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행정고시 재경직에 합격한 이지연입니다. 수험생활 중에 합격수기를 읽으면서 그분들을 막연히 동경하곤 했는데 제가 수기를 쓰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수기를 쓸 자격이 있는지 걱정도 됩니다. 수기를 쓰신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할 때면 부러운 마음이 앞서서, 그분들이 너무 겸손한 척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쓸 기회가 주어지니 저 자신이 부족한 면이 많음을 스스로 알고 있고, 또 제가 겪은 많은 시행착오가 부끄럽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저의 수기를 타산지석 삼아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기계공학부를 전공하여 행정가가 되겠다는 결심만으로, 사전지식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진입하였습니다. 기술직에 도전할까도 생각했지만, 유니스트에는 고시반이 없었고 학원 강의도 보편화되지 않아서 정보 면에서 불리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전공 공부는 열심히 하였으나 장학금을 유지하기 위함이었을 뿐 흥미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하기 싫은 전공 공부 성적도 잘 나오는데 새로운 공부를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재경직에 도전하였습니다. 하지만 넘치는 패기와는 달리 최종 합격하기까지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걸렸습니다.
시행착오에서 찾은 합격의 열쇠, PSAT 독해력 강화
개별적 문제 파악과 맞춤형 연습, 합격의 핵심 전략
□ 1차 시험(피셋)
1차 시험에 계속 낙방하다가 겨우 극복하여 그 후 네 번째 2차시험에서 합격하였습니다. 저는 일단 자신의 피셋 수준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는 것이 급선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경우, 사람마다 출발선이 다른데 이를 간과하고 보통의 학원 커리큘럼과 공부량에 따라 1차 공부하여 몇 년간 2차 시험장에 들어가지 못했던 것이 수험기간이 길어지는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언자상 모두 행시생들이 많이 듣는 강의를 듣고 3개년 치의 모강을 풀었으나 매번 처참하게 낙방하였는데, 어정쩡한 언어논리 점수와 50, 60점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판단이 문제였습니다. 자료해석은 다들 듣는 강사의 인강을 듣고 시키는 대로 열심히 연습하면 합격에 지장 없는 점수대로 올리기 수월하지만, 상황판단은 소수 강사의 강의도 들어봤으나 시험장에서는 죽을 쑤었습니다. 행시는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패배감에 젖어 들기도 하였고 실제로 몇 달간 때려치우고 공기업 준비를 하였으나, 자소서를 쓰다가 행시에 진입했던 이유를 각성하고 다시 초심을 찾고 행시 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 제 문제를 냉정히 다시 분석했습니다. 시중 커리큘럼이 통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대부분의 행시 준비생들이 가지지 않은 저만의 고유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 문제는 근본적으로 독해력 부족이었습니다. 대학 시절 모든 교재가 영어였기 때문에 필요한 수식이나 그래프만 발췌독하였고 독서와 거리가 멀었기에 독해력이 형편없었습니다. 그런데도 한자는 잘해서 단어 뜻을 유추하는 데 능숙하여 언어논리 점수는 그럭저럭 나왔는데 이로 인해 심각한 독해력 수준을 인지하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하루에 10문제밖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언어와 상황판단의 행시·입시·민간경력·리트·미트·디트 기출문제를 저 스스로 완벽히 이해될 때까지 천천히 여러 번 읽고 풀며 1년 내내 매일 연습한 끝에 드디어 피셋을 통과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문장 단위로 끊어 읽고 이해가 되는지 확인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멋대로 오해하는 문장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냥 글자를 눈에 바르고 지나가서 문맥대로 유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정확도가 높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그간 독서를 많이 한 것도 아니어서 저만의 유추는 틀리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러한 습관을 교정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익숙해진 후에는 문단을 읽고 잠시 멈춰서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였습니다. 나중에는 웬만한 지문의 경우 한 번 읽고 나서 다시 지문으로 돌아가지 않고 선지를 읽고 답을 고르는 정도까지 도달하였습니다.
