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52-회생 입문(2): 도산의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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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52-회생 입문(2): 도산의 체계
  • 손호영
  • 승인 2024.01.0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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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지난 칼럼에 이어, 회생 절차에 대해 말을 이어가볼까 합니다. 그런데 ‘회생’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회생’이 ‘도산’의 틀 속에서 어떻게 위치하는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체계’를 잡는다고 할까요.

회사의 ‘도산’은 ① 채무자와 채권자의 ‘자율협약’ → ②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에 의한 워크아웃(work out) → ③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에 따른 ‘회생’ → ④ 채무자회생법에 따른 ‘파산’으로 구분지을 수 있습니다. 마침 최근 태영건설 관련하여 여러 기사가 나오고 있어, 이 관계를 기사로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태영건설이 채권단과 자율협약 진행을 논의하다가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 방식인 워크아웃을 택한 것은 SBS 지분 매각을 놓고 양측이 이견을 보였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SBS 매각을 포함한 강도 높은 자구안 마련을 요구했으나 태영건설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SBS 못 팔아”… 태영건설 자율협약 대신 워크아웃 택한 이유] (조선비즈 24.1.3.자)

이 기사에서는 태영건설이 처음 채권자들과 ‘자율협약’을 하려다가 협약에 이르지 못할 것 같자, ‘워크아웃’을 택한 것을 알려줍니다. 그러니까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회사가 택하는 첫번째 수단은 채권자와의 협의이고, 두번째 수단이 법에 따른 절차라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법에서는 기촉법에 의한 수단(워크아웃)을 먼저 고려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잘 안풀리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다음 기사를 한번 보겠습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2주의 시간은 벌었지만 채권단의 4분의 3 이상이 자구안에 만족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태영건설은 서울 성수동 오피스2 사업장의 PF 대출 480억원의 연장이 어렵다고 보고 워크아웃을 신청했는데 협의체인 PF 대주단 협약도 워크아웃처럼 채권자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이 된다. 정부는 오는 11일에 워크아웃 개시 협의가 부결되면 태영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신정 연휴 기간에도 잇따라 내부 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 대책 등을 준비했다. 법정관리는 금융채권뿐 아니라 상거래채권도 채무조정 대상으로 들어가 협력업체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규자금 지원도 제한적이다.” [태영건설 채권자 최대 600개···“4분의 3 동의 없으면 법정관리”](24.1.1.자 경향신문)

만약 워크아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태영건설은 법정관리를 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법정관리란 채무자회생법에 따른 ‘회생’을 말하는 것입니다. 만약 회생조차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라면 ‘파산’에 이르게 되겠지요. 따라서 앞서 말씀드린 ‘자율협약 → 워크아웃 → 회생 → 파산’의 순서로 우리는 도산의 체계를 잡을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구분은 대체적으로 채무자의 자력 등의 상태를 기준으로 구분한 것인데, 앞 단일수록 채무자의 자력 등이 충분하고, 뒷 단일수록 채무자의 자력 등이 적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채무자의 자력 등이 줄어들수록 상대적으로 채권자의 공간(권리)은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법의 표현을 보고도 알 수 있는데, ‘자율협약’이야 채무자와 채권자가 자율적으로 하는 채무조정 협약이므로 차치한다면, 기촉법에서는 채무자의 자력 상태를 ‘부실징후’라고 하고(2조 7호), ‘회생’에서는 채무자의 자력 상태를 ① ‘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고는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경우(=변제기에 있는 채무의 변제불능)’ 또는 ②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라고 합니다(34조 1항).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있다’고 하지 않고 ‘그 사실이 생길 염려’가 있다고 표현하는 것으로 보아도 ‘파산’보다는 채무자의 자력이 상대적으로 나은 상태를 상정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채무자회생법의 ‘파산’에서는 채무자의 자력 상태를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있는 상태’라고 표현한다(294조). 이는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상태(306조) 또는 지급불능 상태(305조)를 말합니다. 전자의 부채초과 요건은 법인에 대한 별개의 독립적 파산원인이 되므로 반드시 지급불능 상태에 이를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응한 <채권자의 권리>를 파악할 수 있는 법의 내용도 있습니다. ‘자율협약’은 마찬가지 이유로 차치해둔다면, 기촉법에서는 부실징후기업의 신청에 의해서 절차가 개시되지만(5조), ‘회생’은 채권자에게도 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 문을 살짝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만 (주식회사를 기준으로) 채권자의 경우에는 ①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이고(사유의 제한), ② 자본의 10분의 1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져야만 회생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34조 2항). 그러나 ‘파산’에서는 이러한 제한이 없습니다. 채권자는 그 채권의 존재 및 파산의 원인인 사실을 소명하기만 하면 파산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294조 2항).

다만, 이와 같은 구분은 이론적으로 타당하고, 전체적인 도산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실무적으로는 그 구분이 명확하지 않음도 알면 좋겠습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sohnho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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