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의료인의 태아 성별 고지 금지,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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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의료인의 태아 성별 고지 금지, 위헌”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4.03.06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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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주 이전 성별고지 금지’ 의료법 20조 2항 위헌
“부모의 성별 정보 접근권과 행복추구권 등 침해”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의료인이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의 성별을 임부 등에게 알리는 것을 금지하는 의료법 20조 2항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단을 받았다.

헌재는 지난달 28일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2022헌마356)했다. 9명 전원이 해당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데 동의했으며 재판관 3명은 위헌 결정보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국회에 개선 입법 시한을 줘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해당 조항이 즉시 무효가 되면서 임신부 등이 임신 주수와 상관 없이 태아의 성별을 의료진에 문의할 수 있게 됐다.

현행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은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의 성별을 임신부나 그 가족 등에게 알려줄 수 없었으나 이제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헌재의 위헌 결정은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다수 의견(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형식 재판관)은 “임신 32주 이전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행위를 태아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로 보고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낙태 행위의 전 단계로 취급해 제한하는 것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또 “부모가 태아의 성별을 알고자 하는 것은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욕구로 태아의 성별을 비롯해 태아에 대한 모든 정보에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는 부모로서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라며 “금지 조항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심판대상조항]

의료법(2009. 12. 31. 법률 제9906호로 개정된 것)

제20조(태아 성 감별 행위 등 금지) ② 의료인은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나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性)을 임부, 임부의 가족, 그 밖의 다른 사람이 알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관련조항]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0조(태아 성 감별 행위 등 금지) ① 의료인은 태아 성 감별을 목적으로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여서는 아니 되며, 같은 목적을 위한 다른 사람의 행위를 도와서도 아니 된다.

구 의료법(2010. 1. 18. 법률 제9932호로 개정되고, 2023. 5. 19. 법률 제194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6조(자격정지 등)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의료기술과 관련한 판단이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는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수 있다.

4. 제20조를 위반한 경우

의료법(2020. 3. 4. 법률 제17069호로 개정된 것)

제88조의2(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20조를 위반한 자

이종석 소장과 이은애·김형두 재판관은 다수 의견의 주된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태아의 성별 고지를 제한 없이 허용하기보다 32주라는 현행 제한 기간을 앞당기는 개선입법을 하는 게 맞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우리 사회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으므로 국가는 낙태로부터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며 태아의 성별 고지를 앞당기는 것으로 개정함으로써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재판관은 “단순 위헌결정을 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수단을 대안 없이 일거에 폐지하는 결과가 되므로 타당하지 않다”면서 “태아의 성별 고지를 제한할 필요성은 계속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성별 고지를 금지한 의료법 조항은 과거 남아선호 사상에 따른 여아 낙태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헌재는 2008년 임신 기간 내내 성별 고지를 금지한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듬해 결정 취지를 반영해 임신 32주가 지나면 성별을 고지할 수 있도록 대체 법안이 입법됐다.

그러나 저출산이 심해지고 남아선호가 거의 사라진 최근에는 부모의 알권리를 위해 태아의 성별 고지를 보다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의료법 조항이 부모의 태아 성별 정보 접근권과 행복추구권,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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