이러한 연습은 언어논리뿐만 아니라 처음 보는 조건을 주고 이를 토대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판단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그간 상판 시간에 긴장을 많이 해서 머리가 굳는 줄 알았는데, 그냥 독해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조건을 읽어도 머리에서 튕겨 나가는 것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상황판단의 경우 비상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잘 풀리는 경우가 있겠지만, 그냥 차분히 읽고 꼼꼼히 조건을 검토해서 답을 고르기만 하면 되는 경우가 태반이고 이는 어려운 퀴즈에도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소양이기에 독해력이 일정 수준 오르면 상황판단 점수가 합격에 지장을 받지 않는 수준까지 오르는 거 같습니다. 이후에는 학원 강의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여 문제만 구해다가 풀어 실전에 대비하였고 4번 연속으로 PSAT을 통과하였습니다. 대단히 높은 점수가 아니고 지방인재 혜택 없이 3∼4문제 위로 붙는 수준이기에 부끄럽지만, PSAT에 고전하고 계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자세히 언급하였습니다.
법률저널 PSAT 모의고사는 각 지역의 광역시에서도 열리고, 대구에서는 시내 한복판 영어학원에서 시험이 치러져 기분전환 겸 올해는 제5회∼제10회 법률저널 PSAT 모의고사를 치러 갔습니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라는 말처럼 실전과 유사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고 많은 표본에서 자기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며 각 문제의 정답률도 확인할 수 있어 똑같이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대다수 사람이 맞추는 문제를 보고 전략을 수정할 수도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올해 법률저널 모의고사에서 운이 좋게 장학금을 받았지만, 실전에서는 평균 90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아 모의고사 결과에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고 실전과 유사한 환경에서 새로 세운 전략이 잘 통하는지 시험해볼 좋은 기회로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진입할 때 자신의 PSAT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기출을 풀고 스스로 파악한 후 실력이 부족한 경우라면, 언젠가 오를 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PSAT에 대한 투자를 미루지 말고 적극적으로 PSAT 점수를 올리려고 노력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실제 시험장에서 받은 점수를 본 후에는 스스로가 남들이 웬만큼 투입하는 노력을 적게 투입한 것인지, 지금 방식대로 투입을 늘리면 극복할 수 있을지, 자신만의 고유한 문제는 무엇인지, 시험장에서 무슨 생각으로 그것을 답으로 골랐는지 등을 냉정히 파악하여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2차 시험
1차 시험만 통과하면 2차는 한 번에 뚫어주리라 생각했으나, 2차에서 세 번 낙방한 후에 비로소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 모두 통계학이 20점대였던 것이 불합격의 주원인이었습니다.
경제학 높은 점수 비결은 이론적 이해와 실전 적용
○ 경제학
어려운 시험의 경우에는 답을 맞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올해와 같은 쉬운 시험의 경우에는 답을 맞히는 것은 기본이고 함의를 잘 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매년 경제학은 합격에 지장은 없으나 합평(합격자들의 평균 점수)에 살짝 못 미치는 정도의 점수로 재경직 내에서 경제학이 특출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처음 진입 때 예비순환부터 1,2,3순환 모두 들었고 이후에는 강의를 거의 듣지 않았습니다. 장수생이라 그간 「경제학 연습책 미거시」를 비대면 스터디를 통해 두 번 돌렸고 미거시 「step2,3」를 여러 번 보았으나 함의를 잘 쓰지 못하고 답 구하는 것에만 급급하고 직관적인 이해가 부족하였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올해는 「김영산·왕규호 저 미시경제학」과 「조장옥 저 거시경제학」을 읽고 연습문제를 풀고 step3를 풀었습니다. 올해는 혼자 하다가 진도가 늘어졌던 경험이 있어 3순환 강의를 빠르게 듣고 예·복습하였습니다.
올해 예상보다 높게 95.66점을 받았는데 2문에서 위험기피자의 경우 위험부담과 유인설계 간의 상충이 있는 것과 달리 이 문제는 위험중립자이고 그에 따라 위험과 유인설계 간 상충이 일어나지 않음을 언급하였던 것이 좋은 인상을 준 것 같습니다. 이는 대략 step3에도 나와 있으나 김왕저 미시경제학을 통해 자세히 이해해 둔 것이 답안에 현출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3문의 경우 모 강사가 올려주신 답과 비교하여 그래프 기울기는 모두 같았으나 미세하게 그래프의 정적 위치가 모두 달라 높은 점수를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밖이었습니다. 4문의 경우 「국제경제학 모의고사 zip」을 시험 전에 며칠은 두 바퀴 돌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모형인 듯 보였으나 기호만 다를 뿐 익숙한 모형이었고 이 모형의 경우 상식적 예상과 다르게 재정정책이 완전히 구축됨을 언급하고 통화정책의 효과도 언급하고 먼델-플레밍 모형의 한계를 간단하게라도 언급한 점을 좋게 보시지 않았나 합니다.
