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49)-통신매체이용음란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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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49)-통신매체이용음란죄
  • 신종범
  • 승인 2024.03.2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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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법무법인 태일
신종범 변호사/법무법인 태일

“이런 것도 통매음에 해당되나요?”, “통매음으로 고소 당했습니다”, “통매음 헌터에 당한 것 같아요”... 흔히 접하게 되는 법률상담 글이다. ‘통매음’이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서 처벌하고 있는 ‘통신매체이용음란행위’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상담글의 내용을 보면, 오픈채팅이나 랜덤채팅을 하면서 음란한 내용의 글이나 은밀한 신체 부위 사진을 올렸거나, 인터넷 게임을 하면서 채팅창에 성적인 의미가 담긴 욕설을 해서 고소를 당했거나 당할 위험에 처했다는 내용이 많다. 개중에는 상대방이 먼저 신체의 일부를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주었더니 ‘통매음’으로 고소한다고 하면서 합의금을 요구한다는 내용도 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성폭력처벌법」제13조에서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판례는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반하여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그림 등을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접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성적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인격권의 보호,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 확립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라고 한다.

이처럼 성적자기결정권과 인격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명예훼손죄’, ‘모욕죄’ 등과 달라서 범죄의 구성에 ‘공연성’이나 ‘특정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보니 일대일이든 다수이든 상관없이 인터넷에서 성적인 발언을 하였다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문제될 수밖에 없다. 실제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규정된 이후 꾸준히 사건 접수가 이루어지고 있고,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요즘에도 법률상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에서의 성적인 발언 등이 ‘통신매체이용음란죄’를 구성하는지는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었는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지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판례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는지 여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행위의 동기와 경위, 행위의 수단과 방법, 행위의 내용과 태양, 상대방의 성격과 범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하면서, “‘성적 욕망’에는 성행위나 성관계를 직접적인 목적이나 전제로 하는 욕망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포함된다. 또한 이러한 ‘성적 욕망’이 상대방에 대한 분노감과 결합되어 있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보고 있다.

나아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은 피해자에게 단순한 부끄러움이나 불쾌감을 넘어 인격적 존재로서의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끼게 하거나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서 사회 평균인의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의 유발 여부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함이 타당하고, 특히 성적 수치심의 경우 피해자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여 그 유발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한다.

이처럼 판례가 어느 정도의 기준을 제시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어느 경우에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적용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거의 유사한 사례임에도 수사기관에 따라 송치나 기소 여부가 달라지고 법원의 판단까지도 다른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다만,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시행 초기와 달리 최근 법원에서는 성적인 발언을 하였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이 있었다고 증명할 수 없다고 하거나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범죄 성립을 부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판례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성립을 제한하는 경향이라고 하더라도 그 규정 내용이 광범위하여 언제든지 처벌의 위험성은 존재하고, 이를 악용하여 채팅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일부러 성적인 발언을 유도하여 이를 빌미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이른바 ‘통매음 헌터’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익명성에 숨어 무분별한 표현을 마음대로 했다가는 합의금 요구에 시달리거나 어느 순간 피고소인이 되어 있을지 모를 일이다.

신종범 변호사/법무법인 태일
http://blog.naver.com/sjb629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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