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누가 한국에서 중도 유권자인가, 중도 유권자를 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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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누가 한국에서 중도 유권자인가, 중도 유권자를 모을 수 있을까?
  • 신희섭
  • 승인 2023.12.1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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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한국엔 중도 유권자가 얼마나 많을까? 한국에서 정당양극화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과연 중간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될까? 정당양극화와 중도유권자는 그리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되었다. 최준영, 김준석, 구본상 교수팀이 쓴 “중도적 유권자 : 탈정치적 구경꾼”이라는 논문에서 이들 공저자는 한국 유권자를 ‘이념’과 ‘정당일체감’이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구분했다. 한국정당학회와 애스티아이(STI)의 2022년 20대 대선 전후로 2100명에 대해 실시한 패널 조사에서 나온 데이터에 따른 분석인데, 그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유권자는 모두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째 유권자는 이념 성향과 정당 성향이 일치하는 유형이다. 보수-국민의 힘 또는 진보-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다. 두 번째 유형은 이념과 정당일체감 모두 중도 즉 이념적 중도이면서 무당파인 유형이다. 세 번째 유형은 하나씩만 중도인 경우이다. 즉 이념적 중도지만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무당파인데 이념적으로 진보와 보수의 성향을 가진 경우이다. 네 번째 유형은 이념과 정당이 일치하지 않는 유형이다. 진보-국민의힘 또는 보수-민주당의 선호를 보이는 그룹이다.

원래 논문의 취지는 두 번째 유형이나 세 번째 유형의 중도 유권자들을 구분하고, 이들 중도 유권자들의 선거 유동성(선거 시 지지 정당을 바꾸는 것)이 높아서 의미 있게 이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념과 정당일체감이란 두 가지 기준으로 유권자를 분류해 그 비율을 알려주고, 이들의 투표행태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것은 선거를 준비하는 정당이나 유권자 모두에게 유용하다. 정당은 전략을 짜기 좋고 유권자는 자신을 객관화해 볼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제공한다. 4가지 유권자 분류를 통해 기성 정당정치에 실망한 이들과 신생정당을 만들려는 이들에게 어떤 전략이 가능한지를 알려준다. 한국에 반드시 다당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기성정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많다면, 정치 개편 차원에서 신생정당은 신선함을 장착해주는 역할은 할 수 있다.

위의 연구에서 첫 번째 그룹은 진보-민주당 지지자(19.8%)와 보수-국민의힘 지지자(13.8%)로 전체 유권자 중에서 33.6%에 불과하다. 예상보다 적은 비율이다. 두 번째 그룹인 이념과 정당일체감이 모두 중도는 26.5%이다. 세 번째 그룹은 진보-무당파(7.6%), 중도-민주당 지지자(10.2%), 중도-국민의힘 지지자(3.3%), 보수-무당파(11.9%)이다. 모두 합치면 33%이다. 네 번째 그룹은 보수-민주당 지지자(6.1%)와 진보-국민의힘 지지자(0.9%)로 모두 합치면 7%이다.

위의 수치는 단순한 것을 몇 가지 말해준다. 첫째, 두 기준 모두 중도나 한 기준 모두 중도를 합산하면 59.6%나 된다. 민주주의가 다수의 지배라면 이들이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많은 주인이다. 현재 추진되는 정당 양극화가 다수의 중도 유권자들로 인해 유권자 차원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뜻이다.

둘째, 진보와 보수 성향은 있지만, 현재 정당이 맘에 안 드는 사람이 19.5%나 된다. 이들은 투표할 여지가 높다. 다만 정당이 현재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셋째, 보수를 지지하는 데 민주당을 지지한 유권자(6.1%) 중 일부는 정당으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것이다. 이 역시 뼈를 깎는 정당개혁만이 이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다.

복잡한 이야기로 마무리하겠다. 정치무관심에 대한 초기 연구자인 해롤드 라스웰은 아예 정치에 관심이 없는 ‘무정치적’ 태도와 정치에 관심은 있지만 실현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실망스러운 ‘탈정치적’ 태도와 무정부주의자처럼 정치를 거부하는 ‘반정치적’ 태도를 분류했다. 고전적 분류에 비춰보면 두 번째 부류는 무정치적 태도에 가까운 듯 보인다. 반면 세 번째 부류는 탈정치적 태도에 가까운 듯 보인다. 정치에 관심은 있지만, 실현가능성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실현가능성 있는 정책이나 가치제시가 세 번째 부류의 중도를 모을 수 있는 지점이다.

다음의 조건이 충족되는 듯 하다. 기존 양당이 유권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선거 마지막까지 선택을 주저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특정 이념으로의 정치 성향은 이미 정해져있다. 이런 경우들을 차별화하면 중도를 위한 정당도 가능할 듯하다. 그러면 이번 선거는 좀 더 볼만한 경쟁이 되지 않을까!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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