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규 칼럼] 7. 국정원 NIAT의 구성과 지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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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규 칼럼] 7. 국정원 NIAT의 구성과 지향점
  • 민진규
  • 승인 2023.11.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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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정보관으로 양성 가능한 소양·지식 갖춘 인재 선발이 중요
창의적 정보관의 자질 유무를 평가할 수 있도록 NIAT 구성해야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라는 원훈을 가슴에 새기며 임무에 헌신하는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인사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보수와 진보가 교차 집권하며 대규모 인사로 조직이 흔들린 사례가 적지 않았다. 특히 김대중정부와 이명박정부에서 성장통이 심했다.

2022년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이후 인사 잡음이 반복해 일어나며 조직 안팎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경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수 인재를 적재적소에 잘 활용해야 조직이 발전한다. 국정원이 신입 채용 시험에서 도입한 국가정보적격성검사(NIAT)의 구성과 지향점을 살펴보자.
 

▲NIAT 구성과 지향점 [출처=iNIS]
▲NIAT 구성과 지향점 [출처=iNIS]

정보관의 기본 소양과 기초 전문지식 평가하는 NIAT

2014년 정식 필수과목으로 도입된 NIAT는 기존 종합교양, 국가정보학 등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황판단, 언어 논리, 자료 해석, 수리추리, 인지지각, 논리 게임 등을 추가했다. 추가한 내용은 공무원 시험과목인 공직적격성평가(Public Service Aptitude Test·PSAT)와 유사하다.

PSAT은 언어 논리, 자료 해석, 상황판단으로 구성돼 있으며 5·7급 공채의 필수과목이다. 7급은 25문항, 5급은 40문항을 풀어야 하지만 NIAT는 140문항으로 많은 편이다. NIAT는 국가정보학과 시사상식으로 구성된 정보역량을 포함하며 30문항이 배정돼 있다. 직무마인드는 적성검사로 성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언어 논리는 인문, 철학, 역사 등에 관련된 지문을 읽고 글의 내용과 부합 혹은 무관한 글을 찾는 문제다. 지식의 양보다는 글을 빨리 읽고 핵심 주제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글을 읽고 문맥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료 해석은 표, 그래프 등으로 구성된 자료를 제시한 후 핵심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평가하는 시험이다. 많은 숫자로 구성된 표를 보고 내용을 비교하거나 의미를 찾는 훈련을 반복해야 제한된 시간 내에 정답을 찾기 쉽다.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1000만, 1억, 1조 등의 큰 숫자에 익숙해져야 한다.

수리추리는 연산, 확률 등 수리적 지식을 응용할 수 있는지 측정한다. 응용수학에 관련된 문제인데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방정식, 부등식 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삼성그룹, LG그룹,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의 적성검사에도 많이 나오는 유형이다.

인지지각은 암호, 지도, 도형 등과 연관된 문제이며 추론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목적이다. 암호는 일반적인 문장인 평문을 암호로 변환하는 초보적인 단계로 어렵지 않다. 주어진 지도 속에서 특정 사물이나 사람의 위치를 찾거나 도형의 대칭, 회전, 모양변경 등을 통해 세부 도형을 맞춰야 한다.

논리 게임은 지문을 제시하고 다음 상황에 적합한 내용을 찾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지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난 후에 어떤 내용을 연결하는 것이 논리적인지 판단해야 한다. 논리적인 사고능력을 보유했는지 평가하는 문제다.

정보역량 중 핵심인 국가정보학은 2006년 처음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이후 18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국가정보기관의 정보활동(intelligence process), 방첩활동(counterintelligence), 비밀공작활동(covert action)에 관련된 정의, 역사, 특성, 한계, 문제점, 성공 사례 및 실패 사례 등을 다룬다. 북한의 권력서열 변화, 핵실험, 대량살상무기 개발 등 현안 이슈도 빠지지 않는다.

