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272) / 기다릴 줄 아는 자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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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272) / 기다릴 줄 아는 자가 되어라
  • 정명재
  • 승인 2024.01.12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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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린도전서 13장 4절~7절)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사람들은 패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누군가를 또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은 기도하는 사람이다. 기도하며 누군가를 또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은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기다리는 그 시간은 희망의 시간이면서 동시에 고통의 시간이고, 기다림에는 긴장과 떨림 그리고 설렘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며 노력해도 막을 수 없는 일들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일어날 일은 아무리 애쓰고 발버둥을 쳐보아도 결국 일어나기 마련이다. 만일 그런 순간이 온다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괴로워하고 고전분투하기보다는 그 문제를 온전히 껴안고 그저 지나가기를 묵묵히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태풍이 지나고 나면 잔잔한 고요함이 찾아오듯 상황을 받아들이고 기다리는 것이다. 삶의 지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순순히 받아들이는 그 순간에 찾아올 때가 많았다.
 

<strong>정명재</strong>&nbsp;정명재 안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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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서는 기다림을 이렇게 표현한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너에게 가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기다리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고, 오지 않은 미래를 꿈꾸며, 잡히지 않는 성공을 기다리며, 고통의 시간이 빨리 끝나 새로운 희망이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시간을 되돌려 나의 기억을 反芻(반추)해 보아도 나의 삶 역시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책을 쓸 때도, 강의를 준비할 때에도 그러했지만 인간관계 역시 그러했다. 인간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저절로 깊어지는 것이 아니다.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영원히 한 자리에 머물 뿐이다. 기다리는 것은 수동적인 나의 자세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그곳으로 다가가는 역동적인 삶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

우리 속담에 “감나무 밑에서 홍시 떨어지기 기다린다.”는 말이 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아니 하면서 좋은 결과가 이루어지기만 바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것이다. 감을 먹고 싶으면 감나무에서 감을 따서 먹으면 된다. 우연히 감이 떨어져 입안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어쩌다 한번 있는 우연일 뿐이다. 이를 두고 마냥 기다리며 감나무 밑에서 입을 벌려 본 들 감이 저절로 들어올 리 만무하다.

인생을 빛나게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마음에 꿈을 품어야 한다. 마음속 꿈 하나를 품었다면 꼭 필요한 것이 하나 있다. 기다림의 시간이다. 기다림의 시간은 멈춘 채 그대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루고자 하는 꿈을 숙성시키는 시간이다. 지금까지 노력하며 사느라 지쳤다면 기다림의 시간이 왔다는 의미이다. 지친 자신에게 자책하고 쓴 소리 하면서 한탄하는 시간이 아니라, 처음에 품었던 꿈을 되돌아보고 마음과 감정을 淨化(정화)할 시간이다.

기다림의 시간은 더 많은 것을 견디게 하고, 더 먼 곳을 바라보게 하며, 컴컴한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눈을 갖게 한다. 기다림은 모든 걸 참고 견디게 하고, 생각을 골똘히 갖게 하는 옹이 같은 단단한 마음인 것이다. 세상과 사람 그리고 나를 사색하는 것, 삶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 바로 기다림이다.

그렇다면 기다림의 시간을 얼마나 견뎌야 할까? 기다림의 시간은 사람마다, 품은 꿈마다 제각각 다르다. 하필 기다림이 길어지고 그래서 마음이 조급해질 때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일 수도 있다. 처음 간직했던 꿈들은 희미해지고 마음에서 포기하라는 소리가 들려올 때이다. 좌절과 절망으로 간직해 온 꿈을 스스로 뭉개고 짓밟고 싶을지도, 얻은 게 없다고, 이룬 게 없다고 해도 꿈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지는 마라. 단지 마음속 꿈이 잘 숙성될 수 있는 기다림의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다. 우리의 꿈은 오직 기다림을 만났을 때 빛으로 가득한 인생이 될 수 있다.

에리히 프롬(1900~1980, 독일 철학자), <소유냐 존재냐>에서는 존재를 중시하는 인생관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무엇도 소유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가치 있는 존재다. 이유는 우리 내면에는 타고난 재능과 소질은 물론 이를 활용할 능동적인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내면에 존재하기에 소유나 이룬 것이 없더라도 불안하거나 두려울 것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해내는 대단한 존재가 이미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다림의 시간은 자신의 진정한 내면을 탐구하는 시간이고, 완전한 자아상을 만들어 가는 숙성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어령(1933~2022) 선생님의 가르침은 삶의 자세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셨다. “모든 사람은 천재성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 천재성을 덮어버리지요.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덮고, 직장에서는 상사와 동료가 덮고, 남들이 말하는 대로 살지 말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세상은 오직 한 방향으로만 우리를 뛰게 해서 1등부터 꼴찌까지 점수를 매긴다. 각자가 1등이 되는 삶이란 세상이 외치는 방향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뛰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을 찾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표현하는 것이 우리 삶의 진정한 방향이 되어야만 한다.
 

황동규 시인 <즐거운 편지>에서의 기다림은 아름다움이다.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서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우리는 소망한다. 기다림을 통해 나의 자세와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기를, 그리고 여전히 기다려야 한다면 더 기다리며 인내할 수 있기를,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내게 주어진 삶과 내 곁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갈 용기를 놓치지 않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새해에 그리고 1월에 우리는 꿈 하나를 마음에 품는다.

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 정명재 닷컴
2015년 지방직 일반행정직 9급 합격
2015년 국가직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6년 서울정부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근무
2016년 서울시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7년 국가직 교정직 9급 합격
2017년 지방직 도시계획직 9급 합격
2018년 지방직 수산직 9급 합격
2019년 지방직 건축직 9급 합격
2000년 국가직 조경직 9급 합격
‘직장인에서 공무원으로 갈아타기’ ‘공무원시험을 위한 코칭’ ‘장원급제 독학용 학습지’ 대표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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