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제3지대 빅텐트는 불가능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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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제3지대 빅텐트는 불가능한 것인가?
  • 신희섭
  • 승인 2024.02.2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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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와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이 갈라섰다. 누군가에게는 (어차피)결정된 일이 반복되었을 뿐이고, 누군가에게는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월 9일에 통합을 결정하고 2월 20일에 해체한 가장 단명한 정당 연합이다. 그리고 내부의 노력한 이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가장 졸속으로 처리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정당의 유지 가능성 차원에서 볼 때 제3지대의 새로운 세력을 만드는 노력은 대체로 실패했다.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이번 노력도 마찬가지다. ‘인물’이나 ‘지역주의’ 말고 지금까지 제3지대가 성공한 사례가 없었던 과거 패턴에 따를 때 이번 시도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인물’ 차원에서 이준석이나 이낙연이라는 대표는 과거 정주영, 정몽준, 안철수 같은 이들에 비해 대선 후보로서 흡입력이 약했다. 게다가 이번 총선은 2027년 대선까지 3년이나 남아있어서 차기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한 결집 효과도 매우 약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지역주의와 같이 유권자를 유인할 수 있는 쟁점이나 이슈도 없었다. 오히려 이들은 해산 이후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현직의원들을 흡수하는 것이 선거에 유리할 수도 있다. 두 정당이 가진 지역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 정당 연합의 실패 원인이 단지 이것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 정당 연합에 관한 이론은 대체로 정당 연합 이유를 두 가지로 제시한다. 첫째, ‘의석수’를 늘려 권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1990년의 3당 합당과 1997년 DJP 연대가 대표적이다. 둘째, ‘특정 정책’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1997년 DJP 연대에서 김종필 전 총리가 원했던 것은 의원내각제 개혁이라는 정책실현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제3지대는 어떤가! 물론 의석수를 늘리는 것이나 특정 정책 제시나 구현은 모두 기성정당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교섭단체 이상 의석을 가진 유효정당들이 결합하여 실질적으로 정책을 만들거나 거대 정당을 통해 의회의 권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반면 제3지대는 맨땅에 헤딩하는 자세로 시작하는 정당이다. 즉 기성정당 같은 권력이 없으므로 먼저 최소한의 권력 확보가 목적이다. 다만 두 번째 기준인 정책을 중심으로 결집할 수 있다. 아직 권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보증을 설 수 있는 것이 없는 신생정당 입장에서는 두루뭉술한 정책보다는 선명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즉 표를 포기하더라도 선명한 정책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정확히 규정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 중에서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는 유권자가 선호의 강렬함 혹은 선호 확인 차원에서 표를 던져준다.

그런데 이번 빅텐트론으로 칭해지는 정당 연합은 지지자의 이념과 지역적 성향 그리고 세대가 다른 두 정당이 결합하려고 했다. 앞선 이론에 대입하면 첫 번째 기준에 해당한다. 세를 키우는 것이다. 이에 더해 명절 전에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기 위한 측면이 갑작스러운 정당 연합의 배출요인(push factor)이지 않았나 싶다. 반대로 기성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과 기성정당의 공천과정에 대한 현직의원들의 불안감이 흡인요인(pull factor)으로 작동했을 것으로도 추측된다.

그러나 무리하게 세를 불리는 시도는 반드시 충성도 높은 당원을 떠나게 만든다. 유럽의 소수 정당이 이미 경험한 것이다. 세 확대로 정체성을 상실함에 따라 확고한 지지자는 떠나고 어중간한 지지층만 남게 괸다. 그렇다. 제3지대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정체성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제3지대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지지 정당, 이념, 세대, 지역, 젠더가 다르다. 게다가 진보적이지만 보수적이다. 이건 뭔 소리? 이들은 ‘가치 정향’상 기성정당이 하는 것과 다른 정치를 원한다는 점에서 진보적 혹은 개혁적이지만, ‘기질’상 쉽게 표를 주지 않고 굉장히 조심스럽다는 점에서 보수적이다. 그리고 선거 추세에 따라 ‘세’를 택하면 기성정당에 표를 몰아줄 수도 있지만, 이것저것 마음에 안 들면 표를 버릴 수도 있다. 즉 기권이라는 대안도 있는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제3지대 유권자들이 대안이 더 많다는 것이다.

제3지대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이번 정당 연합 시도는 여러 측면에서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을 확인하고 어떤 선택을 피해야 하는지를 배웠다는 교훈은 남을 것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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