시사상식은 법학개론, 행정학, 정치학, 경제학, 경영학, 사회학 등에 관련된 기초 이론이나 최신 이슈가 출제된다. 과거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포함했던 종합교양시험보다 난이도가 낮지만 광범위한 상식을 쌓아야 대비가 가능해진다.

종합하면 NIAT는 국가정보기관의 정보관(officer)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소양과 기초 전문지식을 평가하는 과목이다. 매년 출제 범위와 난이도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큰 변화는 없는 편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이론 및 문제집을 반복해서 풀면 어렵지 않다.

혁신에 도전하려면 과학적·창의적 정보방법론 개발 필요

정보관은 천부적으로 타고난 것인지 아니면 훈련으로 양성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는 DNA를 갖고 태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다른 전문가는 기본 소양만 갖추면 얼마든지 교육을 통해 육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30년 이상 국가정보기관에 대한 직·간접 경험과 수십 권의 전문서적을 집필하며 축적한 지식을 종합해 판단하면 일정 부문 타고난 DNA가 없으면 우수한 정보관을 육성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국정원이 NIAT를 통해 채용하고자 하는 인재는 ‘변화에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대응 가능한 창의적 정보관(Creative Intelligence Officer)이다. 창의적 정보관이 갖춰야 할 능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정보학의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정보활동의 체계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정보요구, 정보기획, 첩보수집, 정보분석 등의 프로세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슈와 한계를 극복할 노하우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보생산자(producer)와 정보소비자(consumer)의 관계 설정, 조직 내·외부 정보소비자의 정보요구에 대한 대응과 설득, 한정된 인력·예산·시간을 극복할 방안 모색, 가용할 수 있는 인간·기술 수집수단의 효율적인 조합, 이면의 진실을 파악할 정보분석 등에 대한 이론을 공부해야 한다.

둘째,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정보관의 역할, 고객의 니즈(needs), 시장 매커니즘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보관은 국가안보와 국가이익을 방어하는 측면을 넘어 강화할 정보를 생산할 필요가 있다. 정치·군사정보보다 경제·산업정보가 중요해졌으므로 관련 배경지식도 갖고 있어야 한다.

정보소비자인 고객의 니즈도 단순한 정책 수립·집행보다 고차원적인 글로벌 정책을 추진할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로 옮겨갔다. 정보시장도 국가, 국제기구와 같은 전통적 행위자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 테러단체, 범죄집단, 비정부기구(NGO)/비영리단체(NPO)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동맹국이나 적국의 개념조차 구분이 모호해졌다.

셋째, 혁신에 대한 도전(Challenge for Innovation)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 조직 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새바람을 주입하려면 혁신이 불가피하다. 혁신은 기득권과 충돌을 불러일으키고 사회 혼란이 불가피하지만 국가를 한 단계 도약시킬 자양분이다.

6·25 폐허 위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궜던 대한민국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좌절을 경험한 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2023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위기가 반복되며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경제 양극화, 사회 갈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은 혁신만으로 타파가 가능하다.

넷째, 과학적이며 창조적인 정보방법론(Scientific & Creative Intelligence Method)을 정립해야 선진 정보기관과 경쟁이 가능해진다. 정보기관은 비밀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록을 남기지 않으며 민간 전문가와 협력을 두려워한다. 경험을 통해 체득한 감각을 중시하며 이론의 정립이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3차 산업혁명을 지나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진입하며 인류는 첨단 과학기술의 혜택을 만끽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인간의 두뇌를 대체해 가고 있으며 온·오프라인 통신망은 사물과 사람을 일체화시켰다. 정보기관도 과학기술을 도입해 창의적인 정보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 국정원이 글로벌 정보시장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 계속 -

<strong>민진규</strong>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민진규 교수
現 국가정보전략연구소(www.inis.kr) 소장
종로국가정보학원 국정원·대통령경호처 논술/면접/국가정보학 전임 교수
종로국가정보학원 국립외교원·외무영사직·출입국관리직 면접 전임교수
공시마 공기업 자소서/면접 전임교수
前 국방부 정보부대 정보분석관(예비역 공군 대위)
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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