암기와 쟁점 이해를 통한 대비가 효과적인 전략
○ 행정법
다른 과목에 비해 재미있게 공부하여 항상 합평 이상의 점수를 얻었고 올해는 52.66점을 받았습니다. 저는 「워크북」으로 수업하시는 강사님의 수업을 매우 좋아하였고 새로운 판례를 습득하기 위해 매년 3순환을 듣고 「쟁점과 암기」라는 암기장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진입 때에는 강의를 듣고 모의고사를 복습하는 것으로도 벅찼지만 한 번 제대로 이해해 둔 후에는 3순환 기간에 바짝 암기하고 답안을 썼습니다. 서브 노트를 작성할 정도의 인내심과 꼼꼼함이 제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쟁점과 암기」을 타이핑하며 암기하였습니다. 올해 3순환 기간에는 강제성을 위해 비대면 인증 스터디를 통해 3순환 모의고사와 추가로 나눠주시는 2순환 모의고사 답안을 작성했습니다.
일단 쟁점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고 암기한 학설과 판례 및 검토 문구를 열심히 바르고, 포섭에서 참조 조문과 법전 조문을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주효한 것 같습니다. 쟁점 파악은 2,3순환 모의고사를 꾸준히 치르고 「행변사기」나 「워크북」내 기출 사례에서 해설을 가리고 목차만 잡는 연습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기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법전을 곁에 두고 자주 찾아보고 학설과 판례, 검토를 지겹지만, 성실히 암기하였습니다.
저는 올해 다소 아쉬운 점수를 받았고 정답이 무엇인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올해 시험에서 제가 쓴 내용을 언급하겠습니다. 1문에서 처분의 대상, 원처분주의, 변경된 원처분 논의, 형식적 당사자소송, 가처분 등을 언급하였고 2문에서 형질변경허가가 재량행위임을 언급하였으나 행정규칙임에도 법령보충규칙으로 잘못 보았고 형질변경불허가처분이 적법하다고 썼습니다. 재량처분의 위법성 판단을 부실하게 작성하여 감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3문의 경우 조례제정대상으로 보았고 조례제정에서 법률유보원칙은 합헌이지만 사례에서는 주민에게 침익적이지도 수익적이지도 않아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썼고 법률우위원칙에서 지방자치법 제4조를 언급하고 이를 근거로 주민투표를 거치지 않은 기관구성은 법률우위원칙에 반하여 조례가 위법하다고 하였습니다.
행정학 시험 대비 전략, 기본 이론의 숙달과 응용
○ 행정학
올해 점수는 55.66이었고 매년 40점대 후반~50점대 초중반을 맞았습니다. 3순환 기간에 제 나름으로 열심히 암기하고 시간을 투자하였으나 매년 그냥저냥의 점수를 얻어 행정학 관련하여 말씀을 드리기가 민망합니다. 그냥 참고만 부탁드립니다.
처음 진입 시에 예비순환을 들었으나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수업내용 필기와 「재미있는 행정학」을 펼쳐놓고 제가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형으로 정리해서 쓰고 ‘재행’을 봐도 이해가 안 가면 인터넷에 검색한 후 보충하여 의도치 않게 서브 노트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제 언어로 내용을 스스로 이해하게 되어 이후 학원 수업을 따라가거나 ‘재행’을 읽는 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매년 계속 서브 노트를 업데이트하기 힘들어서 나중에는 강의 필기 노트 위주로 보았습니다. 기본적인 내용을 암기하고 이해하는 것도 벅차서 남들과 차별화되는 사례를 준비하기보다는 교과서나 강의에 등장하는 사례만이라도 현출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올해도 새로운 경향을 따라가기 위해 3순환 강의를 인강으로 수강하였고 3순환 필기 노트를 베이스로 암기하며 스스로 이해가 부족한 부분은 교과서를 참고하여 마무리하였습니다. 교과서는 「재미있는 행정학」, 「김정인 저 인간과 조직을 위한 행정학」, 「표와 도식으로 정리하는 기본행정학」을 참고하였습니다.
