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랜 기다림 끝에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우체국금융거래제한 장애인차별구제청구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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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랜 기다림 끝에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우체국금융거래제한 장애인차별구제청구소송
  • 조미연
  • 승인 2023.11.10 11: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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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2023년 9월 27일, ‘우체국의 원고(정신 장애인이자 피한정후견인) 18명에 대한 금융거래제한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한 차별행위가 맞다’라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사건번호 2023다301308 장애인 차별행위중지 등]

원고는 2018년 가정법원을 통해 재산관리를 위한 한정후견인을 선정 받았습니다. 법원이 정한 후견의 범위는 원고가 월 합산 100만원에서 300만원 사이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고는 후견인을 통해 재산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원고의 유일한 금융 거래처였던 우체국의 반응이 원고를 낙담하게 했습니다. 우체국은 원고가 정신 장애인이자 피한정후견인이라는 이유로 금융거래 안전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우체국은 원고가 ①월 합산 100만원 미만의 거래를 하는 경우 은행 창구를 통해 ‘대면’거래 해야 하고, ②월 합산 100만원에서 300만원 사이 거래는 후견인과 ‘동행’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원고는 우체국으로부터 법원이 정한 후견 범위를 넘어서는 금융거래제한을 당했습니다. 원고는 병원 진료비나 처방 약 구입을 위해 체크카드를 사용할 수 없었고, 크고 작은 일상 생활비 지출조차 은행 창구에 방문해야 했습니다. 그마저도 월 합산 금액이 100만원을 넘어간 이후에는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후견인을 동행해야 거래할 수 있었습니다.

금융거래에 중대한 제약이 생긴 원고는 우체국에 민원을 넣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제기하였습니다. 우체국은 원고에 대한 금융거래제한을 개선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민원회신을 하였고, 이후 원고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하여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원고는 소 제기와 함께 당장의 금융거래를 위해 임시조치를 신청하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원고의 진정 사건이 소송으로 다퉈지고 있는 것을 고려하여 각하를 결정하였는데 이례적으로 관련 제도 및 관행의 점검·개선도 함께 권고하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우체국의 원고에 대한 금융거래제한이 장애인을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달리 불리하게 대하는 차별행위라고 인정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차별행위를 중지하고 개선할 것과 50만원의 손해배상책임까지 주문하였습니다. 우체국의 차별행위에 대한 판단은 2심 재판부에서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우체국은 2심 진행 중 스스로 원고에 대한 금융거래제한을 개선하였습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우체국의 손해배상액을 감액하였습니다. 금융거래제한을 개선하면서도 끝까지 차별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던 우체국의 입장을 돌아보면 아쉬운 대목입니다.

대법원 판결은 소를 제기한 지 5년 만에 선고되었습니다. 재판부는 원심(2심) 판단에 더하여 ①본인의 의사와 잔존능력 존중을 기본 이념으로 하는 현재의 후견제도 취지를 언급하며 ②우체국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방지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차별 시정에 가중된 책무를 부담하는 점(법 제8조) ③피한정후견인을 위한 조치나 제한은 그 후견사건을 담당하는 가정법원이 심리절차를 거쳐 판단하는 것이지 우체국 등이 임의로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할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 판단에는 잘못이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법무법인 원곡 최정규 변호사님을 필두로 다방면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사건이었습니다. 우체국의 형식적인 민원회신과 시간의 흘러감이 초조했으나 법원은 계속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고, 임시조치는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으나 인권위의 이례적인 권고결정이 사건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게 했습니다. 원고의 피해에 비하면 손해배상액이 너무 약소하지만 우체국이 소송 진행 중 원고에 대한 금융거래제한을 자체 개선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2014년부터 도입된 성년후견제도 취지에 배치되는 피후견인에 대한 금융거래제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배되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는 굳은 결의로 공동 대리한 사건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되었습니다. 금융기관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현실이 비단 이번 판결로 모두 해소될 수는 없겠으나, 공감은 계속해서 차별구제청구소송을 활용하고 변화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판례를 쌓아가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관심으로 지켜봐주세요. 고맙습니다.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공감 뉴스레터 2023년 11월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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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2023-11-24 18:14:03
조미연 변호사님의 정성어린 칼럼 덕분에 제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늘 타인을 위해 힘써 주시는 조미연 변호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변호사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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