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정보원이 인사 파동, 감찰 등 내홍에 휩쓸리면서 국정원장과 1·2차장이 동시에 경질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승리를 낙관하던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서 참패하며 외교통상부와 국정원의 정보 수집 및 분석능력에 의문을 갖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1993년 문민정부 수립 이후 보수와 진보세력이 교차 집권하며 국정원은 케케묵은 이념논쟁으로 허송세월을 보냈다. 집권세력의 입맛에 맞추는 무능한 수뇌부가 조직을 이끌면서 국가위기를 예방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증폭시키는 사태가 종종 일어났다.

국정원은 직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신원조사를 철저하게 이행하므로 정치사상에 문제가 있는 직원이 입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거나 고객주의(clientism)와 같은 일탈 행위가 일어날 수는 있지만 이데올르기를 검증받아야 대상자는 많지 않다. 국정원 자기소개서 내용과 작성전략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구체적 성장전략을 수립해 인생 자산 축적 중요

국정원은 서류 전형에서 지원자에게 2~5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구체적인 작성 방향과 글자 수 등을 제시하므로 작성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자기소개서는 글자 그대로 자신의 인생 자산(asset)을 국정원이 요구하는 항목에 따라 설명하는 글이다.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인생 자산은 인생 인프라(infrastructure)와 가치관(values)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하루아침에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역사(history) 속에서 성장과 변화를 거듭하며 정체성(identity)을 갖는다. 인생 인프라는 가정생활, 학교생활, 사회활동을 포함하는 성장환경으로 구성된다.

학교생활은 초중고교보다 대학·대학원에서 공부한 내용이나 경험이 더 중요하다. 전공학과, 학회활동, 팀 과제 수행, 축적한 지식, 학습한 각종 서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국정원은 과학기술과 어학 직렬을 제외하면 전공학과를 제한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직렬과 밀접한 학과나 학회활동은 유리하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한다.

사회활동은 태어난 후 성장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봉사활동, 포럼과 세미나 참여, 여행, 기타 행사에 대한 관심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봉사활동은 초중고교에서 의무적으로 수행한 것을 넘어 지원한 직렬과 연관된 것이면 무난하다. 여행은 단순 배낭여행이라고 해도 다수의 국가나 문화를 체험했다면 자세한 설명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가치관은 개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기본 신념을 말하며 행동방식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개인의 가치관은 인생관, 사회관, 조직관, 국가관 등으로 구분된다. 인생관은 삶에 대한 태도, 조직관은 조직원으로 행동하는 기준, 사회관은 사회구성원으로서 행동 방향, 국가관은 국가에 대한 인식 등으로 나타난다.

개인의 가치관은 가정환경, 교육과정, 사회구성원과 교류 등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최소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며 생명에 위험을 느끼지 않는 이상 바꾸지 않는다. 따라서 채용과정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지원자를 찾기보다 편향적인 가치관에 매몰된 사람을 걸러내고자 한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자신의 인생 활동관리를 통해 인생 자산을 늘리고자 한다. 성장환경은 출신 학교나 학점, 자격증 등으로 외형적 평가가 가능하지만 가치관은 내면의 생각이라 심층 인터뷰를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다. 자기소개서가 면접의 주요 소재로 활용되는 이유다.

일부 지원자는 자기소개서를 ‘자소설(자기소개서+소설)’이라 부르며 사실(fact)보다는 미사여구(美辭麗句)로 포장하기도 한다.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면접 과정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 양질의 인생 자산을 축적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점증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므로 성장전략을 잘 수립해야 한다.

가치 있는 자산이 무엇인지 판단해 강조해야 서류 전형 통과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자신의 인생 자산을 국정원 인사담당자가 매력을 느낄 수 핵심 요소에 맞춰 중점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 속담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이 있듯이 논리적·합목적적으로 자산을 정돈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산을 구매하려는 인사담당자에게 마케팅하는 목표는 ‘국정원이 왜 귀하를 선발해야 하는가?’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다. 국정원에서 요구하는 핵심 요소는 지원동기와 비전, 직무에 대한 적합도, 팀워크 형성과 협업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지원 동기와 비전은 지원자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지 평가하는 항목이다. 국정원에 지원한 이유, 특장점, 입사 후 성장 목표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지원동기는 국정원의 인재상인 애국심, 헌신과 관련이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려는 애국심을 가진 지원자인지 판단한다.

지원자의 특장점은 국가정보기관 요원으로서 필요한 자질이어야 하며 직무수행에 도움이 돼야 한다. 입사 후 성장 목표는 어떤 인생을 살고자 하는지, 목표가 구체적인지 혹은 실현 가능한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각오를 갖고 있는지 등에 관련돼 있다.

둘째, 직무를 수행할 역량에 관련된 항목으로 지원 분야에 필요한 역량,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한 경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천한 노력, 구체적인 성취 결과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국정원 인재상 중 전문지식, 정보 감각, 보안의식과 연관돼 있다.

해외정보를 지원한다면 만국 공통어인 영어 실력은 기본이고 글로벌 국가의 역사, 문화, 경제, 과학기술 등에 대한 지식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해외여행 혹은 체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이해와 감각도 해외정보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구체적인 노력과 성취 결과를 제시하면 설득력이 높아진다.

셋째, 팀워크와 협업에 대한 자세와 경험을 통해 시너지(synergy)를 창출할 수 있는지도 판단한다. 국정원 인재상 중 책임감으로 설명된다. 문제해결을 위해 팀워크를 형성한 사례, 협업을 위해 노력한 경험, 이러한 과정에서 얻은 교훈 등은 조직에 융화될 수 있는 소양을 갖췄는지를 평가하는 바로미터(barometer)다.

다른 동료와 협업하며 경험한 갈등,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 갈등을 풀면서 얻은 교훈,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내릴 경우에 대응 등은 지원자가 국정원에 입사한 후에 조직에 융화될 수 있는지 예측하는 기준이다. 청년층이 기성세대와 비교해 능력은 뛰어나지만 개인주의가 강해 팀워크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결론적으로 국정원의 요구하는 자기소개서는 지원자가 국정원이 요구하는 소양과 자질을 갖췄다는 것을 증명하는 내용으로 구성돼야 한다. 지원자의 입장보다는 인사담당자가 원하거나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우선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태의연한 자기소개서로는 서류 전형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번 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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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규 교수
現 국가정보전략연구소(www.inis.kr) 소장
종로국가정보학원 국정원·대통령경호처 논술/면접/국가정보학 전임 교수
종로국가정보학원 국립외교원·외무영사직·출입국관리직 면접 전임교수
공시마 공기업 자소서/면접 전임교수
前 국방부 정보부대 정보분석관(예비역 공군 대위)
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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