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56-마음 달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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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56-마음 달래기
  • 손호영
  • 승인 2024.02.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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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별일 없을 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일상을 살아가는데, 별일이 생기면 마음이 일상의 전면에 등장합니다. 달아오르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마음에 끌려다니는 우리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말이야 우리는 모두 알고 있지만 행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게 되었다면 우리 모두 이미 성인군자이겠지요.

어린 나이일수록 마음이 더 진폭이 클 것입니다. 서울시 청소년 상담 복지센터 전화 상담실은 요즘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1020세대가 급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하루 120건의 전화, 채팅 상담이 들어오는데, 상담사 60명이 24시간 상담을 진행하면서 느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종래에는 ‘우울과 불안’을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자해나 자살’을 이야기한다고. 한층 수위가 올라갔다고 체감하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고민 상담이 아니라 위기 극복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학생들의 호소는 이렇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화가 난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세상이 정의롭지 않다.”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딱히 없으니, 있다 하더라도 신뢰할 수 없으니 전화나 채팅으로 상담사를 찾는 것이겠죠(학교에는 상담센터가 있어도 주변 눈치 떄문에 이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막막한 학생들에게 상담사도 최선을 다해 도와주려 하지만 그들도 가슴이 철렁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숫자로도 이러한 것이 발견됩니다. 2018년 약 16만 건의 상담이 있었는데, 2022년에는 약 31만 건입니다. 4년 새 2배 가량 증가한 것입니다. 2018년에는 대인 관계 문제가 26.1%로 상담 사유 중 1위였지만 2022년에는 정신 건강 문제가 27.2%라고 합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 정현수 박사는 “생각을 줄여야 한다.”는 답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가 진료를 하면서 느낀 것은 ‘생각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은 실제가 아닙니다. 생각은 과거나 미래를 향한 것일 뿐입니다. 그는 “살길은 현재에 있다.”며, 현재에 집중하길 권합니다.

그는 “누구나 괴롭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괴롭다가 자기 일 또 하다가(그러다보면 괜찮다가) 또 괴롭다가…이런 식으로 순환하는데, 생각이 너무 많게 되면 괴로움이 너무 커져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과 현실을 왜곡해서 보게 되기 떄문입니다.

그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명상’입니다. 그 스스로 불교를 본격적으로 접한 뒤, 불교 공부와 명상 체험을 하였고, 이에 따라 명상을 통해 생각을 ‘하려’ 하지 않고 ‘떠올리게’ 하고자 노력합니다. 자칫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은 마음을 한 곳으로만 향하게 할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과거를 생각하는 것은 과거를 후회하는 것이고 이는 현재에 대한 불만족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미 지난 일인데, 곱씹어 좋을 것 없습니다. 미래는 불안합니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것을 불안해하기보다는 그저 모른 상태로 두면 됩니다. 마음은 한 곳으로만 향하니 현재에 집중하면 후회와 불안이 없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의 해결책은 고민, 불안, 걱정, 슬픔, 침잠을 깊게 느끼는 사람에게 그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보라는 말입니다. 어쩌면 “문제는 너에게 있다.”로 읽힐 우려가 있습니다. 생각이 들고 마음이 가는 것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어려울까요. 그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훈련을 할 정도로 우리가 스스로 굳건한 사람이라면 어쩌면 애초부터 그런 마음의 힘듦을 겪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니까요.

최근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맨슨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안하고 우울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는 이것을 ‘문화’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유교적 집단주의, 현란한 물질주의 등으로 우리의 문제를 진단했는데, 상당한 공감을 일으켰습니다. 이에 대해 문제를 잘못 파악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문제가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는 귀기울여 들을 만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법률가도 마음의 문제를 많이 겪습니다. 수험생일 때이든, 아니면 실제로 일을 시작해서든 마음의 문제를 겪게 됩니다. 당사자의 마음 문제를 곁에서 보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이럴 떄 저는 ‘마음을 잘 다스리라.’는 말은 잘 못하겠습니다. 마음이 다스려진다고 다스려지던가요. 차라리 ‘살살 달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의 마음이든 상대의 마음이든, 너무 흔들리지 않게 잘 달래서 일상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일 수 있다는 점도 새삼 새겨보고, 좀더 나은 문화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문화가 뭐 별거인가요. 사람의 마음, 행동, 관계가 모이면 문화인데요.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의 마음을 잘 달래주는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sohnho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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