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51-‘회생’ 입문: 신문기사로 읽는 ‘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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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51-‘회생’ 입문: 신문기사로 읽는 ‘회생’
  • 손호영
  • 승인 2023.12.2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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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OOO(회사)이 본격적인 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됐다. 서울회생법원 회생OO부…는 16일 OOO에 대한 회생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원이 별도의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OOO 대표이사가 법률상 관리인을 맡게 된다. 법원은 이달 30일까지 회생채권자, 회생담보권자, 주주 목록을 제출받은 뒤 다음 달 1일부터 14일까지 회생채권, 회생담보권, 주식을 신고받을 예정이다. 이어 회생채권 조사를 거쳐 8월11일까지 조사보고서를, 9월 15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받는다. 채권자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가결되면 법원이 이를 인가할지 검토하게 된다. 조사위원으로는 OO회계법인이 선임됐다. OOO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와 투자 협상 결렬, 부채 누적 등으로 경영난을 겪다가 지난달 23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OOO은 인수 예정자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공개 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확정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M&A(인수·합병)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

현재 ‘회생’을 다루는 기사는 이와 같은 식입니다. 여러 정보가 단숨에 제공됩니다. 위 기사를 보고, ‘회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무슨 뜻인지 단박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차분하게 뜯어 보면, 이 기사를 보고서 우리는 ‘회생’의 면모를 제법 엿볼 수 있고,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세 가지 정도를 들어보겠습니다.

첫째, 회생이 개시되면, 그때 이미 향후 스케쥴이 미리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스케쥴은 법에 따라 이 회사의 회생을 위해 절차를 차례차례 밟아가는 흐름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위 기사에서 밑줄 친 부분을 연결해보면 대략 이런 흐름을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회생개시→채권자목록 제출→채권신고→채권조사→조사보고서 제출→회생계획안 제출→법원의 인가”. 절차가 꽤 많다고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개시 당시 각 절차의 일정이 미리 모두 정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이 절차가 법에 체계적으로 잘 짜여져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각각의 절차가 가지는 의미를 파악한다면 ‘회생’을 보다 손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회생이란 단지 법 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 회계와 깊숙이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위 기사에서는 ‘매출감소’, ‘투자 협상 결렬’, ‘부채 누적’, ‘M&A’ 등의 개념이 등장합니다. 이는 단지 ‘법’의 관점에서만 가늠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영자의 관점, 재무담당자의 관점 등을 겸비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회사의 재기’, 즉 ‘회생’에 보다 온전히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회생에는 여러 플레이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위 기사에는 ‘관리인’, ‘조사위원’이라는 플레이어가 나옵니다. 기사에 미처 나오지 않았지만 ‘회생’ 사건을 진행할 때 핵심 플레이어인 ‘관리위원’도 있습니다. ‘회생’ 절차에서 단순히 채무자, 채권자, 주주 이외에 다른 여러 플레이어가 등장하는 이유(역할)이 무엇인지를 확인한다면, ‘회생’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OOO이라는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는 사실 이외에도, 위 기사는 생각보다 많은 ‘회생’의 얼개를 알려줍니다. 물론 이를 속속들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법률가)에게 남겨진 과제일 것입니다.

그런데 ‘회생’을 처음 공부할 때, ‘회생 절차’를 처음부터 순서대로 파악하는 것도 좋지만, ‘회생 계획’에 보다 주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즉, ‘회생계획(안)’에 집중하여, 이를 토대로 ‘회생’의 다른 절차를 이해하면 보다 체계적인 이해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회생계획은 회생절차에서 단계를 밟아 완성되는 결과물(목표물)이기 때문입니다. 회생계획은 미리 회사의 부채를 확정하고(채권자목록, 채권신고, 채권조사), 자산을 실사하며 향후 채무자의 현금창출능력을 확인한 뒤(조사보고서), 부채를 향후 어떻게 갚아 나갈지를 확정하는 것이므로(자금수지표 등), 회생계획은 앞 단계에서 이루어진 절차와 면밀히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금의 실무서에서는 절차를 처음부터 상세히 설명하기에, 독자로서는 ‘회생계획’에 다다르기 전에 힘이 빠지는 경우가 많고, 줄글로 설명하기에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실무서를 읽는 순서를 조금 바꾸어서 ‘회생계획’을 먼저 읽고 다시 처음부터 읽어나가는 것이 어떤가 생각도 해봅니다. 여기에 여러 판례를 곁들이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합니다. 어떤 분야에 익숙해지는 유용한 방법 중 하나는 여러 사례를 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회생’ 절차의 쳬계와 구조를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sohnho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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