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누가 나의 아저씨를 죽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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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누가 나의 아저씨를 죽였나!
  • 최용성
  • 승인 2024.01.05 11:18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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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성 변호사·법무법인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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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하게 사는 꼴 보여주지 못하면, 넌 계속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할 거고,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너 생각하면 나도 마음 아파 못 살 거고. 그러니까 봐. 어? 봐!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사나, 꼭 봐. 다 아무것도 아니야. 쪽팔린 거? 인생 망가졌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거? 다 아무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 안 망가져. 행복할 거야. 행복할 게.”(박해영 극본/ 김원석 연출, 드라마 <나의 아저씨> 중에서 이선균 배우가 맡은 박동훈의 말). 안타깝게도 그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2023년 대한민국에 적법절차도, 무죄추정,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세계적 스타 이선균 배우는 죽음에 내몰렸다. 정식 사건으로 등재되기도 전인 내사 단계에서 언론에 정보가 흘러가 그날 하루만 300여 건의 기사가 쏟아진 것을 시작으로,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되지 않은 온갖 경찰 발(로 추정될 수밖에 없는) 정보들이 뉴스를 빙자하여 포털과 레거시 미디어를 도배하였다. 망신 주기와 추측성 기사의 연속이었다. 황색언론과 다를 바 없는 저급한 보도 경쟁의 정점은, 어이없게도(사람의 도리를 지키지 않는 모 유튜브 채널은 별론으로 하자), 공영방송 KBS 뉴스가 찍었다. 공적 보도 가치가 전혀 없는 개인 사이의 사적 대화 녹취를 그대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KBS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국민의 방송’이 이런 지경이 되었을까. 이 극도로 악의적이고 사악한 행위는 이선균 배우가 응당 존중받아야 할 마지막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너뜨렸을 것이다.

수사 결과 1회의 간이 검사, 2회의 정밀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왔다. 이 정도로 물증이 없다면 “혐의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 검사 방법으로는 밝혀낼 수 없는 신종 마약 가능성’ 운운하는 해괴한 기사들이 꼬리를 이었다. 그렇게 언론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경찰은 이선균 배우를 고강도로 압박해갔다. 경찰은 이선균 배우를 무려 세 차례나 소환했는데 비공개 수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한 채 계속 포토라인에 세워 망신 주기를 지속하였다. 특히 12월 23일 이루어진 세 번째 소환조사는 무려 19시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마약 제조나 유통 조직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의 마약 복용 여부를 수사하는 데에 어째서 세 차례나 공개 소환해야 하는지, 마지막 조사에서 밤늦게까지 19시간이나 신문을 하여야 할 필요가 무엇일까. 망신 주기와 심리적 압박을 통하여 자백을 강요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은 피의자 측의 동의를 받고 밤샘 조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표면적 사실이 진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경찰은 3차 조사 당시 야간 조사에 동의하면 더 소환하지 않겠다고 했고, 비공개조사를 거부당하며 3번이나 포토라인에 서며 강한 압박감을 받았던 이선균 배우는 어쩔 수 없이 밤샘 조사에 응했다는 것이 진실이다. ‘합법의 탈을 쓴 위법 수사’이다.

많은 이들을 위로하며 삶의 희망을 안겨주었던 따뜻한 ‘나의 아저씨’ 이선균 배우는,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거나 구원하는 일에 관심조차 없는 자들과 자비심 없는 자들이 합작하여 벌인 굿판에 갇혀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것은 사회적 타살이다. 2024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이런 어처구니없고 슬픈 이야기를 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진정 참담하다.

이제라도 “검찰, 경찰 그 밖에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소제기 전에 공표하였을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라는 형법 제126조라는, 거의 사문화된 규정을 살려내야 한다. 나아가 더는 피의사실공표 금지의 요건이나 예외 규정을 법무부 훈령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형법에 통합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예외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며, 해당 수사로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규정 등의 입법을 고민할 때가 되었다. 공개적 망신 주기를 통한 심리적 압박으로 피의자의 인권을 짓밟으며 수사하던 야만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이선균 대배우를 진정으로 추모할 수 있을 것이다. 편히 잠드세요, 위대한 배우이자 고마운 나의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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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석 공저 『형사소송법 제4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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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2024-01-13 21:11:19
편안함에 이르시길

전명숙 2024-01-13 11:00:47
이선균 살려내라. 살려내
불쌍한 나의 아저씨 흐흐흐

ㅌㄱㄷㅎㄱ 2024-01-13 01:24:32
라도 시죠

이별 2024-01-07 14:45:36
야만의 시대에 살고 싶지 않다

이남근 2024-01-06 15:56:10
명배우를 어처구니 없게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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