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규 칼럼] 8. 국정원 일반 논술과 전공 논술의 대비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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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규 칼럼] 8. 국정원 일반 논술과 전공 논술의 대비방법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3.11.24 18: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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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연습하지 말고 완벽한 구조 이해한 후 반복 중요
선진 정보기관 실패로부터 교훈 얻어 혁신 방안 수립해야

1995년 미국 MIT대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 교수는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이라는 저서를 출간하며 디지털 사회의 도래를 예언했다. 아날로그 사회를 넘어 디지털 사회에 진입하면 일자리 감소, 지식재산권 남용,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첨단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 솔루션인 챗GPT(ChatGPT)가 일상생활에 도입되며 니그로폰테 교수의 예언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지식이 넘쳐나고 AI가 빅데이터(Big Data)를 분석해 자동으로 각종 보고서를 작성해주는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논술을 쓸 필요성이 있을까? 국가정보원의 필기시험 과목 중 하나인 논술시험에 대해 살펴보자.
 

▲국정원 논술시험의 준비방법과 지향점 [출처=iNIS]
▲국정원 논술시험의 준비방법과 지향점 [출처=iNIS]

3가지 능력·경험을 갖춘 전문가로부터 첨삭 받아야 실력 향상 가능

국정원 논술은 일반 논술과 전공 논술로 구성된다. 일반 논술은 해외정보, 수사·방첩·대테러, 북한정보, 정보통신, 어학 등 모든 직렬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반면에 전공 논술은 정보통신 직렬만 치르며 전문지식을 검증할 수 있는 서술형 주관식 문항으로 주관식 시험이라고 보면 적절하다.

전공 논술에는 코딩 논술도 포함되는데 대학 졸업생 수준의 프로그래밍 능력을 검증한다. 개인용 컴퓨터(PC)를 사용한 코딩 실기 테스트가 아니라 C++, JAVA, Pyton 중 하나의 언어를 선택해 자료구조, 알고리즘 관련 코드를 서술하는 이론 시험이다.

일반 논술은 폭넓은 사고력, 논리력, 문장력 등을 측정하며 다양한 글을 읽고 논점을 정비, 논지를 전개하는 연습을 하면 충분하다. 사고를 넓게 하려면 다양한 주제에 관련된 책을 읽어야 하는데 필자는 20여 권의 필독서를 추천한다. 노자의 ‘도덕경’ 및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같은 고전 서적부터 시작해 다니엘 벨의 ‘이데올르기의 종언’ 및 앤서니 기든스의 ‘현대사회학’까지 명저를 총망라한다.

필독서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정책결정권자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을 축적하고 사고력을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국가정보기관은 정책결정권자의 정책의 수립, 선택, 집행, 피드백 등 전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와 조언을 제공해야 한다. 국정원 논술시험에 대비하기 위한 3가지 전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21세기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지을 국가정책을 파악·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군사·경제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자칫 한눈을 팔면 국가운명이 나락 속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후 우리나라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군사 충돌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확산됐다. 한국·미국·일본 군사동맹은 북한·중국·러시아의 밀착을 낳았다. 천문학적 규모로 불어난 국가기업·가계의 부채는 국가재정정책의 유연성을 훼손해 성잠 잠재력 확충을 어렵게 만들었다. 정책결정권자가 난마처럼 얽힌 실타래를 어떻게 풀 것인지 자뭇 궁금하다.

둘째, 서론·본론·결론으로 구성된 논술문의 구조에 숙달돼야 좋은 논술문을 쓸 수 있다. 서론은 도입문(general statement)과 주제문(thesis statement), 본론은 소주제문(topic sentence)과 뒷받침문장(supporting sentence), 결론은 결어(concluding sentence)와 제언(recommendation)으로 구성해야 한다.

