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354)-희망 못 주는 선거, 우울한 국민
상태바
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354)-희망 못 주는 선거, 우울한 국민
  • 강신업
  • 승인 2024.03.29 10:2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대한민국 국민은 선거 때면 우울하다. 투표가 민주 국민의 의무니 어쩌니 하는 소리를 들으면 밥맛도 떨어진다. 대한민국에서 언제부터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무덤이다. 뽑아봤자다. 당선자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대표하리라 기대하지도 않는다. 국민은 선거 때만 잠시 나라의 주인일 뿐이다.

혹시 이번엔 다를까? 하지만 매번 역시다. 공천은 공천대로 선거는 선거대로 양아치 모리배들의 각축장일 뿐이다. 공천이나 선거나 혼돈 상태에서 불나방처럼 한탕 권력을 노리는 모리배들의 이합집산의 장이다. 1심에서 실형 2년, 2심에서 실형 2년을 선고받은 조국이 당을 만든 건 코미디 중의 코미디다. 조국혁신당의 출현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심리적 내전’ 상태다. 국민은 갈가리 찢겼다. 이 국면에서 승패는 이차적이다. 어느 쪽이 승리해도 대한민국 정치가 국민을 섬길 가능성은 없다. 증오와 복수심으로 가득 찬 선거판에서 정치의 본령으로서의 정책 대결은 완전히 사라졌다. 국내외 여기저기서 대한민국의 망조를 예견하는 경고음이 터져 나온다. 초저출산과 인구감소, 지방소멸, 기후재앙 등 현안을 제대로 해결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의 본령을 알지 못하고 매일 쌈박질만 하는 나라에서 가령 초저출산 대책은 그저 돈 퍼주는 것뿐이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를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할 때 해결은 난무하다. 젊은이들이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물가는 치솟고 출산율은 단군 이래 최대로 떨어지고 청년 고용은 얼어붙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상대를 비난하기에 급급하다. 정부도 여당도 야당도 마찬가지다. 전부가 똑같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치이고 무엇을 위한 정치인가? 정치가 정치답지 못하고 정치인이 정치인답지 못하니 정치가 나라를 죽인다. 대한민국 이대로 망하고 말 것인가.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깊다.

정치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유와 복지의 증진에 있다. 그 때문에 개혁은 시비(是非)나 가부(可否) 또는 선악(善惡)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개혁을 위한 방향성과 속도에 관한 문제다. 따라서 정치는 궁극적으로 우열(優劣)의 문제가 된다. 더 나은 방법을 찾고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정치의 본령이다. 전문적인 소양은 물론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정치적 역량이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이유다. 하지만 적임자들이 국회에서 민의를 수렴하고 정책을 개발해서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이 부재한 정치가 국민의 자유를 증진하고 복지를 증대할 리 없다.

지금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개혁과제를 해결하리라는 아무런 전망도 없는 국회에 우리는 무슨 기대를 걸까? 복수하기 위해 당을 만들고 복수를 위해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나라에 희망은 없다. 새 국회는 국민의 삶과 국가의 안위를 살펴야 한다. 우리 앞에는 절체절명의 국가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에 대비한 산업 전략, 사법개혁 등 갖가지 부패개혁과 불평등 해소, 비수도권 지역의 공동화 현상과 그에 따른 인구 유출 문제 등 그 어떤 사안도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 서로 비수 같은 독설을 날리고 험담하며 싸울 시간도 아니고 게재도 아니다.

개혁은 자전거의 두 바퀴와 같다. 바퀴가 구르지 않으면 자전거는 넘어지고 만다. 중단없는 개혁만이 나라를 지탱시킬 수 있다. 우리 같이 자원이 없는 나라, 그런데 높은 국민소득을 구가한 나라가 기술력을 잃게 되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가짜가 아닌 진짜, 가심이 아닌 진심으로 국민에게 다가갈 때 비로소 개혁은 가능하다. 개혁엔 어느 나라나 행정부 최고 지도자와 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개혁을 위해 의회와의 설전을 마다하지 않았고, 오바마는 오바마케어 도입을 위해 화려한 연설로 국민을 설득하고 의회와의 토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독일 총리 메르켈은 때로는 보수 연정, 때로는 대연정을 통해 16년 동안 통일 독일을 이끌었다.

새 국회는 제발 국민을 실망하게 하지 않길 바란다. 대통령의 역할도 기대한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덕신 2024-03-31 10:54:47
법률저널 강신업 변호사님 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