올해 시험의 경우 1문에서 Wolf의 정부실패 네 가지를 언급하였고 소문제에서도 이를 연관 지어 열심히 서술하였지만 소문제 3번에서 혁신 방향을 너무 두루뭉술하게 서술하여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문제 그대로 ‘방향’만 구체적인 대안없이 3가지 목차로 나누어 쓰고 황급히 마무리하였습니다.
나머지 2문과 3문은 엽관제와 가필드 대통령, 기회균등 등 외운 바를 열심히 서술하였습니다. 매년 2문과 3문은 열심히 암기하면 대비할 수 있었지만, 저는 50점짜리 1문에서 매번 큰 어려움을 겪어서 이 부분은 딱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 재정학
경제학이 근간이 되어 공부 과정 자체에서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지만, 합격을 위해 고득점을 받아야 한다는 심적 부담과 행정학다운 서술 암기 부담으로 인해 만만치 않은 과목이었습니다.
저는 작년에 78점이었지만 올해 쉬운 난도에도 불구하고 79점을 받아서 합평(합격자들의 평균 점수)보다 낮습니다. 올해는 3문을 제외하고는 난도가 높지 않았지만 저는 3문의 마지막 소문제를 잘못 이해하였고 다시 제대로 보았을 때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최적 균형 (5,5,5)이 가능하다고 쓰고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가 제가 생각해도 부실하여 저 점수를 얻은 것 같습니다.
올해는 3순환을 듣고 「재정학 모의고사 zip」을 풀고 암기를 조금이라도 쉽게 하고 ‘불의타’를 대비할 겸 「임봉욱 저 공공경제학」을 얇게 요약한 모 강사의 「재정학 마인드」 교재를 타이핑하여 빈칸을 뚫어놓은 저의 서브를 풀었습니다. 재작년이나 작년과 같이 서술 비중이 높은 시험에서는 효용이 있었으나 20년이나 올해와 같이 답을 구하는 것이 중요한 시험에서는 별로 쓰임이 크지 않았습니다.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 계산 실수 극복과 이론 이해
○ 통계학
올해는 44.66점을 받았으나 통계학은 기계공학도로서의 자부심에 큰 스크래치를 준 과목입니다. 시험장에서 거듭되는 계산 실수와 점점 어려워지는 시험 난이도에 대한 대비 부족으로 3년 연속 20점대에 머물러 2차 합격의 발목을 잡혀 선택과목을 국제경제학으로 바꿔야 하는지 고민하기도 하였습니다. 작년에는 「남몰래 선택하는 통계학」 기본서와 암기장을 보고 「전명식 저 수리통계학」과 「주관식 통계학 심화편」도 열심히 푸는 등 투입을 늘렸으나 또 20점대를 받아 전략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작년에 내린 결론으로 저는 계산에만 치중했고 통계적 직관이나 계산 결과가 나타내는 통계학적 의미에 무관심하고 이해도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산 실수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이기도 하지만, 계산 결과가 통계학적 상식에 부합하는지 걸러낼 직관이 없었기에 틀린 답을 그대로 제출하였습니다. 작년과 재작년 합격수기를 참고하여 모 학교 학생들이 많이 본다는 「호그(Hogg)저 수리통계학 개론」과 웹사이트에서 솔루션을 구매하여 작년에 2차 탈락 이후부터 매일 일정량을 꾸준히 풀었습니다. 이후에는 「주관식 통계학 심화편」을 다시 개념을 생각하면서 세 번 풀고 모 강사의 2순환과 3순환을 듣고 교재인 「수험통계학 연습책」을 풀었습니다. 막판에는 기본적인 개념이나 공식을 다시 봐두어 실수하지 않으려고 하였습니다.
