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 의회에서 가결된 해외강탈방지법(Foreign Extortion Prevention Act, ‘FEPA’)에 서명함으로써 뇌물을 공여한 회사나 개인 외에도 미국 기업에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해외 공무원을 처벌할 수 있는 미국법 상의 근거가 마련되었다. 최근 이 FEPA가 화제가 되는 만큼 어떠한 배경에서 제정된 어떤 내용의 법이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우리 기업에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간단히 정리해보기로 한다.
FEPA는 국방수권법안(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의 일부로서 발효하였으며, 반부패를 국방 정책의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한 바이든 행정부의 부정부패에 대한 자세를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움직임은 아니다. FEPA는 잘 알려진 미국의 반부패법인 해외부패방지법 (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FCPA’)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 있다. FCPA는 뇌물을 공여하는 쪽(부정부패의 ‘공급’ 측면)을 처벌하지만, 뇌물을 받거나 요구하는 공무원(부정부패의 ‘수요’ 측면)에 대해서는 따로 처벌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경우 자금세탁방지법이나 송금 사기(wire fraud) 관련 법제를 이용하여 해외(미국 밖) 공무원을 처벌해왔으나, FCPA의 거울 이미지로서 뇌물을 요구하거나 받은 해외 공무원을 처벌(최대 15년 수감, 25만 달러 또는 뇌물 가액의 3배 벌금) 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FEPA는 잘 알려진 FCPA 반부패 조항에 비추어 이해하면 비교적 쉬우나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다. 예컨대, FEPA에서는 해외 공무원을 해외 정부 기관 등을 공식적으로 대리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으로 대리하는(acting in an unofficial capacity) 사람도 포함한다. 그리고 해외 정당 간부, 공직 선거 후보 등을 언급하며 해외 공무원을 정의하는 FCPA와는 달리 FEPA는 외국의 고위 정치인(senior foreign political figures)을 해외 공무원에 포함하는데, 이에는 행정, 입법, 군과 사법부의 전현직 고위 관료, 주요 정당의 간부, 국유 기업 간부와 그 가족 등이 해당한다.
FEPA가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하거나 미국 상장, 미국에서 증권을 발행하는 등 미국과의 관련성을 갖는 우리 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일견, 해외 공무원을 처벌하는 FEPA에 따라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수정, 정비할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 더구나, 미국에서 해외 공무원을 처벌하는 데에 따르는 외교적 부담과 리스크를 생각하면 FEPA가 어느 정도 활발히 집행될지도 미지수이다.
하지만 많은 관계자가 FEPA의 존재 자체가 미국의 반부패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므로 기업들 역시 반부정부패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또 해외 공무원의 범위가 FEPA에서 일부 확대됨으로써 해외 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는 경우, FEPA 위반 공모 혐의로 기업 역시 조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제재 감경을 위해서는 기업이 해외 공무원 개인의 FEPA 위반 증거를 제출하는 협조 의무를 수행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기업으로서는 임직원들이 FEPA의 내용을 숙지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기존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계속하여 보강, 시행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FEPA에 대한 미 법무부의 가이드를 모니터할 필요가 있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Herbert Smith Freehills’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