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무기를 수출하는 북한,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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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무기를 수출하는 북한, 어떻게 볼 것인가!
  • 신희섭
  • 승인 2023.11.1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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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최근 뉴스에 빈대 출몰 소식이 들린다. 한동안 박멸되었던 빈대가 해외에서 유입되면서 인천과 서울 등지에서 출몰하고 있다. 물리면 무척이나 고통스럽고, 내성이 강해서 잘 죽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북한이 전쟁 중인 러시아와 하마스에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는 뉴스도 연일 보도 되고 있다. 북한 항구 지역에서 러시아 컨테이너들이 위성사진에 포착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압수한 하마스 무기 중에선 북한제 로켓도 나왔다.

두 뉴스를 연결하다 보니 이런 질문이 생긴다. 빈대와 북한이 비슷한 것 아닌가? 자극적인 질문이다. 특히 박멸하고 싶다는 인식이 강할수록 그렇다. 그런 관점에서는 세 가지를 찾아볼 수 있다. 첫째, 흡혈과 같은 방식으로 남에게 피해를 준다. 둘째, 약을 써도 잘 안 죽는다. 셋째, 적응력이 높고 전세계적으로 문제를 일으킨다.

북한은 냉전기부터 중동과 중남미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에 무기를 판매해왔다. 특히 분쟁지역이나 제재를 받는 지역 국가들이 VIP 고객이다. 이 국가들의 분쟁이 격화되면 인명피해가 늘고, 테러리즘과 인권유린 사태를 간접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북한은 피해를 줘왔다.

하지만 위의 질문과 답변에는 반론도 있다. 합리적 관점으로 살펴보면 질문 자체가 유용하지 않다. 국가는 국가 생존과 운영 논리가 있는데, 이것을 무시하고 일개 흡혈 곤충과 비교하는 것은 감각적인 유희 말고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게다가 미국도 냉전 시기 니카라과 반군을 지원하기 위해 이란에 무기를 판매했던 것처럼 비밀리에 무기 판매를 해왔다는 점에서 북한만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균형적이지 않다.

흡혈 곤충에 빗대 비아냥거리기 전에 합리적 관점에서 북한이 왜 무기 수출을 하는지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안이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더 유의미하다. 앞선 논리는 과거 김정일을 ‘은둔의 지도자’나 ‘기쁨조에 둘러싸인 성도착자’ 혹은 ‘미치광이’로 규정하고, 북한 외교정책을 예측 가능한 틀을 가지고 분석하길 거부했던 논리와도 유사하다. 비난하기 좋지만, 현상개선에 유용하지 않다.

북한이 무기 판매를 하는 이유는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다.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무기 판매 대금을 통해 원하는 자원과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기존 무기를 판매하고 새로운 무기들로 무기고를 채울 수도 있다.

이런 북한 행동은 여러 가지 결과를 예상하게 한다. 분석의 눈높이를 지역에서 국제로 확대하면서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한반도 차원에서는 한국의 안보 불안을 야기하고 강화할 수 있다. 둘째, 지역 차원에서는 북한-러시아의 연대와 북한과 중국의 연대를 강화하면서 지역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셋째, 국제차원에서는 러시아의 전쟁 장기화와 하마스의 전쟁 장기화를 가능하게 하고, 이는 국제사회의 질서와 안정성을 파괴한다. 넷째, 또 다른 국제차원에서는 비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를 강화하면서, 이들 국가 내 인권 침해나 주변 국가와의 테러리즘을 부추길 수 있다. 즉 국제사회의 규범력을 약화한다.

물론 북한의 무기 판매를 통한 외교정책에도 한계는 명확하다. 급한 대로 무기를 가져다 쓰고 있는 러시아가 강대국으로서 중국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는 알기 어렵다. 북-중-러의 삼각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리라 예측하기 어렵다. 북한이란 약자가 러시아 같은 강자의 외교정책을 좌우하는 것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적이고, 기회도 무한정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무기를 해외에 판매하는 것을 안다고 이를 막을 방안도 마땅하지 않다. 이미 대북 제재와 금수 조치가 취해져 있다. 오히려 금수 조치에 대한 우회방안들로 북한의 대처능력만 키워줄 수도 있다. 그래서 짜증 나고 자괴감이 들 수 있지만 ‘국제 공조’라는 원론적인 해법으로 돌아가게 된다.

북한의 무기 판매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북한을 어떻게 보는지에 있다. 감정과 규범에 기초해 볼 수도 있다. 나쁜 놈은 나쁜 놈이니까. 한편 합리성에 기초해 볼 수도 있다. 생존하려는 본능에 충실한 것이니까. 진짜 문제는 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 아닐까!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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