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 이어, 회생 절차에 대해 조금 더 말을 이어가볼까 합니다. 이번에는 회생을 이해할 때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면 좋을지, 즉 회생의 본질은 무엇일지 고민해보기로 합니다.
실무서에서는 ‘회생절차의 기본 구조와 원리’에 대해 [① 개별적 권리행사의 제한∙금지, ② 회생절차 진행 중인 채무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 ③ 관리인을 통한 경영권 행사와 법원의 감독, ④ 채권의 확정과 기업가치의 평가, ⑤ 채무 조정과 지배구조 변경, ⑥ 회생계획안의 작성과 집단적 의사결정, ⑦ 분배의 원칙과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채무자회생법에서 상정하는 ‘회생’ 절차의 본질을 추출해내면 ‘일원화, 집단성, 중립성’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즉, ‘회생’ 절차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채권자로 하여금 개별적으로 권리를 행사하지 않게 함으로써 지금 회생법원에서 하는 ‘회생’ 절차로 채권자를 모두 불러 모아 한꺼번에 채무자의 부채(채권자의 채권)를 조정하려 하는 것이고(일원적), 따라서 여러 이해관계인이 함께 하므로 그 의사결정은 집단적이 될 수밖에 없고(집단성, 단체성), 이는 필연적으로 어느 채권자의 손해를 불러일으키게 되므로, ‘관리인’ 제도를 두고 법원이 회사를 감독하며, 회생계획 작성에 있어 여러 원칙(넘지 말아야 할 선)을 세워 둔다(중립성).” 앞서 실무서에서 언급한 7가지를 분류해보면, ② 회생절차 진행 중인 채무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는 회생절차의 본질이라기 보다는 회생에의 유인을 말하는 것이고, ① 개별적 권리행사의 제한·금지는 회생절차의 일원화, ⑥ 회생계획안의 작성과 집단적 의사결정은 집단성(단체성), ③ 관리인을 통한 경영권 행사와 법원의 감독, ⑦ 분배의 원칙과 방법은 중립성, ④ 채권의 확정과 기업가치의 평가는 회생 절차의 본질이라기보다는 회생 절차의 일부분이고, ⑤ 채무 조정과 지배구조 변경도 회생 절차의 본질이라기보다는 회생 절차의 결과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따라서 저는 회생 절차에 대해 ‘일원화’, ‘집단성(단체성)’, ‘중립성’을 핵심 본질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원화’는 회생의 효과(목표)와 가장 큰 관련이 있고 또한 도산 절차와 다른 소송절차∙집행절차의 관계를 이해할 때 주로 소환될 것입니다. 한편 ‘집단성(단체성)’과 ‘중립성’은 회생절차의 흐름에서 전반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므로 항상 염두에 두면 좋을 것입니다.
한편, 회생 절차의 결과는 무엇일까요? 즉, 회생 절차를 따라갔을 때 채무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회사는 왜 채무자회생법의 ‘회생’ 제도를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채무자회생법에서는 회생 제도의 목표에 대해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1조). 이를 단순하고 명료하게 표현하면, “회생 절차를 거치면 회사의 부채(채권) 부담이 줄어든다.”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즉, 법에서 말하는 ‘법률관계의 조정’이란 보다 직설적으로는 채권자의 권리 감축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성공한 회생절차에서, 그 절차에 참여한 채권자의 채권(즉, 회생절차에 포섭된 채권)이 회생계획에따라 조정되는 모습은 실무상 대체로 이렇습니다(법 251). “일부에 대한 현금변제, 일부에 대한 출자전환.” 예를 들어, 원래 채권자의 채권액 100이 있을 때, 변제율 30%로 정해진 회생계획에 따르면 채무자는 이제 현금으로 30을 갚으면 되고, 나머지 70에 대해서는 채권자에게 이를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해주는 것입니다. 이때 나머지 70의 채권액은 소멸된 것으로 봅니다(변제 갈음).
그렇다면 회생절차에 미처 참여하지 못한 채권자의 채권은 어떻게 될까요? 채무자도 파악하지 못했고 채권자도 회생절차의 존재를 알지 못해, 회생절차에서 누락된 채권자의 채권은 어떻게 처리할지 문제됩니다. 그는 절차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도 못했고, 의결에 참여하지도 못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앞서 본 회생 절차의 본질 중 ‘일원화’를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 회생절차에서 채무자의 모든 부채(채권)을 일거에 처리한다.” 그런데 누락한 채권이 있다? 이에 대해 법은 냉정하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한 채권에 대해 “채무자는 ‘면책’된다”고(법 252). 책임이 ‘0’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채무는 남는다고 본다). 회생절차에서 누락되는 채권이 살아있다고 보게 되면, 지난한 회생절차를 거쳤음에도 채무자의 재정적 부담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회생절차를 거치게 되면, 채무자의 ‘모든 채권’이(수정)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입니다(일원화).
이런 식으로 회생절차의 본질과 회생 실무 교과서의 내용을 연결지으면 그 이해가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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