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44)-불체포특권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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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44)-불체포특권 포기?
  • 신종범
  • 승인 2024.01.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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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법무법인 태일
신종범 변호사/법무법인 태일

작년 말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이 여당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되었다. 그는 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우리 당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하시는 분들만 공천할 것이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나중에 약속을 어기는 분들은 즉시 출당 등 강력히 조치하겠다”고 했다. 올해 총선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국민의힘 공천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러자, 같은 당, 같은 검찰 출신인 김웅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천 조건으로 내세운 한 위원장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해 “법률가로서 원칙과 보수주의 정신에 어긋난다”며 “공천권 때문에 헌법상 제도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데 동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고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잡겠다고 헌법상 제도를 우습게 여기는 것에 대해 결단코 반대한다”고도 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17세기 초 영국 의회가 처음 만들었다. 엘리자베스 1세의 왕위를 물려받은 제임스 1세가 왕권신수설을 내세우며 왕권 강화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마구잡이로 잡아 가두었을 때 의회가 왕의 권력 남용을 막으려고 정부가 마음대로 의원을 체포할 수 없게 하는 법을 제정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 후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미합중국 헌법을 거쳐 민주주의 국가에 널리 받아들여졌다.

우리나라 헌법 제44조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이러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개별 국회의원들이 이를 포기할 수 있을까? 용어 자체가 국회의원 개인에게 부여된 특별한 권리인 것처럼 보여 마치 국회의원 개인이 포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사적 배경에서 보듯,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집행권을 가진 행정부의 권한 남용으로부터 대의기관인 입법부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국회의원 개인에게 부여된 ‘특권’이라기 보다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제도’로 이해해야 하고, 우리 헌법 문언상으로도 국회의원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국회의 권한으로서 국회의원 개인이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 국회가 그 취지와 달리 국회의원들의 개인비리 방탄용으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제도를 악용한 사례들이 있었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판을 수용하여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없애고자 한다면 그 방법은 국회의원 개인들에게 법적 효력이 없는 ‘포기 서약서’를 받을 것이 아니라 헌법 개정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권한 남용으로부터 대의기관을 지키기 위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제도의 존재의의가 사라졌는지에 대하여 국민들의 의사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2023년도는 아직 미발표) 형사사법기관(법원, 검찰,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도 조사에서 검찰은 45.1%로 2016년부터 내리 7년째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또한, 2016년 이후 6년만에 전년보다 신뢰도가 떨어졌다. 국민들의 공정성 인식에서도 검찰은 형사사법기관 중 유일하게 50% 미만이었는데 이 역시 7년 연속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를 논의하기 전에 영장을 청구하는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와 공정성 인식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신종범 변호사/법무법인 태일
http://blog.naver.com/sjb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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