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학자들 “70년 묵은 형법, 전면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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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법학자들 “70년 묵은 형법, 전면 개정해야”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3.12.14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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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사법학회·연세대법학연 ‘형법 개정의 쟁점’ 학술대회
참여전문가들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시대정신 등 반영해야”
현행 문제점 개선...전면개정 위한 형법개정연구위원회 발족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형법이 그 사회의 명함이라면 70여 년 전 만들어진 한국사회의 명함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음은 시대착오적이다…21세기 인공지능 시대, 국민적 필요에 맞게 전면개정하되...죄형법정주의의 명문화, 조문체계의 정비, 구성요건·위법성·책임 관련규정의 정비 및 형벌에 대한 정비 등 주요 규정에 대한 개정과 함께 비대칭적 형사특별법도 형법으로 통합해야 한다...”

한국형사법학회(회장 이주원)와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원장 심영)이 지난 9일 「형법 개정의 쟁점」을 주제로 공동개최한 [2023년도 한국형사법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오후 연세대학교 광복관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형법의 전면개정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상훈 차기회장(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로스쿨)은 ‘형사법학의 위기와 형법개정연구위원회의 운영방향’의 기조발표에서 “현행 형법은 6.25. 전쟁 중의 혼란 속에서 급하게 제정된 후 부분개정만을 거쳐왔다”면서 “21세기 인공지능 시대에는 국민적 필요에 맞게 전면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한 교수는 “형사법학회는 형법개정연구위원회를 발족한다”며 그 취지와 배경을 강조했다.
 

한국형사법학회와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이 지난 9일 「형법 개정의 쟁점」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공동개최한 가운데, 참여전문가들은 70여 년된 형법의 전문개정에 뜻을 같이 했다. / 한국형사법학회
한국형사법학회와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이 지난 9일 「형법 개정의 쟁점」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공동개최한 가운데, 참여전문가들은 70여 년된 형법의 전문개정에 뜻을 같이 했다. / 한국형사법학회

김성돈 교수(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제1세션 ‘형법개정의 경과와 기본방향’이란 발표를 통해 “한국전쟁의 포연이 가시지도 않은 시기 급조된 형법전이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70여 년 동안 한 번의 전면적 개정 없이 그때그때의 개정 필요성에 부분적 손질만으로 버텨왔다”며 전면개정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형사입법에 비판역할과 자문역할을 동시에 감당해야 할 형법학의 자기 이해를 기반으로 삼아, 입법자가 변화된 사회현실과 시민들의 바뀐 법의식을 반영한 정당하고도 합리적인 형법전을 만들기 위해 요구되는 ‘형법개정을 위한 10가지 기본방향’을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강혁 법제사법정책조사관(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은 “새로운 영역에서의 형사처벌의 필요성 및 사회적 중형 요구 등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형사특별법이 양산됐으나, 수범자인 국민의 형사법규범 내용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저해하고 법정형 가중에 따른 양형불균형과 과잉처벌 논란을 야기하는 문제가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조사관은 “따라서 형법으로의 통합을 위한 대상선정 기준 및 원칙 마련이 필요하고 형법 전면개정 추진의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입법자와 형법학의 공동작업 등 추진체계에 대한 면밀한 로드맵 마련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미 수원고등법원 판사 또한 형법전면개정 및 특히 형사특별법의 형법으로의 통합 필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했다.

이 판사는 “형법 및 형사특별법의 체계 정합성에 부합하도록 각 구성요건 정의 규정을 통일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가중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형사특별법상 범죄들의 법정형(특히 하한)이 형법상 기본범죄들과 비교해 피해법익의 경중에 따라 재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또한 “처벌 강화라는 경향성에 비례해 절차적 보장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형법개정과 함께 형사소송법 절차 개선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승이도 헌법연구관은 형법개정 과정에서 개정될 조항의 위헌성 여부를 미리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형사실체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심사될 경우 실무적으로는 명확성원칙, 책임주의원칙,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원칙,형벌체계상 균형과 평등원칙, 형벌불소급원칙, 과잉금지원칙이 주로 문제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불합치로 이미 효력을 상실한 낙태죄 조항을 개정해 태아 생명 보호의 법적공백을 보충하고,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친고죄로 개정함으로써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인한 위헌성을 감소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정아 검사(법무부 형사법제과)는 다중피해 재산범죄에 대한 법정형 불균형 문제에 우선 주목했다.

현행 형법상 사기죄는 징역 10년 이하에 해당해 경합범 가중을 하더라도 법정 최고형이 15년에 불과한 반면 특정경제범죄법상 특정재산범죄의 경우 이득액에 따라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어 전세사기 등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여 피해가 더 심각한 중한 범죄를 오히려 가볍게 처벌하는, 처벌의 불균형이 발생하므로 이득액을 합산해 가중처벌할 수 있는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전자문서 위조 및 행사죄의 처벌공백 문제도 꼬집었다. 이 검사는 “전자문서의 문서성을 부정하는 판례의 입장에 따라 전자문서를 위조한 경우 처벌이 불가능하지만, 현재 전자문서법이 시행돼 전자문서의 법적 효력이 동일하게 인정되고 있다”며 “형사절차전자화법 시행에 대비해 입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진 제2세션에서도 형법의 전면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김혜정 교수(영남대 법전원)는「형법총칙 개정의 필요성과 주요쟁점」이란 발표에서 형법에 대한 전면개정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했다.

김 교수는 “1953년 제정된 이후 70년이 지난 우리 형법이 그동안의 사회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형사특별법을 통해 대응하다 보니 많은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미 한국형사법학회에서 1991년, 2008년, 2010년 개정시안을 마련한 바 있으나, 그 결실을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번에는 죄형법정주의의 명문화, 조문체계의 정비, 구성요건·위법성·책임 관련규정의 정비 및 형벌에 대한 정비 등 주요 규정에 대한 개정준비작업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류전철 교수(전남대 법전원)는 제3세션 「형법각칙 개정의 필요성과 주요쟁점」 발표에서 “형법 제정 70주년을 맞이해 사회구성원들의 가치관과 사회현실의 변화를 형법각칙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형사규범이 실효성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현행 형법각칙 중 불합리한 규정들을 정비하기 위해서 형법각칙의 전면적 개정작업이 필요하고, 특히 AI에 기반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시대정신을 반영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규정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성규 교수(한국외대 법전원), 한상규 교수(아주대 법전원), 홍승희 교수(원광대 법전원), 이윤제 교수(명지대 법학과), 김정환 교수(연세대 법전원), 최준혁 교수(인하대 법전원)가 토론자로 참여해 형법 개정의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한편, 이어 개최된 총회와 학술상 시상식에서는 류전철 전남대 교수가 정암학술상을, 김웅재 서울대 교수, 김면기 경찰대 교수, 장진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가 신진학술상을 받았다.

앞서, 이주원 한국형사법학회장(고려대 법전원 교수)은 개회사에서 “학회는 법무부 차원의 향후 형법개정 관련 위원회 활동에 대한 학술적 지원 또는 정부의 개정안에 대한 학회 차원의 대안 제시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 “학회의 힘은 축적된 학문적 역량에서 나온다”며 형법개정의 공감대와 학회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신동운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허일태 동아대학교 명예교수, 오영근 한양대 명예교수 등 학계 원로 교수와 형법학자, 실무가 1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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