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명. 2023년 2분기와 3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이다. 2024년 올해는 0.6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0.53명. 2023년 서울의 합계출산율이다. 서울은 2021년 이미 0.63명이었고 2022년 0.59명으로 떨어졌는데 2023년에는 0.53명이 되었다. 0.67에서 0.79명까지 다른 도시들도 출산율이 낮기는 하지만 서울보다 형편이 낫다.
인구학자들의 분석대로 이대로 가면 한국은 국가소멸을 맞이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다. 0.7명대의 출산율은 2021년 홍콩(0.75명)과 2022년 홍콩(0.701명)과 1990년대 동독을 제외하면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높은 집값과 홍콩사태 후 공산당의 강권 통치. 홍콩의 출산율 저하 이유는 명확하다.
다만 홍콩은 국가는 아니다. 국가가 한 명대 미만으로 추락한 경우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 통일된 뒤 동독은 1992년 0.89명으로 떨어지고 몇 년간 0.7명대를 유지했다. 러시아도 소련 해체 뒤 1.0명 밑으로 하락한 적이 있다. 정리하면, 0.7명대는 체제 급변 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니 한국과 서울은 체제 변동이나 전시에 나타나는 상황보다 더 심각한 것이다.
인구학자 이상림 교수의 분석은 매우 간단히 국가소멸을 이해시켜준다. 100명의 여성이 0.5명을 낳는다고 가정해보면 다음 세대는 50명이 태어난다. 여성과 남성이 동수로 태어난다면 다음 세대에는 25명의 여성 있고, 이들은 12명의 아이를 낳게 된다. 여성 100명이 아이를 낳을 때 남성 100명이 필요하다면 200명의 한 세대가 두 세대를 거쳐 12명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더 끔찍한 그림은 두 세대를 더 계산해보는 것이다. 3세대인 6명의 여성은 3명을 낳게 된다. 4세대는 여성이 1.5명이고 0.7명을 낳는다. 5세대로 사회는 끝이 난다. 200명이 0.7명이 되는데 5세대밖에 안 걸린다. 한 세대를 25년 정도로 잡는다면 125년이 걸린다. 미안하지만 한국의 미래다.
왜 이렇게 된 것인지는 많이 분석되었다. 그 중 주목할 주장이 있다. 유엔경제사회국의 ‘유엔세계인구전망 2022년’ 보고서는 2021년 기준 출산율이 가장 낮은 10개 국가 중에 홍콩(0.75명), 한국(0.88명), 싱가포르(1.02명), 마카오(1.09명), 대만(1.11명), 중국(1.16명)까지 6개 국가가 포함되어 있다. 이 국가들의 공통점? 바로 유교 문화다.
혼외출산 금지, 여성에 편중된 육아, 학력주의, 사회적 성취와 체면 강조. 이런 특징이 입시 지옥과 취업 지옥을 만든다. 미래 그림? 답이 없다.
출산은 미래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실이 더 시급하다. 치솟는 물가와 주거비용을 감당하려면 일을 해야 한다.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에서 안정된 일자리는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육아 고민은 사치다.
일본 합계출산율은 1.3명(2021년 기준 19위)으로 우리보다 상황이 덜 심각하다. 일본은 인구 문제해결에 있어서 몇 가지 실마리를 준다. 우선 일본 청년층은 집값 걱정이 덜 하다. 1990년 일본의 거품이 붕괴 이후 임대비용이 낮아진 것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주택=투자’가 아닌 ‘주택=소비재’라는 인식의 변화마저 생겼다.
체면을 중시하는 일본에서 중소기업에 취업하려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삶에 대한 태도가 변화했다. 미래가 불안한 상황에 좋은 직장을 위해 지나치게 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일본의 오카야마현의 나기초라는 마을 사례는 흥미롭다. 이 지역은 합계출산율이 2019년 기준 2.95명이다. 공동육아제도와 함께 단독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월 50만 원에 임대해준 것이다. 마을 전체가 나서서 육아를 해주니 부모의 육아 부담이 준다. 게다가 막내가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주택을 임대해주니 주거문제도 해결된다.
나기초의 사례는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가 강력하다. 한국적인 공동체성을 살려보라는 것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고, 아파트나 마을에 공동 육아 시설을 구성하면 교육과 육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수도권과 서울에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공공임대 주택을 늘리고 임대 기간도 길게 보장해주어야 한다. 그러면 공동체성이 강화되면서 한국의 경쟁구조에 대한 인식도 점진적으로 바꿔 갈 수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한국적인 공동체성을 발전시켜 국가소멸에 대처해볼 수 있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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