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판사 증원 공감하지만, 재판 지연 원인 어느 한 곳에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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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판사 증원 공감하지만, 재판 지연 원인 어느 한 곳에만 있나?
  • 법률저널
  • 승인 2024.02.2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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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의 최근 발언에서 법원의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을 위해 판사 증원과 법관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판사 수 증원의 필요성과 이를 통해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는 일단 공감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과연 재판 지연의 복잡한 원인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까? 재판 지연의 원인이 단순히 판사 수의 부족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 대법원장 자신도 인정하듯, 재판 지연 문제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결과이다. 법원 시스템 내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어렵다.

대법원장이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판사 현원 3182명 중 육아휴직과 해외연수 등으로 재판 관련 업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인원이 전체 정원의 7%인 220여 명에 달한다. 판사 현원 중 상당수가 육아휴직, 해외연수 등으로 재판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로 인한 재판 지연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판사 증원은 필요한 조치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재판 지연의 원인을 단순히 인력 부족에만 국한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법정책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민사 및 형사 사건의 접수 건수는 감소하는 추세에 있지만,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는 단순히 인적 자원의 부족보다 더 깊은 구조적인 문제들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판사 증원과 같은 단편적인 해결책만으로는 재판 지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때는 판사 증원뿐만 아니라, 재판 절차의 효율성 개선, 사법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 해결, 법원 인프라, AI 시스템 같은 기술적 지원의 강화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사법 시스템 전반의 개선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판사 증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법원의 내부 문화와 업무 프로세스의 비효율성 역시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원 내부의 업무 프로세스 개선, 정보기술(IT) 활용의 확대, 법관 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 법관의 처우 개선과 보수 인상이 사법 시스템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높이는데 중요한 요소일 수 있지만, 이것이 우선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몇 가지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싱가포르의 사례를 들며 법관의 보수를 대폭 인상하는 것이 사법 개혁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조 대법원장의 논리에 대해 여러 가지 다른 측면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법관의 보수 인상이 사법 시스템 내의 다른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법 절차의 복잡성, 재판의 지연, 그리고 교육 및 연수의 질적 문제 등은 단순히 법관의 보수를 인상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또한, 사법 시스템의 신뢰성과 공정성은 법관의 도덕적, 윤리적 품성에도 크게 의존한다. 법관의 보수를 인상하는 것이 중요한 동기부여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이것이 반드시 법관의 윤리성이나 판결의 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법관이 직면할 수 있는 윤리적 고려사항과 판결에 대한 공정성은 교육과 지속적인 윤리 훈련, 그리고 엄격한 감독 체계를 통해 더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 법관 증원과 법관 보수의 대폭 인상이 인구 절벽에 따른 미래 세대에게 과한 부담을 지울 수 있다.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법관의 보수를 크게 인상하는 것은 다른 중요한 사법 서비스나 인프라 개선에 할당될 자원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사법 시스템의 전반적인 효율성과 접근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법관의 처우 개선과 보수 인상은 사법개혁의 한 부분일 수 있으나, 사법 시스템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이고 다각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구조적 문제 해결, 윤리 교육 강화, 효율적인 사법 절차 마련 등이 우선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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