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군사력의 또 다른 기능으로서 위신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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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군사력의 또 다른 기능으로서 위신경쟁
  • 신희섭
  • 승인 2023.12.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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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군사력은 왜 필요할까?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단순한 답은 이렇다. 적대국으로부터 국가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다. 즉 방어에 필요하다.

이 단순한 논리를 좀 더 체계화한 로버트 예술(Robert Art) 교수는 군사력의 기능을 4가지로 규정했다.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defence)’하는 것이 첫 번째다. 막강한 군사력을 이용해 상대국가가 도발하겠다는 의지를 ‘억제(deterrence)’하는 것이 두 번째다. 그리고 군사력사용을 위협해 상대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하게 만드는 ‘강제(compellence)’가 세 번째다. 마지막으로 군사력을 드러내 자신을 ‘과시(swaggering)’하는 것이 네 번째다.

국가 위의 어떠한 상위 권위체나 중재 기관이 없는 국제정치의 맥락에서 군사력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거나 상대에게 강제당하지 않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권력인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군사력이 좀 다른 맥락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위신이나 평판을 높이는 기능도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을 생각해보자. 러시아와 중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해서 실전 배치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탄도 미사일이 아닌데 음속의 5배가 넘고 운용 중 회피 기동이 가능하다. 빠르기도 하지만 회피가 되기에 방어 미사일로 요격하기가 어렵다. 이런 미사일은 상대적으로 미국의 군사력보다 약한 이들이 비대칭적인 무기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이 미사일로 미국의 항공모함을 공격해서 격침할 수 있다면 미국은 쉽게 항모 자산을 전개하기 어렵다. 즉 미국의 전략적 계산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미국도 전략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재개했고, 최근 미사일 발사에도 성공했다. 이제 러시아와 중국의 전유물은 아니다. 미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성공은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계산도 변화시킨다.

한편 다른 국가들 입장을 생각해보자. 이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이 무기 체계를 갖추려고 할 것이다. 혹시 있을지 모를 군사분쟁상황에서 적대국의 전략을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대국들은 다른 강대국을 상대로 실질적으로 군사력사용이 어렵다. 핵무기나 최첨단 재래식 무기의 파괴력이 높아 군사력사용에 따른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강대국 간 전쟁이 실질적으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력의 증대는 방어, 억지 기능뿐 아니라 위신을 높이는 기능도 한다. 미국, 중국,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확보는 단지 무기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 이 정도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국가라는 점을 알려준다. 다른 국가에도 알리지만 자국민에게도 알려주는 것이다.

“한국 군사력 몇 위?”라고 인터넷에 치면 글로벌 파이어파워라는 단체의 한국 군사력 순위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다. 핵무기 보유를 제외하고 한국의 군사력은 6위로 나온다. 한국이 5위와 싸울 것도 아니고 7위와 싸울 것도 아니지만 6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보고 뿌듯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전쟁에서 북한 탱크를 막지 못했던 역사를 기억하면 6위라는 군사 강국의 지위에 오른 것은 뿌듯한 일이다.

전쟁이 영화 속의 일처럼 느껴지는 세상에서 군사력은 사용재로서의 의미만이 아니라 사치재의 의미도 가지는 것이다. 명품을 가지는 것처럼 실제 사용하는 것보다 보유하고 있는 것에 느끼는 만족감이 있는 것이다.

코넬 대학의 스티븐 와드(Steven Ward) 교수는 국가들이 지위와 위상 경쟁을 하는 것에 주목한다.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것은 실질적인 안보 위협보다는 지위와 위상을 추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중국이 미국 패권에 대해 원하는 것은 자신의 위상과 지위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바이두 위성을 미국보다 더 정교하게 쏘아 올린다고 공개하는 것이나, 일대일로 사업에 전세계 150개 국가를 연루시키는 것이나, 또 석유결제를 위안화로 하게 만드는 것이 이해가 된다.

물론 강대국 간 전쟁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군사력의 전통적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군사력이 가진 지위와 위상 경쟁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군사력이 과거 왕들의 위신 경쟁에 쓰였던 것처럼 현대에도 군사력은 지위와 위상에 있어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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