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54-회생입문(4) 회생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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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54-회생입문(4) 회생의 대가
  • 손호영
  • 승인 2024.01.1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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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회생절차에서 회사가 얻을 것을 이야기했다면, 반대로 회사 측이 잃을 것, 즉 치러야 할 대가도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회생절차의 본질 중 ‘중립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법이 예정하고 있는 대가는 대략 두 가지입니다.

첫째, 우선 주주의 희생입니다. 회사의 주주는 채권자보다 더 희생하여야 합니다. 채권자가 희생하는 만큼, 회사 주주의 희생도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판별하는 방법은 실무적으로 정립되어 있습니다(‘상대적 지분비율법’). 즉, “기존 주주의 최종 지분율”(앞서 보았듯, 기존 주주에 대한 감자 및 회생채권자 등에 대한 출자전환, 주식재병합 이후의 ‘기존 주주의 최종 지분율’)과 “가장 낮은 현가변제율을 가지는 회생채권자 등에 대한 현가변제율”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기존 주주의 최종 지분율 < 회생채권의 최저 현가변제율”이어야 일응 공정형평의 원칙이 지켜졌다고 봅니다(대법원 2004. 12. 10.자 2002그121 결정 참조). 이 부분은 회생계획이 준수해야 할 ‘공정∙형평의 원칙과 연계됩니다.

말로 하면 어렵지만, 사례를 들면 어렵지 않습니다. ○ 자본금 10억 원(주식수 10,000주 X 1주의 금액 10,000원)의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고 해봅니다. ① 기존 주식을 병합하여 자본금 5억 원(50,000주 X 10,000원)으로 만듭니다. ② 이 사건에서 회생채권 변제율이 20%여서, 50억 원의 회생채권 중 10억 원을 현금변제하고 나머지 40억 원은 출자전환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회생채권 40억 원을 출자전환하여 신주를 발행합니다. 그러면 자본금 40억 원(400,000주 X 10,000원)이 증자됩니다. ③ 이로써 회사는 자본금 45억 원(450,000주 X 10,000원)이 되는데, 자본금 규모가 크므로 이를 다시 주식 병합하여 자본금 규모를 9억 원(90,000주 X 10,000원)으로 줄입니다. ④ 그러면 구 주주의 최종 지분율은 11.1%가 되어(1억/9억), 회생채권 변제율 20%보다 낮게 됩니다[상대적 지분비율법].

둘째, 대표자의 경영권 상실입니다. 회사를 부실에 이르게 한 기존 경영자가 회생 절차를 진행할 경우,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할 때 회사의 편을 들 수 있기 때문에, 채무자회생법은 회생 절차의 ‘중립성’이라는 본질에 비추어, ‘관리인’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즉, 회생이 개시되면 이제 별도의 ‘관리인’이 선임되어 그가 선관주의 의무를 지는 독립된 제3자로서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고, 그 재산을 전속적으로 관리∙처분할 권한과 의무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판례가 “관리인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수탁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등).

다만, 이와 같이 제3자 관리인 제도를 운용하게 될 경우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경영권이 박탈될 것을 우려한 기존 경영자가 회사가 부실 상황에 처했음에도 회생 신청을 기피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채무자회생법은 74조 2항 각호의 예외사유가 없는 한, 별도의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고(관리인 불선임) 회사의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의제하였습니다(74조 3, 4항). 이에 따라 실무에서는 대체로 관리인을 별도로 선임하지 않고,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의제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회생 개시를 알리는 신문기사에서 “법원이 별도의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ooo 대표이사가 법률상 관리인을 맡게 된다”는 문장은 바로 이를 나타내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회생의 두번째 대가는 그 의미가 많이 현실적으로 퇴색되기는 하였습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이와 같이 운용된다 하여, ‘관리인’에게 주어진 의무는 여전합니다. 그리고 관리인으로 의제된 대표자에게 채무자회생법 74조 2항 각호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법원은 제3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게 됩니다(74조 3항 단서). 참고로 채무자회생법 74조 2항은 법원은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때를 제외하고 개인인 채무자나 개인이 아닌 채무자의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1. 채무자의 재정적 파탄의 원인이 다음 각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행한 재산의 유용 또는 은닉이나 그에게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기인하는 때: 가. 개인인 채무자 / 나. 개인이 아닌 채무자의 이사 / 다. 채무자의 지배인, 2. 채권자협의회의 요청이 있는 경우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3. 그 밖에 채무자의 회생에 필요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대표이사가 부실 경영을 하거나, 형사사건에 연루되어 있거나 하는 등의 사정이 있으면, 제3자 관리인을 선임합니다. 서울회생법원은 제3자 관리인 풀(pool)을 운영 중이고, 이 풀에서 경험 많고 노련한 사람을 관리인으로 선임해 회생절차를 이끌어나가게 됩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sohnho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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