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50-‘근로자’, ‘사용자’의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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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50-‘근로자’, ‘사용자’의 확정
  • 손호영
  • 승인 2023.12.2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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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노동 사건에서는 ‘근로자성’이 문제가 되는 사건이 많습니다. 근로자인지 여부에 따라 적용법리가 달라지기 때문이겠죠. 무엇보다 근로자가 된다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어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일 것입니다.

최근 사례에서도 이러한 ‘근로자성’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이돌봄 지원법에 따라 서비스 비용을 지원하되, 서비스제공기관을 지정하여 그로 하여금 아이돌보미를 두어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때 아이돌보미들은 과연 근로자인지 문제되었습니다.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다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및 연차휴가수당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법원은 우선 근로자성에 대한 일반 법리를 설시합니다. 자주 나오지만 한 번 더 새기면 좋을 것 같아 인용해봅니다(대법원 2023. 8. 18. 선고 2019다252004 판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과 같은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판례는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상세히 적고 있으니 이 기준에 비추어 사안을 각각 판단하면 충분할 듯 합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아이돌보미가 근로자라고 인정했습니다. 이유를 간략히 살펴보면, ① 우선, 아이돌보미들은 서비스기관과 활동 기간·장소, 활동 내용, 수당, 계약 해지 등 근로계약의 기본적인 사항이 포함된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였다는 점, ② 직무내용이 법에 규정되었고, 일종의 지침이 마련되어 있어 서비스기관이 아이돌보미의 업무수행을 지휘·감독해온 점, ③ 서비스기관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아이돌보미에게 해야할 것, 하지 말아야할 것을 직접적, 구체적으로 지시했고, 활동일지를 제출받으며, 정기적으로 간담회, 월례회를 개최한 점, ④ 근무시간 및 장소의 지정권은 최종적으로 서비스기관이 행사한 점, ⑤ 서비스기관이 아이돌보미에게 연계중지 등의 제재를 할 수 있었던 점, ⑤ 아이돌보미는 근무시간에 비례한 일정액을 보수로 지급받을 뿐 추가적인 이윤을 창출할 수 없었고 손실을 초래할 위험을 부담하지도 않았던 점, ⑥ 서비스기관은 아이돌보미에게 지급하는 수당에 대하여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아이돌보미를 4대 보험에 가입시키고 이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였던 점 등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추가적으로 누가 사용자인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인지, 아니면 서비스기관인지, 누가 의무를 부담하는지가 문제가 된 것입니다. 이는 계약당사자 확정의 문제인데, 대법원은 서비스기관의 설치, 운영자가 사용자라고 보았습니다.

즉, 서비스기관이 아이돌보미와 표준계약을 체결하고 이용가정을 배정하는 주체가 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보조금의 지급, 서비스기관의 지정 및 그 취소 등을 통하여 아이돌봄서비스 사업을 지원하고 서비스기관의 업무수행을 관리·감독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서비스기관 자체는 법인이나 비법인사단 등 권리·의무가 귀속되는 주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구 아이돌봄지원법이 아이돌봄서비스 사업을 수행하는 시설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니, 서비스기관으로 지정을 받는 주체인 ‘서비스기관의 설치·운영자’가 아이돌봄서비스 사업을 실질적으로 영위하는 사업주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입니다.

근로자성 쟁점은 계속해서 사건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최근의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언젠가 한번은 만날 쟁점이니 한번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sohnho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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