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여주는 미국 외교정책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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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여주는 미국 외교정책의 방향
  • 신희섭
  • 승인 2024.02.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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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로 유명하다. (미국에선 흔치 않게) 재선에 실패한 이후 다시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강경한 발언을 해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방위비(GDP의 2% 이상)를 내지 않으면 이들을 지켜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더 극단적으로는 러시아가 나토 동맹국에 원하는 대로 하게 두겠다고 했다. 트럼프의 발언에서 문제가 된 것은 그가 ‘encourage’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즉 러시아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겠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나토 동맹국을 공격할 때 미국이 ‘부작위’로 아무 도움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작위’로 러시아가 나토 동맹국을 공격하도록 부추기고 격려하겠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과연 미국이 동맹국을 보호하지 않은 것을 넘어 적대국에 침략을 부추길 수 있을 것인지보다 주목할 점이 있다. 그의 한 발언이 먹힌다는 것이다. 즉 미국 유권자 중 상당수가 동맹에 대한 트럼프식의 접근을 지지하는 것이다. 즉 미국의 안보 제공에 대한 무임승차를 중단하고 각자 자신의 안보에 대한 충분한 지급하라는 것이다. 즉 “돈 낸 만큼 먹는다”라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접근 방식인 것이다.

나토의 무임승차는 과거에도 논란이 있었다. 나토 회원국 중 가장 큰 국가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는 국방비를 2% 이하로 사용해왔다. 31개 나토 회원국 중에서 단지 11개 국가만이 GDP 2%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서 두 가지 의미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 첫째, 미국의 국내 정치적 의미다.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보여준 트럼프 현상과 동일한 것으로 미국의 국내 정치가 보수적이고 이기적인 입장이 강화된 것이다. 트럼프 현상은 트럼프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과거 미국인들이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않던 속내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그 속내라는 것이 대체로 이런 이야기들이다. 즉 중국에 대한 개방정책으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날아갔다. 미국 제조업은 붕괴했다. 그래서 안전한 일자리가 사라졌고, 노동자들은 심각하게 피해를 보았다. 이런 지경에 미국의 동맹국들은 미국을 착취한다. 즉 미국인의 세금에 빨대를 꽂고 있다. 독일, 일본, 한국이 대표적이다. 그러니 너희 동맹국들은 비용을 제대로 지불해라!

미국 국내 정치의 의미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약화한 미국의 국력을 반영한다. 다만 트럼프는 미국민이 가진 불만의 배출구 끝의 밸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니 트럼프가 없어도 이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둘째, 미국의 외교 정책적 의미다. 미국의 외교는 고립주의-국제주의 틀이나 현실주의- 자유주의적 외교라는 틀과 일방주의-협조주의 혹은 쌍무주의- 다자주의라는 여러 가지 기준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해왔다. 다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여주는 것은 고립주의적이면서 다분히 현실주의에 기초한 미국 국익 우선주의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이 패권 국가로서 1945년 이후에 만들어 둔 제도적 자산들이 많다는 점이다. 동맹은 이런 제도 자산 중에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미국은 소련과 경쟁하던 냉전 시기부터 큰 비용을 들여 동맹을 만들고 지켜왔다. 그 덕분에 독일, 일본, 한국 같은 동맹국은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의 강화라는 혜택을 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미국 역시 이 비용을 들여서 얻은 것이 있다. 이들 국가를 관리하고 국내 정치에 상당한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그리고 패권 국가로 인정받아왔다.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의 유지나 페트로 달러 체제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트럼프가 날 세워 공격하는 것은 미국이 얻은 지위나 위상 그리고 이익이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즉 잘 안 보이니 없는 것이고, 이런 쓸데없는 것 말고 보이는 것을 가지고 말하자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국익 우선주의 외교는 그동안 미국이 만들어둔 제도와 가치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도 공화당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들은 상관없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우선 자신들이 중요하니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이 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트럼프의 발언이 강경해지는 것은 미국의 국내 정치가 그만큼 중요해지면서 기존 외교정책의 근간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한국의 대비책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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