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또 다른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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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또 다른 기능
  • 신희섭
  • 승인 2024.03.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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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조국혁신당이 22대 총선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한길리서치의 3월 16일~18일 여론조사에선 비례대표 지지율에서 조국혁신당이 29.8%가 나왔다. 국민의힘 비례 정당인 국민의미래 지지율인 33.6%보다는 낮고, 민주당의 비례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지지율인 17.9%보다 12% 가까이 앞선다. 두 정당 모두 긴장할 만하다.

다른 제3지대 정당들이 부진한 사이 조국혁신당이 기세를 높이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겠다. 그러나 선거판을 자극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조국혁신당은 지역에서 출마하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만을 내기 때문에 비례의석 전체 46석에서 확보할 수 있는 의석수는 제한된다. 거대 양당의 위성 정당이 없다면 준연동형비례제도 특성상 비례의석의 대부분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위성 정당이 이미 선거에 뛰어든 이상 획득할 수 있는 의석수는 제한적이다.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바로 준연동형비례제의 외부효과 즉 의도하지 않은 결과다. 새로운 정당이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선거판을 긴장시킨다. 현재 조국혁신당처럼 말이다.

제도정치이론 관점에서 보면 흥미롭다. 우선 한국에서 제도 중 가장 관심이 많은 것은 대통령제다. 유권자들이 자신은 누구를 선택하는지를 알고 선출하는 점과 대통령이라는 사람에 대해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제도에 관심이 많다. 게다가 의석 배분 방식으로 한 표라도 더 많으면 당선되는 상대 다수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권력의 향배가 명확하다. 즉 힘의 집중원리에 부합한다.

총선의 지역구선거 역시 단순다수제를 사용한다. 이 제도는 소수정당은 선거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유권자 역시 사표 방지심리가 작동해 지역 내 다수를 이루는 정당에 표를 던지기 때문에 거대 정당에 권력을 몰아준다. 역시 힘의 집중원리에 부합한다. 2004년 선거 이후 한국은 지역보다는 이념에 기반해 선거정치가 작동한다. 그 결과가 정당의 양당제다.

현재 한국은 지역주의가 약화하면서 다당제를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다만 이념적으로 보수와 진보가 갈리고 중도진영을 표방하는 정당이 중도 무당파를 흡입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다당제가 나타날 수는 있다. 하지만 중도 유권자들 역시 막판에 될 후보에 표를 던지기 때문에 제3 진영 정당이 유효정당(단순히는 교섭단체 구성) 정도의 의석을 얻기 어렵다.

복잡하니 한국정치를 정리하면 이렇다. 대통령제 + 양당제 + 단순다수제 선거제도의 조합은 원칙이 단순하다. 힘의 집중이다. 즉 대통령을 중심으로 의회까지 완전히 권력을 몰아주거나 혹은 의회는 다수의석을 야당에 몰아주어 대통령을 견제하게 한다. 복잡할 것 없이 두 가지 경우의 수다. 첫째, 권력의 최대한 집중. 둘째, 대통령과 의회의 대립.

한편 한국은 혼합형 선거제도를 사용해 정당투표를 통해 비례의원을 뽑는다. 비례대표제는 기본적으로 유럽에서 소수정당의 의석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었다.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비례대표제도가 연동형일 경우, 의석수를 늘릴 경우, 정당 진입의 최소규정을 낮추면 소수자들이 의석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준연동형을 사용하고, 위성 정당을 창당하고, 의석수는 전체 46석이고, 최소규정은 비례선거 3%나 지역구 의석수 5석으로 높다. 즉 소수자들의 이익을 반영하겠다고 제도는 도입했지만, 실제 곳곳에 장애물을 깔고 있어서 소수정당이 가져갈 몫은 많지 않다. 힘의 집중원리가 여전히 중요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준연동형대표제도를 사용해 비례 정당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정당이 높은 지지를 얻게 된 것이다.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정도의 의석을 확보해 다당제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거대 양당엔 상당한 정도의 충격을 준다. 정부평가로 여당과 당내 리더십 평가로 야당을 긴장시킨다는 점에서 그렇다.

만약 기존의 병립형이었다면 아마 이런 돌풍을 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정당의 지지도에 연동을 시키고 이 제도에 유권자가 반응한다. 게다가 이념적으로 중도진영이 아닌 민주당보다 더 혁신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선거 문법의 변화로 여당과 야당 모두 달라진 유권자들의 의사를 파악해야 한다. 극적인 게임 체인저는 아니지만, 게임의 새로운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이런 결과를 예측하고 제도를 만들지 않았겠지만, 우린 새로운 제도의 기능을 목격하고 있다. 힘의 집중원리를 견제하는.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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