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46-교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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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46-교권 침해
  • 손호영
  • 승인 2023.11.2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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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초등학교는 권리와 의무가 섞여 있는 특수한 곳입니다. 학생의 입장에서 학교는 같은 나이대의 친구들과 의미 있는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실현시키는 장소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가야만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초중등교육법은 ‘모든 국민은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 그 자녀 또는 아동을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하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다니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여러 갈등은 바로 근본적으로 여기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교육을 서비스로 여기며 소비자 측면에서 바라볼 때의 모습과, 학원과 달리 내가 선택할 수 없이 일방적으로 교육을 받아야만 하는 의무자 측면에서 바라볼 때의 모습이 괴리가 있을 때, 그 간극의 차이만큼 갈등이 생기지 않나 싶습니다.

요즘 학생-교사 사이의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담임 교체도 하나의 이슈라고 할 것인데, 이 또한 초등학교의 권리∙의무가 혼재되어 발생한 것이 아닌가 생각도 됩니다. 이럴 때는 법원이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최근 담임 교체와 관련하여 대법원 판결이 나와 소개해보고자 합니다(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3두37858 판결).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 한 초등학생이 수업 중 생수 페트병을 가지고 놀면서 소리를 내었습니다. 수업에 지장이 생기자 선생님은 아이에게 주의를 주었는데, 아이는 그럼에도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생수병을 빼앗았고, 아이의 이름표를 칠판의 레드카드 부분에 붙였습니다. 그리고 종래 해왔던 대로, 레드카드를 받은 아이에게 방과 후 교실청소를 14분 정도 하게 했습니다.

이후 아이의 부모는 학교 교무실에서 교감을 면담하면서, 선생님이 초등학생에게 쓰레기를 줍게 하는 것은 아동학대라고 하였고, 선생님과는 대화가 되지 않으니 담임을 교체해달라는 요구를 하였습니다. 아이는 3일간 결석하였습니다.

선생님은 스트레스로 인한 일과성 완전기억상실 증세를 보여 입원했고 병가를 내서 한동안 치료받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병가 이후 처음 출근한 날, 아이도 출석하였지만 선생님이 무서우니 부모에게 데리러 오라고 하였고, 이에 부모는 다시 교감에게 담임교체를 원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이는 약 2주 결석하였고, 어머니는 학교장에게 담임교체를 요구하는 한편, 교육청에 민원을 접수하였습니다. 어머니는 학교장, 교감, 선생님, 상담교사와 면담하였고, 어머니에게 학교장은 수업모니터링을, 선생님은 목소리 톤을 낮추고 잘못된 것을 수정하겠다는 것을, 상담교사는 체험활동 시간의 활용 등을 약속하였습니다.

아이는 그 이후 출석하였지만, 이제 선생님이 불안 및 우울증으로 병가를 내었고, 다시 어머니는 학교장에게 담임교체를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교육감 등 여러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학교장에게 ‘교육활동 침해사안 신고서’를 제출하였고, 어머니는 경찰에 선생님을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죄로 고소하였습니다(이후 검찰청은 교육청에서 허용하지 않고 있는 상벌점제를 사실상 실시하였다며 아동학대 혐의사실을 인정하면서 여러 사정을 참작해 기소유예하였습니다).

이후 학교 교권보호위원회가 개최되었는데, 어머니의 행위가 교육활동 침해행위라고 의결되어 선생님에 대하여 ‘심리상담 및 조언, 특별휴가(5일)’의 보호조치를 할 것이 권고되었습니다. 이에 학교장은 ‘부당한 담임교체 요구’를 조치이유로 하고,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침해행위 유형으로 하여, 선생님에게는 ‘특별휴가 5일, 심리상담 및 조언’이라는 피해 교원 보호조치 내용의 통지서를 발송하였고, 어머니에게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도록 권고함’이라는 침해자 조치 내용의 통지서를 발송하였습니다( ‘이 사건 조치’).

항소심은 이 사건 조치에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즉, “레드카드 벌점제는 교사가 훈육에 따르지 않는 아동의 이름을 공개하여 창피를 줌으로써 따돌림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나아가 강제로 청소 노동까지 부과한 것이어서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에 대한 침해행위임이 분명하여 정당한 교육활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르게 보았습니다. 첫째, 원고의 간섭대상 행위는 소외 1의 교육활동 중 일부인 ‘레드카드 제도’가 아니라 ‘이 사건 학급 담임교사로서의 직무수행 전체’였다는 점, 둘째, 학기 중에 담임에서 배제되는 것은 해당 교사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고 인사상으로도 불이익한 처분이며, 학교장에게는 학기 중에 담임 보직인사를 다시 하는 부담이 발생하고, 해당 학급의 학생들에게는 담임교사의 변경으로 인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교육방법의 변경 등을 먼저 시도해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했습니다.

이 판결은 현재 법체계 상에서의 해석입니다. 학교, 교육의 문제에 대해 사회에서 지혜롭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sohnho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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