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무원 면접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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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무원 면접과 AI
  • 김용욱
  • 승인 2024.03.1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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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AI에 대한 열풍이 매우 뜨겁다.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바둑에서 예상과 달리 4대 1로 이길 때에는 바둑은 잘 두지만, 사람의 자연어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ChatGPT는 그러한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엔비디아에서 생산하는 GPU의 수요가 폭증하고, 주가가 거침없이 오르더니 미국 증시에서 시총 2위인 애플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한다. AI는 화가, 디자이너, 작곡가의 영역까지 그 능력을 보여주고 있고, 이미 몇 년 전에는 ‘AI 면접’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그러면 공무원 면접에 ‘AI 면접’을 도입하면 어떨까? 인공지능은 사람이 평가하는 것보다 객관적이니, 공정성 객관성을 필두로 하는 공무원 면접에서 AI 면접은 사람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할 수 있다. 그러나 AI 면접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AI 면접은 심리검사에 가깝게 운영되고 있고,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기 전 단계의 보조적 판단 도구로 활용되는 선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일까?

면접에서 숙련된 면접관은 단순한 질문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 특히나 1인당 30분에서 40분 가까운 시간 동안 질의응답을 하는 공무원 면접 등에서는 주질문-보충질문, 탐침 질문 등으로 이어지는 질문들이 연계되어 행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장 단순한 예로 지원자에게 장점과 단점을 면접관이 묻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통상 면접자는 장점을 최대한 어필하면서 단점은 축소하거나 숨기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단점을 말할 때는 장점 같은 단점을 말하기도 하는데, 단점을 숨기고 장점을 더욱 부각하려 하기도 한다. 때로는 단점을 말하자마자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까지 한 세트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Q. 당신의 단점은 무엇인가?

A. 업무에 집중하다 보면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챙기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런 답변을 들을 때 면접관은 그 답변이 때로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답변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면접자의 경험 사례를 구체적으로 묻기도 한다. 능숙한 면접관은 면접자가 간혹 자신의 경험을 과장할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범위를 좁혀서 구체적으로 질문을 이어가기도 한다.

Q. 동료 내지 선후배 간의 갈등 상황에서 합의 내지 화해를 이끌어내기 위해 중재 조정한 경험이 있다면 말해보세요.

A. 친구들과 함께 유럽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다음 여행지를 정하는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있었습니다. (중략) 그렇게 저는 갈등을 해결하고 다음 여행지를 현명하게 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답변을 듣고 난 뒤, 면접관이 여행지가 어디였는지, 몇 명이 같이 갔는지, 어떤 관계였는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화를 했고 대안을 제시했는지 등을 꼼꼼하게 묻는 것은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이러한 질문과 답변을 통해 면접자의 답변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과정인 동시에 면접자가 말하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AI 면접관은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고 질문을 던지기 어렵다. 면접 과정에서 오가는 답변의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고, 면접자의 답변과 연결되는 추가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해하고 평가하기는 더욱 어렵다. 무엇보다도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은 조직의 전체적인 하모니나 조직에서 단기적·장기적으로 필요로 하는 성향, 역량을 고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아직은 AI가 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당신을 선발하는데 AI가 최종 권한을 가지고 신탁을 내리는 것이 가까운 시일 내에는 일어나기 어려운 이유이다. 면접관 옆에서 속삭이며 조언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citizen@hanmail.net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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