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최근 한국의 투표율 증가를 이끄는 것들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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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최근 한국의 투표율 증가를 이끄는 것들은 무엇인가?
  • 신희섭
  • 승인 2023.11.0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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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흥미로운 논문 한 편을 읽었다. 가상준, 박민규, 김영진의 공동논문으로 “투표율 상승은 어떠한 정책변화를 가져오는가?”이다. 이 논문의 주장을 간략히 소개하고, 정치적 효과를 추론해보는 것이 이번 글의 목적이다.

한국 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2022년 대선의 투표율은 2017년 대선보다 0.1% 떨어졌다. 또 2022년 지방선거도 이전 선거보다 투표율이 하락하기는 했다. 하지만 2007년 대선의 63%와 2008년 국회의원 선거의 46.1%이란 기록을 낸 뒤 한국의 투표율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앞의 논문은 3가지 차원에서 경험적 자료를 제시한다.

첫째, 여성의 투표율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 후보인 박근혜 후보가 출마한 17대 대선부터 여성의 투표율이 63.3%로 남성 투표율 63.1%를 넘어섰다. 2022년 대선에서는 남성의 76.8%가 투표했지만, 여성은 77.5%가 투표했다. 지방선거는 2014년의 6회 지방선거에서 남성과 여성 투표율이 동률이 되었다가 2018년부터 61.2% vs. 59.9%로 여성 투표율이 앞섰다. 그리고 2022년 선거에서는 남성 투표율 50.6%보다 거의 2% 높은 52.5%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총선의 결과도 인상적이다. 20대 총선은 여성 투표율(57.4%)이 남성 투표율(58.8%)보다 1.4% 낮아서 좀 더 높은 남성 투표율 패턴을 보여준다. 그런데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는 여성 투표율이 66.7%로 남성 투표율 66.3%를 근소하게 앞지르게 되었다.

둘째, 지역별 투표율에서도 눈여겨볼 사안이 있다. 대통령 선거는 전 지역에서 투표율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 선거는 경합지역에서 투표율이 높게 나타난다. 즉 지역구 선거에서 후보와 정당이 경합할수록 그 지역 유권자들은 자신의 표가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서 투표장으로 나선다. 이는 경합지역으로 분류되는 수도권과 부산과 경남지역이 대표적이다.

셋째, 연령대별 투표율에서도 특징적인 것이 있다. 20대와 30대의 젊은 연령대의 투표율이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20대 후반은 2007년 17대 대선에서 42.9%를 보였다. 전체 투표율 63%보다 20%나 모자란다. 하지만 18대에서 65.7%, 19대에서 74.9%까지 올랐다. 20대 대선에서는 20대 전체 투표율이 71.0%로 소폭 하락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18세로 투표 연령이 조정된 첫 번째 선거인 20대 대선에서 18세는 71.3%가 투표에 참여했다. 19세는 72.5%가 투표했다. 정치 참여도가 높은 이들은 다음 세대에 20대 투표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 논문의 공동저자들은 3가지 현상의 원인을 ‘정당 양극화’ 혹은 ‘의회 양극화’로 추정했다. 정당 양극화나 의회 양극화는 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정당들에서 자신들이 지향하는 정치 이념의 거리가 벌어지는 것이다. 즉 보수를 지향하는 국민의 힘과 진보를 지향하는 민주당이 더 이념적 좌표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정당 양극화 혹은 의회 양극화는 유권자들에게 정책 선거를 제공한다. 유권자는 선택의 단순화를 통해 선거에서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탐색 비용을 줄여준다. 또한, 유권자들도 진보와 보수 혹은 보수와 진보로 스스로 규정하면서 자신과 정당의 일체감이 강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당 양극화는 한국 정치의 골칫덩어리만은 아니다.

위의 논문은 3가지 현상의 원인을 경험적으로 검증하고 있지 않다. 그런 점에서 주장의 신빙성에서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주장의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보인다.

논문이 제시한 현상은 상당히 중요한 함의가 있다. 첫째, 여성 투표율이 더 높다는 점은 당장 2024년 총선부터 정당은 여성 유권자들에게 먹힐 이슈를 선점해야 할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또한, 여성의원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정당은 지역주의에 호소하는 전략 대신 이념에 따른 정책투표를 지향하고, 이런 전략이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경합지역을 늘리게 만들 수 있다. 유권자의 많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정당과 후보자의 전략선점도 매우 중요한 당선요인이 될 것이다. 셋째, 젊은 세대의 표를 확보해야 한다. 한국의 50대는 가장 진보적이다. 40대도 진보성향이 강하다. 60대 이상은 보수성향이 강하다. 그러니 선거 승리는 20대와 30대를 누가 움켜쥐는지에 달렸다.

문제는 3가지 정책적 함의를 종합했을 때 나타나는 어려움이다. 정당은 20대와 30대에게 어필할 때 남성 위주의 전략과 여성 위주의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 투표율이 더 빠르게 늘고 있으므로 정당의 선택에 따라서는 정책 간 충돌이 발생하고, 표를 까먹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정당엔 정책패키지를 종합하는 조율 능력이 많이 요구될 것이다.

2024년 총선과 이후 선거들을 3가지 추세 차원에서 살펴보면 선거는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여기서 자신의 한 표가 역사적 추세를 만든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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