□ 3차(면접)
2차 합격 문자를 받고 다음 날 서울 고시촌으로 올라가 한 달간 원룸을 잡고 면접스터디에 들어가 면접을 준비하였습니다. 사투리로 스트레스를 받았으나 이는 중요하지 않았고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여 말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였습니다. 말주변이 그리 좋지 않고 내향적이라 걱정되어 학원 면접 수업에 등록하였고 스터디 2개에 가입하였습니다. 학원에서 찍어준 제 발표 영상을 보면서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스터디를 진행할수록 예상 질문과 발언 수준이 일정 수준으로 수렴하게 되고 면접 자체보다는 2차 성적이 더 중요한 만큼, 면접을 너무 심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으리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면접에 임하였지만, 오전 면접에서 압박이 심하여 오후에는 챙겨간 인데놀을 한 알 더 먹었습니다.
□ 공부장소와 시간, 필기구
고시촌에서 잠시 공부하기도 하였으나 음울한 분위기와 함께 덩달아 저도 예민해지는 것 같고 독서실에서 조용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너무 심해져 책장을 넘기는데도 조심조심 넘기다가 가슴이 답답하여 본가로 내려와 방에서 공부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자제력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기에 타임랩스(또는 하이퍼랩스) 스터디를 꾸려 벌금을 걸어 비대면으로 감시받도록 하였습니다. 캠스터디(실시간 비대면 스터디)도 해보았으나 제가 다른 사람의 공부하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고 괜한 경쟁심으로 인해 가슴이 답답해져, 120배속 정도로 제 공부 모습을 핸드폰으로 촬영하여 매일 밤에 서로 올리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작년 2차 불합격 발표 후 9개월간 월∼토 매일 순 공부 시간 9시간 이상으로 공부하기로 규칙을 정하였고 스터디 장으로서 도중 그만둘 수 없었기에 꾸준한 공부 시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요일에는 늦잠을 자고 좋아하는 동네 카페에 혼자 가서 기분을 전환하고 저녁에 부족한 부분을 조금 보충하였습니다. 연애는 대학 시절부터 하였으나 남자친구도 다른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된 후 최근 몇 년간은 1년에 9번 정도밖에 만나지 못하였고 매일 점심과 저녁 후, 자기 전에 잠깐씩 전화로 안부를 물어보았습니다.
필기구는 사실 그다지 차이를 느끼지 못하여 저렴하고 부드러운 모나미 FX 153 0.7을 썼고, 수정테이프는 plus WHIPER MR을 썼습니다.
□ 건강관리
본가에 내려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동네 헬스장에 꽤 오래 다녔지만 정 많으신 어르신들이 별 뜻 없이 나이, 직업을 물어보시는 것에 괜히 스스로 상처받아 그만두고 RunDay라는 조깅 어플을 깔아 주 3회 동네를 달리곤 하였습니다. 체력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일정한 생활방식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점을 유념하고 비대면 기상 스터디를 하였고 식사를 일정한 시간에 세 끼 꼬박꼬박 먹고 자세를 바르게 하여 앉아있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영양제는 칼마디(칼슘마그네슘비타민D)와 비타민B복합제와 밀크씨슬을 꾸준히 먹었습니다.
□ 감사의 말
가장 먼저, 성격 예민한 딸이 집 한쪽에서 종일 공부한다며 조용조용 생활하시고 탈락할 때마다 불합격한 사실보다 제가 슬퍼하는 것에 더 마음 아파하시며 제 눈치 보시느라 고생하신,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고 끝까지 저를 믿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시험에 떨어지든 붙든 변함없이 저를 좋아해 주고 항상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잃지 않게 해 준 재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누나의 칩거 생활을 걱정하여 응원해준 든든한 동생 태훈, 그리고 오랜 기간 진정으로 응원해주신 가족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친구 슬과 기범, 소영, 혜수, 휘영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얼굴은 본 적 없지만 9개월간 성실하게 꾸준히 참여하며 서로 응원해 준 타임랩스 스터디원들과 ‘평균 93년생 면접스터디’원들, 먼저 공직에 진출한 지영씨, 그 외에 저를 응원해주시던 많은 분께 감사드립니다. 혼자 힘만으로 이루어낸 것이 아님을 기억하고 부끄럽지 않은 공직자가 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지연(31)·2023년 5급 공채 재경직 합격·법률저널 PSAT 제17기 인재상 수상·포항제철고· 유니스트 기계신소재공학부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