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268) / 소를 타고 소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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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268) / 소를 타고 소를 찾아라
  • 정명재
  • 승인 2023.12.15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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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 안전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아주 오래 전, 덕망 높은 스님이 어린 나에게 들려준 話頭(화두)는 “소를 타고 소를 찾아라.”였다. 나는 이 이야기를 오랫동안 생각하면서 지낸 것 같다. ‘소를 타고 있으면서 소를 찾으라니, 대체 무슨 말일까?’

세월이 지나 그리고 이런저런 세상일들을 겪으면서 살아오던 어느 날, 문득 이 화두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 바로 그 뜻이었구나.’ 그렇게 세상에 眞理(진리) 하나를 가슴에 새긴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생각과 고민 그리고 연민에 묻혀 지낸다. 지나온 과거, 마주하는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생각에 한 순간도 현재를 살지 못할 때가 많다. 다만, 현재를 살아라. 과거는 이미 지난 것이요, 미래는 겪어보지 않은 막연함이니 허망한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지금 존재하는 현재, 내가 서있는 이 자리에서 나를 찾아야 한다.

공부를 하는 것은 修行者(수행자)의 삶과 비슷한 점이 참 많다. 忍耐(인내)가 그것이요,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에 귀를 멀리하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서 길을 찾는 것이 그러하다. 누군가는 내게 말한다. “어찌, 그렇게 재미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요? 늘 책상 앞에서 책을 보고, 혼자서 고민하며 책을 쓰는 일이 재미없어 보이오.”라고 말이다.

공부를 재미있어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의무감에서 책상 앞에 앉아 본 적은 없다. 일에 몰두하고 나름의 계획을 세워 한 장 한 장 책을 펼치고 지식을 넓히는 일은 고통보다는 즐거움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 시작할 때의 막연한 두려움은 시간이 쌓이면 저절로 해결되는 것도 배웠다. ‘고독과 외로움’은 철학적으로도 심리학적으로도 크게 다르다. 외로움이 타인에게서 감정적으로 고립된 것이라면, 孤獨(고독)은 스스로 혼자 있는 시간을 선택해 이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폴 틸리히(Paul Johannes Tillich)는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는 말은 외로움이고,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은 고독”이라고 정의한다.

고독하다는 것은 기회의 시간이 왔음을 의미한다. 세상에 버려진 것처럼 힘겨운 시간을 보냈을 때, 믿는 사람에게 생각지 못한 배신을 당했을 때,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지만 도달하지 못했을 때를 생각해 보자. 단절된 세상에 혼자 남겨진 사람처럼 우두커니 멍하게 하늘을 바라보던 그때, 우리는 변화의 시간이 왔음을 직감한다. 외로움이 다하면 고독이 찾아오는 법이다. 고독하게 존재하는 모든 實相(실상)을 볼 수 있게 된다. 산 정상 바위틈에서도 생명력을 불어 넣는 소나무의 氣像(기상), 척박한 길 위에서도 주어진 삶을 영위하는 길고양이의 자연스러운 몸짓, 이른 새벽 야채장사를 위해 분주히 채비를 하는 주름진 손등을 보면서도 배우게 된다. 고독은 피해야 할 상대가 아니라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반드시 거치고 받아들여야 할 대상일 뿐이다.

우리의 근원적인 고통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이는 오직 나 자신밖에는 없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칼 융(Carl Gustav Jung)은 말한다. “당신의 꿈은 당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을 때 더 분명해질 것이다. 밖을 보는 자는 꿈을 꾸지만, 안을 들여다보는 자는 깨어난다.”라고.

우리는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며 타인이 아닌 나 자신과 사귈 줄 알아야 한다. 정서적 성인은 스스로를 멘토링(mentoring) 할 수 있을 때 완성되는 것이다. 소를 타고 있으면서 소를 찾는 것은 우습고 허망한 것이다. 이미 소를 타고 있으니 소는 내 곁에 있는 것인데 왜 소를 자꾸 찾으러 돌아다니는 것인지?

우리 삶의 여행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철학자 루소(Jean-Jacques Rousseau)는 말한다. “나에게 있어 고독만큼 좋은 벗은 없다.”라고. 현대 사회의 병리적인 현상은 집단화된 관계에서 나오기 때문에 스스로 선택한 고독은 더 이상 그런 관계에 나를 버려두지 않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살아갈 여정은 본래의 나를 찾기 위한 투쟁, 즉 自我實現(자아실현)이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사는 것이다.

수험생이 되면 철학자가 된 듯 스스로를 돌아보며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된다. 이를 세상 밖에서 보면 외로움으로 비칠 수 있지만 사실은 孤獨(고독)이다. 우리는 자신을 등불 삼아 지내는 것을 선택했고 그 시간 속에서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고요함을 얻을 수 있다. 세상은 시끄럽고 온갖 잡다한 뉴스는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그나마 수험생이 되어 세상의 번잡함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도서관이나 독서실 그리고 고독을 즐길 장소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소를 타고 소를 찾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내 안에 답이 있었다. 내 안에서 나를 찾아야 할 것을, 나는 그동안 나를 떠나 세상 밖에서 나를 찾느라 그 많은 세월을 허망하게 흘려보냈다.
 

바래진 기억, 바래진 사진 속에서 초롱초롱한 눈빛 하나 기억해 내야 한다.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게, 드넓은 대지에 다시 새길 희망을 안고 달려갈 거야, 너에게. 어머니는 나에게 늘 말씀 하셨다. “당당하게 살아라, 기죽지 말고. 얘야!”

수험생이 되어서 맞이하는 年末(연말), 조금은 외롭고 쓸쓸할지 몰라도 지금은 우리 자신을 고즈넉이 바라볼 시간이리라. 그대가 하고픈 일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음을, 그대는 언제든지 변화될 수 있는 기회를 품고 있으니 한번 용기를 내어보라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힘겨웠던 어느 날, 내게 용기를 준 것은 타인이 들려준 이야기가 아니었다. 내 안에서 울리는 묵직한 음성 하나 ‘넌, 할 수 있어! 그러니까 한번 해 봐!’ 그렇게 내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거울에 비친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며 바라볼 용기를 내던 그날처럼.

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 정명재 닷컴
2015년 지방직 일반행정직 9급 합격
2015년 국가직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6년 서울정부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근무
2016년 서울시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7년 국가직 교정직 9급 합격
2017년 지방직 도시계획직 9급 합격
2018년 지방직 수산직 9급 합격
2019년 지방직 건축직 9급 합격
2000년 국가직 조경직 9급 합격
‘직장인에서 공무원으로 갈아타기’ ‘공무원시험을 위한 코칭’ ‘장원급제 독학용 학습지’ 대표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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