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규 칼럼] 4. 국정원 기술을 혁신시킬 3가지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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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규 칼럼] 4. 국정원 기술을 혁신시킬 3가지 방안
  • 민진규
  • 승인 2023.10.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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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화·지능화·첨단화되는 정보환경 극복하려면 기술혁신 불가피
美 CIA처럼 외부 ICT기업의 기술·인력 적극 활용해 변화 주도

2024년 1월1일부로 국가정보원이 갖고 있던 대공수사권이 모두 경찰로 이첩된다. 그동안 북한의 대남공작활동을 분쇄하기 위해 국내는 경찰, 해외는 국정원이 분담하며 효율성을 높였다. 내년부터 경찰이 단독으로 대공수사권을 보유하게 되면서 대공수사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최근 경찰청은 안보수사연구·교육센터를 오픈했으며 대공수사 관련 인력을 확충해 교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인력, 장비, 예산 등을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했다. 고도화, 지능화, 첨단화되는 북한의 대남공작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국정원 기술(Technology)을 혁신시킬 3가지 혁신 방안을 살펴보자.
 

▲국정원 기술을 혁신시킬 3가지 전략 [출처=iNIS]
▲국정원 기술을 혁신시킬 3가지 전략 [출처=iNIS]

정보순환 사이클에서 기술혁신 적용 방안 고민

1970년대 동서냉전이 종료되고 데탕트(détente)가 시작되며 정보기관의 존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국가정보기관은 미국과 소련을 필두로 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진영싸움의 첨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치열한 경제전쟁에 돌입하며 정보기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후진적인 농업국가를 산업국가로 전환하고자 했던 우리나라도 중앙정보부(KCIA)를 중심으로 경제전쟁에 뛰어들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도입으로 진화하고 있는 정보사회(Information Society)에서 국정원의 기술혁신(Technology Innovation)은 첩보기획(Planning), 첩보수집(Collection), 정보분석(Analysis)에서 달성돼야 한다.

첫째, 첩보기획은 정보소비자(consumer)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기획(planning), 예산(budgeting), IMS(Intelligence Management System·정보관리시스템) 등을 포함한다. 기획은 주어진 예산, 인력, 시간 등을 활용해 어떻게 효율성을 높일지 고민하는 과정이다.

예산은 단순한 예산수립을 넘어서 시시각각 변하는 정보환경에 대응하고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세스다. 1년 전에 수립한 예산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분기별, 월별 예산계획을 세부적으로 반복해 조정해야 한다. IMS는 기존에 생산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통합·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말한다.

둘째, 첩보수집은 PNIO(Priority of National Intelligence Objective·국가정보목표우선순위), EEI(Essential Element of Information·첩보기본요소)를 수행하기 위해 각종 도구(tool)를 개발해 활용하는 전략이다. PNIO는 국가 차원의 정보 수요를 반영하고 EEI는 국정원이 수행할 임무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첩보수집 도구는 도청기(wiretapping device), 카메라(camera), 안테나(antenna)를 기초로 하며 이들 장비를 탑재할 항공기(airplane), 위성(satellite) 등이 있다. 타국의 주요 정책결정권자가 사용하는 유·무선 전화를 도청하기 위한 도청기는 탐지가 불가능할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돼야 한다. 카메라는 초소형 몰래카메라부터 시작해 정찰위성에 탑재하는 고성능 카메라까지 개발해야 한다. 안테나는 통신, 전자신호, 레이더신호, 레이저신호 등을 탐지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셋째, 정보분석은 정보의 가치(value)를 높이기 위한 분석업무의 전문화, 고도화, 종합화를 가능케 하는 고차원적인 지식활동이다. 정보분석은 분석 도구(tool)의 선택부터 시작해서 분석관의 교육·훈련, 빅데이터(Big Data)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 보고서 생산(production), 배포(dissemination)까지 포괄한다.

분석 도구는 첩보의 종류와 분석목적에 따라 양적 분석기법과 질적 분석기법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선진국 정보기관은 분석관의 직관력에 전적으로 의지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석기법을 개발해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파편화된 첩보를 빅데이터로 통합해 AI로 분석하는 것도 ICT기술의 도움을 받으면 진일보하게 된다. 보고서 생산도 분석 결과를 텍스트로 옮기는 차원을 넘어 정보소비자에게 통찰력을 제공하도록 정교하게 편집(editing)해야 한다.

종합하면 국정원이 정보사회에서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려면 지난 수십 년 동안 ICT산업에서 달성한 혁신의 결과를 활용하려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보기관 내부 속성상 보안을 중시하더라도 민간이 공공부문보다 앞서가는 기술이 있다면 수용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이 아마존(Amazon),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협력해 각종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사례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들 정보기관은 자체 인력과 역량만으로 급변하는 ICT 환경에 대처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보소비자·정보감사관 등의 역할을 재조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ICT산업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결국 국정원은 IT 아키텍처(Information Technology Architecture)를 재설계해 장기적, 종합적인 기술혁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국정원이 활용하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최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IT 인프라(infra) 체계가 IT 아키텍처다.

국정원이 내부에서 생산하는 정보를 원활한 유통과 활용을 보장하기 위해 정보포탈(Intelligence Portal)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포탈을 활용할 사람은 정보담당관(Intelligence Officer·IO), 정보소비자, 정보감사관(Auditor)이다. 개별 이해관계자의 임무는 다음과 같다.

우선 정보담당관(IO)은 단순한 정보수집 활동을 넘어 정보 수요기관과 면밀하게 소통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수요기관이 시급하게 원하는 정보가 무엇이며 이러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해 정책수립과 집행과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해야 한다.

중앙정보부(KCIA) 시절부터 도입된 IO는 공공기관, 국회, 정당, 언론사, 시민단체 등에 상주하며 이들 기관의 동향을 파악하고 반정부 활동을 단속했다. 정치개입, 민간인 사찰, 언론 탄압 등의 논란이 초래됐던 이유다. IO는 감시에 필요한 정보수집보다 정보수요자의 니즈를 파악해 최적화된 정보를 지원하는 것으로 임무를 변경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보소비자는 정보의 단순 수용자에 만족하지 말고 적극적인 피드백(feedback)을 제공하고 자신의 임무 수행에 필요한 정보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최고정책결정권자인 대통령(VIP) 뿐 아니라 법적으로 국정원의 정보를 배포받는 모든 정보소비자도 같은 마음가짐으로 국정원과 협력해야 한다.

그동안 정보소비자는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 활용할 것인지 혹은 폐기할 것인지 임의적으로 판단했다. 국정원이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생산한 정보의 효용성이 낮았던 이유다. 우리나라 정보소비자도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정보활동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보감사관은 국정원이 수행하고 있는 정보활동 전 과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조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정보 현장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광범위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론을 정립할 수 있는 내·외부 전문가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퇴직자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거나 외부인과 교류하기 위한 소일거리로 전락하도록 방치하면 안 된다. 국가정보학의 이론을 정립하고 선진 정보기관을 벤치마킹할 지표를 찾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단순한 경험은 조직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 계속 -

<strong>민진규</strong>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민진규 교수
現 국가정보전략연구소(www.inis.kr) 소장
종로국가정보학원 국정원·대통령경호처 논술/면접/국가정보학 전임 교수
종로국가정보학원 국립외교원·외무영사직·출입국관리직 면접 전임교수
공시마 공기업 자소서/면접 전임교수
前 국방부 정보부대 정보분석관(예비역 공군 대위)
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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