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통일의 길목에서 다시 읽는 독일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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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통일의 길목에서 다시 읽는 독일 정치인
  • 박상흠
  • 승인 2024.01.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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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들)
박상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들)

독일 통일의 문을 연 것이 빌리 브란트라면 통일의 집안으로 안내한 자는 바로 여성 정치인 메르켈이다. 메르켈은 동독 여성이다. 빌리 브란트가 사생아였다면 메르켈의 아버지는 서독의 목사 카스너였다. 1951년 16만5천 명, 1952년 18만2천 명, 1953년 33만1천 명의 동독인이 서독으로 이주하던 때에 카스너는 반대로 서독에서 동독으로 넘어갔다. 젊은 목사의 이주 동기는 복음전파였다. “주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라면 어디든 갈 것입니다. 아프리카라도 말입니다.”(앙겔라 메르켈, 매슈 크보트럼 24면) 카스너가 동독으로 이주할 수 있었던 것은 공산당원 70%는 프로테스탄트였던 배경도 숨어 있다.

그의 딸 앙겔라 메르켈이 두각을 나타낸 과목은 수학과 러시아어였다. 두 과목 모두 경시대회 최우수상을 휩쓸었다. 이후 그녀는 라이프치히 대학교의 물리학과에 입학해 박사가 된다. 동서독은 분단국가였으나 비교적 자유로운 왕래와 문화교류가 있었지만, 1961년 소련 후르시초프는 동독 수상에게 베를린 장벽 건립을 지시했다.

세워진 장벽과 함께 동서독 인간 문화교류는 끊어지고 자유로운 여행도 금지됐다. 분단국의 멀어진 관계를 복구하는 구원투수로 서베를린 시장 빌리 브란트가 혜성과 같이 나타났다. 철저한 반공산주의자였음에도 동진정책을 펼친 그를 향해 동베를린 시민들은 브란트를 외쳤다. 동시에 프로테스탄트 빌리 브란트는 서독으로 건너온 동독난민의 재훈련비용에 지출을 늘려 공산주의자들을 압박했다. 1980년대 공산권의 수장국가 소련의 서기장 고르바초프는 식량난과 경제난을 극복하고자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펼치며 개혁개방을 단행했지만, 동독의 경제는 점점 빈곤의 늪에 빠져들고 동독민들의 시위는 점점 거세진다.

1989년 11월 9일 오후 6시 30분, 동독의 수장 크렌츠는 동독을 탈출하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서독국경을 개방하고 여행 제한을 해제했다. 발표 후 베를린 장벽은 순식간에 무너져버렸다. 때마침 성 니콜라이교회에서 매주 열린 월요기도회에 참석자는 초만원을 이루었다. 베를린 장벽 붕괴는 메르켈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후 메르켈은 겟세마네회에서 매주 열리는 정치포럼에 참여하며 정치의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물리학도의 삶을 버리고 정치에 투신했다. 동독출신 정치인 데메지에르의 추천으로 통일 수상 콜의 딸이 되었고, 35세 여성청소년부장관으로 임명됐다. 세월이 흘러 순수하고 정치인의 질타에 눈물을 삼키던 어린 정치인은 마키아벨리로 변신했다. 정치적 아버지 콜이 부패한 자금을 받은 사실을 언론에 폭로했다. 이후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여 보수정당 기민련의 당수가 되고 51세 최연소 독일총리가 됐다.

독일국민들은 13여 년 동안 그녀를 독일의 리더로 인정해주고 있다. 치밀한 일처리, 신중한 판단, 온화하면서도 냉정한 결정으로 2007년 불어 닥친 세계금융위기를 극복했고, 통일 후 유럽의 11위 경제국으로 추락한 독일을 유럽의 최대 경제대국으로 일으켜 세웠다. 또한 독일 주도로 유로존을 지켰고, 러시아 푸틴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외교적으로 저지했다. 독일인 Ossi(오시, 게으르고 불평만 늘어놓는 동독놈이라는 뜻으로 서독 출신 주민이 동독 출신 주민을 두고 비아냥댈 때 쓰는 말)의 운명을 극복하고 통일 독일을 재건하는데 기여한 메르켈의 정치성과는 그녀만의 몫이 아닐 것이다.

그녀의 영혼에 서독인과 동독인이 함께 녹아있었던 정신적인 배경과, 숱한 정치역경 속에서도 서독 정치인의 숨은 도움이 있었던 정치적인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연초부터 지속하는 북한의 핵실험 시사는 남북관계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현시점에서 이를 해빙하는 인물로서 한국의 빌리 브란트와 메르켈을 더욱 염원하게 되는 이유다.

박상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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