특히 도입문은 제시문을 충분하게 이해했는지, 논제에 대한 논지 설정, 독자의 호기심 유발 등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주제문은 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반영한 후 제시문을 비판적으로 다뤘음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글쓰기 연습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만큼 논술 실력을 향상시킬 방법은 없다. 비전문가가 조언하는 것처럼 무조건 글을 많이 쓴다고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논술문의 구조를 완벽하게 맞춘 글을 1건이라도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좋은 글을 쓰려면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풍부하고 논리적, 비판적, 구조적 사고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제시문의 내용을 단순 요약하거나 누구나 주장할 수 있는 비판을 성의 없이 나열하는 것은 논술문이 아니다. 자신의 인생관, 사회관, 국가관을 녹여낸 주장이 담겨야 진정한 논술문으로 인정을 받는다.

종합하면 논술 실력을 향상하려면 국가정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논술문의 구조 숙달, 반복적인 글쓰기 연습을 한 후에 3가지 능력과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에게 첨삭을 받는 것이 좋다. 전문가는 단순히 ‘빨간펜’ 선생님처럼 지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정 및 보완할 방향과 문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논술 채점관은 수험생의 직관력·통찰력 넘는 지혜 필요해

국정원은 수십 년 동안 논술시험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객관식 시험 과목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지만 논술은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유지했다. 논술시험이 지원자의 깊은 지식과 철학을 평가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논술시험의 바람직한 지향점은 무엇일까.

우선 논제는 지원자의 지식·사고력뿐만 아니라 국가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entral Intelligence Agency·CIA)은 1950년 6월 소련의 지원을 받은 북한군이 남침할 것이라는 징후를 포착했지만 정작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정책을 전환할 판단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국가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정보는 비싼 쓰레기(garbage)에 불과하다. 국가정보기관이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는 것보다 국가정책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수집해 제공하는지가 중요하다. 소련의 최고 정보기관인 KGB는 시대적 소명인 개혁·개방정책에 반발해 쿠데타를 일으켜 소련의 해체시키는 일등공신이 됐다.

다음으로 국가정책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을 분석할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국가정보기관은 막대한 인력과 예산을 동원해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기술에 관련된 광범위한 영역의 첩보를 수집해 분석함으로써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정보소비자인 국가·기업·개인·단체의 운명을 결정지을 의사결정(decision making)에 도움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CIA는 1979년 이란에서 학생시위가 왕정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친미국가였던 이란은 회교혁명 이후 반미전선의 최선봉에서 서며 미국이 중동에서 군사·외교·경제 정책을 펼치게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이 이란의 학생 시위에 유연하게 대처했다면 신정부가 반미를 할 가능성은 낮았다.

마지막으로 국가정보기관은 정책결정권자의 고민을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는 막중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당연하게 정책결정권자의 합리적인 정보 니즈(needs)를 충족시켜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정책결정권자가 국가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앞세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마스 침공으로 전쟁을 수행 중인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 정보기관으로 불리는 모사드(Mossad)의 정보 오판에 대한 대가를 가혹하게 치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 군의 전쟁위험 경고를 무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고 정책결정권자가 항상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요약하면 논술시험은 지원자가 국정을 이해하고 현상을 분석해 해결방안을 제시할 직관력·통찰력을 갖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논술 채점자는 수험생보다 더 고차원적인 지혜(wisdom)를 바탕으로 혜안을 획득했다는 합리적 근거를 제시해야 존경을 받을 수 있다.

- 계속 -

<strong>민진규</strong>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민진규 교수
現 국가정보전략연구소(www.inis.kr) 소장
종로국가정보학원 국정원·대통령경호처 논술/면접/국가정보학 전임 교수
종로국가정보학원 국립외교원·외무영사직·출입국관리직 면접 전임교수
공시마 공기업 자소서/면접 전임교수
前 국방부 정보부대 정보분석관(예비역 공군 대위)
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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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2023-11-24 18:18:05
국정원의 논술 시험에 대비하는 방법을 잘 알려주는 훌륭한 글입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국정원에 많이 들어가 우리나라 최고의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선진정보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유익한 글 써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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