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는 하루도 고요한 날이 없다. 매일같이 비바람이 불고 폭풍이 친다. 국민은 이런 정치에 때로 진저리를 내며 손사래를 치지만 때로 그 변화무쌍함에 끌려간다. 마치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처럼 국민은 입으로 욕을 하면서도 날마다 벌어지는 극사실 드라마에 마음을 뺏긴다. 코미디 프로가 거의 모두 사라지고 실패한 원인이 코미디보다 정치가 더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하니 한국 정치가 얼마나 드라마틱한 지를 능히 알 수 있다.
한국의 정치 코미디의 중심에는 웃기는 정치인들이 꽤 많다. 그중에 하나는 이준석이다. 이준석은 적어도 정치 코미디계 주연 배우 중 하나다. 이준석은 그의 시알리스, 메기구이 등의 일화와 어우러진 성 상납 코미디로 유명 정치 코미디언이 되었다. 이준석은 성 상납, 증거인멸, 무고라고 하는 신기를 변화무쌍하게 사용하며 욕을 먹어가며 악당 인지도를 높였다. 젊은 당 대표의 성 상납 등 권력 갑질은 이준석에 대한 극혐오 층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이준석 안티팬을 대거 만들어냈다. 또 이준석을 옹호하는 쪽은 이준석을 부추겨 여당을 분열시키려는 작전을 전개하길 원했고 그 와중에 이준석에게는 사생팬이 대거 생겨났다. 그렇게 그는 소위 잘 팔리는 배우가 되었고 여기저기 라디오, TV, 유튜브를 돌아다니며 코미디언 대신 국민을 웃기고 있다.
송영길 또한 정치 코미디계의 주연급 배우다. 그가 사뭇 진지하게 내뱉는 허언은 국민을 실소하게 한다. 그는 나름대로 자신만의 정의로 무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가 한 행적을 보면 그 엉뚱함과 허술함에 혀를 차게 된다. 그는 2000년경 5.18, 전야제에 룸살롱에 가서 술을 마셨다는 비난에 대해서 룸살롱이 아니라 단란주점이었다고 강변하고 자신은 선배들한테 얻어먹었을 뿐이라고 변명한다. 그는 또 베트남에서 벌인 기상천외한 행동으로 얻은 ‘송트남’이라는 별명으로 뭇사람들에게 조롱거리가 되는 방법으로 사람들을 웃기고 있다. 그는 또 민주당 대표 경선 당시 불거진 돈 봉투 의혹에 대해 자신의 측근들이 모두 구속이 되었는데도 자신은 억울하다며 검찰 출두 쇼까지 벌이고 심지어 빨리 불러주지 않으면 검찰청에 텐트를 치겠다며 강짜를 부리는 방법으로 사람들을 웃긴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어린놈’, ‘건방진 놈’이라며 쌍욕을 해대는 등, 마치 서부영화의 악당 같은 모습을 마음껏 뽐내며 코미디 중에서도 그 어렵다는 슬랩스틱 코미디까지 선보이는 데 성공한다. 이렇게 노력을 아끼지 않은 끝에 송영길은 국민의 썩소를 유감없이 끌어내는 블랙 코미디계의 일인자가 되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대한민국 정치 코미디의 대부는 이재명이다. 이재명은 ‘방탄쇼’라고 하는 획기적인 분야를 개척했다. 이재명은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정치적인 방법으로 막기 위해 정치를 방탄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그 시작은 일단 비겁한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그는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자신의 정치적 터전인 성남을 버리고 인천 계양까지 도망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자라니까 당 대표가 되고 당헌·당규까지 바꿔버렸다. 원래는 당 대표가 기소되는 경우 그 직에서 물러나게 되어 있었으나 자신이 기소될 것을 대비해 당헌·당규까지 바꿔버린 것이다. 그는 또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던 불체포특권 뒤에 숨었고 그것도 안 되니까 명분 없는 단식까지 했다. 이러한 이재명의 대담한 범죄극과 처벌을 피하고자 그가 펼치는 현란한 방탄 기술이 날것 그대로 보도되며 국민은 정치 사실극이자 정치 코미디를 보기 위해 채널을 고정했다. 특히 요즘 이재명이 발군의 실력을 드러낸 ‘미스터리 스릴러’는 사람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으며 대박의 조짐을 보인다.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관련된 인물들이 5명이나 잇달아 죽어 나가더니 급기야 이재명에 대해 불리한 진술을 쏟아내고 있는 유동규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이재명은 정치 미스터리 스릴러 분야의 흥행 보증 수표가 되었다.
하여튼 대한민국 정치는 코미디보다 재밌고 미스터리 스릴러보다 쫄깃하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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