자 쪽이라고 믿고 싶어진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 앞에서도 우리가 담대해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의 대북전략은 실패했다. 클린턴 정부가 마지막까지 시도하던 북미간의 직접 대화채널을 부시 정부가 접는 순간부터 어쩌면 오늘의 결과가 예견되었는지도 모른다. 옛말에 답답한 놈이 샘 판다는 말이 있다. 목마른 놈이 목을 축이기 위해서 샘을 파는 것이다. 궁하면 쥐가 고양이를 문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어린 시절에 쥐가 고양이에게 달려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진 쥐가, 그 쥐는 상당히 덩치가 큰 편이었는데 실제로 고양이에게 죽자 살자 달려드니 고양이가 움찔 하는 것이었다. 손자병법에도 도망갈 길을 남겨 놓고 적을 공격하라고 되어 있다. 퇴로가 차단된 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처절하게 반항하는지, 그 때의 반탄력을 완화시키려는 고도의 병법이다. 오죽하면 배수의 진을 치고 방어에 나서기까지 하겠는가?


미국은, 부시 정권은 철저하게 북한을 무시해왔다. 북한이 북미 직접협상을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수없이 요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를 묵살하기만 했다. 오히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여 금융자산을 동결하고, 북한이 밖으로 성장해 나가지 못하도록 억제정책에 매달려왔다. 북한을 자꾸 퇴로가 차단된 쥐 꼴이 되도록 힘을 우위에 둔 압박정책을 강화해 온 것이 사실이다. 결국 숨통이 막히게 된 북한은 최후의 카드로 핵실험이라는 경천동지의 독자적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 순간, 북한의 핵실험 앞에서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거나 포용정책을 계속 수립해 나가야 한다는 말을 하는 자는 역적이 될 듯한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하지만 지난 1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남대학교 학생들의 초청강연에서 햇볕정책 실패론에 대해 “해괴한 이론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를 해야지 햇볕정책을 공격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미국에 일침을 가하는 소신발언을 하였다. 또한 “부시 정권은 북한의 요구를 외면하다가 오늘의 결과를 가져왔으며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노릴 것이 아니라 주고받는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도 강변했다.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미국은 계속하여 북한제재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무력제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라이스 미국무부장관은 연일 발표한다. 해상봉쇄를 포함한 경제 제재를 통해 북한 정권을 고사시키겠다는 정책을 밝힌 것이다. 미국은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과 직접 대화하자니 자신들의 정책 오류를 시인하는 것이 되어 대국으로서의 미국 체면이 손상될 것이 뻔하니 결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이제 핵무기까지 소유하게 된 북한을 상대로 전면전을 치르게 되면 그 후폭풍의 결과가 두려우니 더더욱 무력제재를 가하는데 망설일 수밖에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지게 되었다. 그 결과로 우리 남한 정부와 국민들만 더욱 당혹스럽게 되었으니 이는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눈썹이 타고 있는 것처럼 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대북전쟁억지력은 지금의 군사적 힘으로도 충분하다.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60만 정예의 국군이 있으며, 현대화된 군사 장비가 갖추어져 있으니 말이다. 우리 남쪽이 북한에 비해 다섯 배 이상의 군사비를 매년 지출하고 있음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윤광웅 국방부장관이 발표한 것처럼 미국의 핵무기가 가까운 곳에 있으니 유사시에 지원받을 수도 있다는 말은 북한에 큰 위협으로 들릴 것이다.


우리는 칼이라는 객관적 현상을 두려워할 일은 아니라고 배웠다. 주부가 사용하면 맛있는 요리가 만들어지고, 학생이 연필을 깍고, 나무를 베고... 얼마든지 좋은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그렇지만 강도의 손에 들리게 되면 이는 흉기이고, 인명살상의 도구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칼을 든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지, 칼 자체를 죄악시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북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호전적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대조영과 연개소문 등의 연속극이 방영되고 있는 현실에서, 북한 사람들은 그 먼 뿌리가 고구려족으로서 대륙과의 항전을 계속해온 자주성이 강한 피를 물려받은 것 또한 사실이다. 신라 쪽이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외세의존적이 되거나 제 살 파먹는 결과를 낳기도 하면서 실리를 취해온 것과는 달리 고구려는 정복하거나 아니면 멸망하는 쪽을 택하는 자주성이 강한 의식을 은연중에 체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유사시에 철저하게 대비하면서, 칼 든 강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 북미간의 직접대화를 포함한 우리 정부의 다각적 외교 노력을 기대해본다. 핵을 보유한 나라는 지금 모두 군사강국임을 볼 때 어쩌면 우리도 핵개발을 심중히 고려해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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