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48-은퇴는 없다
상태바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48-은퇴는 없다
  • 손호영
  • 승인 2023.12.08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이제 은퇴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은퇴(隱退)란, 숨고 물러난다는 뜻인데, 우리들은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낸다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예전에는 나이가 듦에 따라 기력이 약해지기에 사회활동을 왕성히 할 수 없으니 은퇴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슈퍼고령자(super-ager)가 가능하고, 실제 슈퍼고령자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100세의 타계한 헨리 키신저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왕성하게 활동했습니다. 그는 중국과 자유진영 국가들 사이 장벽, 곧 ‘죽의 장막’을 열고 미·중 수교를 이끌어 내어 냉전 시대 세계 질서를 바꾸었다고 평가받습니다. 그는 현실주의 정치를 대표하는 인물로, “미국에게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존재할 뿐이다(America has no permanent friends or enemies, only interests)”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헨리 키신저만 슈퍼고령자가 아닙니다. 이제 93세가 된 워런 버핏도 여전히 투자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는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주주와 질의응답을 하였고, ‘미·중 관계, 달러의 미래, 인공지능’ 등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고 합니다. 버핏의 친구이자 동업자인 찰리 멍거도 99세에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워런 버핏과 함께 계속해서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들처럼 슈퍼고령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신체적 측면에서 건강관리가 중요할 것입니다. 미국 은퇴자협회(AARP)에서는 슈퍼고령자의 7가지 비밀(7 Super Secrets of Super Agers)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① 슈퍼고령자는 혈당과 혈압을 조절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식단을 조절해야 하는데, 보통 통곡물, 채소, 잎채소, 견과류, 베리류, 생선 등이 좋고, 붉은 육류, 버터, 단 음식은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② 슈퍼고령자는 운동량이 많지는 않지만 육체적인 활동을 합니다. 예컨대, 정원 가꾸기나 계단 오르기 같은 활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합니다. ③ 슈퍼 고령자는 스트레스를 피하고 정신 건강을 우선시합니다. 우울증, 불안을 피하기 위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뒤에 나오는 ‘친구’와 연관이 됩니다. ④ 슈퍼 고령자는 눈과 귀를 보호합니다. 적절한 도움을 받아도 좋습니다. 백내장이 있으면 시술을 받거나, 귀가 어두워지면 보청기의 도움을 받는 식입니다. 시력과 청력이 보존될 때, 우리 몸은 사고력과 기억력이 보존이 더 잘된다고 합니다. ⑤ 슈퍼고령자는 수면을 우선시합니다. 좋은 수면이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것은 이제 상식이겠지요. ⑥ 슈퍼 고령자는 십자말풀이 등을 합니다. 십자말풀이, 스도쿠, 독서, 음악 감상, 콘서트 및 영화 관람, 여행, 카드 및 보드 게임, 수공예나 연극 공연과 같은 창의적인 활동, 강의에 참석하게 되면, 계속해서 텐션이 유지된다고 합니다. ⑦ 슈퍼고령자는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합니다. 매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때, 슈퍼고령자는 여전히 그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7가지를 주욱 나열해 봤는데, 이들을 관통하는 중요한 것은 ‘스스로 나이가 많다고 해서 위축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에서 행동한다면 나이가 든다고 하여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늙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super-agers를 슈퍼노인으로 번역하지 않고, 슈퍼고령자라고 적은 것도, ‘나이듦’과 ‘늙음’을 구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헨리 키신저가 100세까지 폭넓게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했습니다. 그의 아들조차 그것이 신기하여 그의 아버지를 들여다 보았는데, 한 가지 헨리 키신저가 여느 사람들과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호기심’과 ‘사명감’입니다. 그는 AI가 등장하자 95세 때 이를 공부하기 시작해서 책 두 권을 발간할 정도였고, 시대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 한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그와 같이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은퇴’라는 말로 자신을 굴레지우지 말고, 여전히 현역이라는 생각으로 활동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현역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한창인데 벌써부터 ‘나이듦’을 이야기하는 것을 어색해하실 수 있습니다만, 저는 이러한 호기심, 사명감 또는 건강관리는 우리들도 계속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년이란 단어에 얽매이지 말고, 그 이후까지 멀리 바라보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법률가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법은 매년 개정되고, 판례는 집적되며, 세상은 변합니다만, 그에 맞추어 또는 그에 앞서 법률가가 계속해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간다면, 나이 들면 들수록 더욱 그 관록과 경험이 빛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sohnhoyoung@gmail.com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