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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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이해
  • 신희섭
  • 승인 2023.10.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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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선거철이 돌아오고 있다. 2020년 총선에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대체로 제도 취지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평가된다. 따라서 제도를 수정하고 보완할 필요성은 있다. 2023년 연초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편을 제안했다. 국회는 전원위원회까지 소집하면서 선거제도 개편안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국회 제시안들은 정당 차원에서 거부되거나 수정되었다.

국회가 제출한 안 중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2105년 헌법재판소가 선거법 관련 판결을 내면서 제안하기도 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2020년 총선 전에도 시민단체가 제안한 제도기도 하다.

그런데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많지 않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사용하면 정당별 의석수가 어떻게 바뀌는지는 분석이 많지만, 제도가 작동하는 원리에 관해서는 설명이 많지 않은 듯하다. 제도에 대해 부분적 혼선이 있기 때문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는 우선 선거구의 크기에 관한 것이다. ‘권역’은 비례의석을 선출할 때 ‘전국’구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한국은 전국구 선거제도로 비례선거제도를 사용한다. 즉 비례선거제도에서 정당이 지지를 받으면 그 지지를 전국으로 합산하여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다. 반면 권역별로 한다는 것은 전국단위의 선거구를 권역이라고 하는 좀 더 작은 단위로 나누는 것이다. 권역별로 선거를 치르게 되면 서울, 수도권, 경남, 경북, 충청, 전북과 전남의 6개의 권역으로 나누거나, 이보다 더 지역을 구분해서 17개로 나눌 수도 있다. 그리고 각 권역에서 집계된 정당 득표율을 계산해서 비례의석수를 채우는 것이다.

지역구선거에선 우리 유권자가 던진 표가 지역에만 합산되어 의원을 선출한다. 마찬가지로 정당에 던진 표도 전국으로 계산하지 않고 권역에서만 계산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권역별 비례선거제도는 독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독일의 역사를 반영한다. 400개 정도로 분권화되어 있던 작은 정치 단위들이 1871년 독일을 만들었기 때문에 독일은 지방분권화를 최대한 반영하는 선거제도를 사용하는 것이다.

권역별 비례선거제도를 사용할 때도 두 가지가 나누어진다. 병립형 선거제도와 연동형 선거제도가 그것이다. 이것은 정당이 득표한 비율을 의석으로 전환하는 방식과 관련된 것이다. 한국에서 2016년 총선까지 비례대표제에서 사용된 것이 병립형 선거제도다. 정당이 득표한 득표비율을 비례대표 의석수로만 한정해서 계산하는 것이다. 현재 47석짜리 비례의석수에서 A 정당이 20% 득표하면 47석×0.2=9.4석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반면 연동식은 전체의석수로 계산하는 것이다. 300석×0.2=60석이 되는 것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사용할 때 병립형 제도와 연동형 제도 사용에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A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패권 정당이라고 가정해보자. 또 권역은 전체 50석을 가지고 있고, 이중 지역구 의석이 35석이고 15석이 비례선거 의석이라고 하자. 선거결과 A 정당이 이 지역에서 지역구 의석은 싹쓸이했고 정당 투표에서는 70%의 지지를 받았다고도 해보자.

먼저 병립형으로 권역별 선거제도를 사용할 때 결과를 보자. A 정당은 35석 지역구 의석에 더해 정당 투표에선 15석×0.7=10.5석을 얻는다. 전체 50석에서 45.5석을 얻으니 45석이거나 46석이 될 것이다. 그런데 연동형을 사용하는 경우를 보자. A 정당은 전체 의석 50석×0.7=35석이 된다. 전체의석수가 35석인데 이미 지역에서 35석을 얻었다. 따라서 A 정당은 비례의석 15석에서는 한 석도 얻지 못한다. 15석은 나머지 30%의 지지를 얻은 다른 정당들의 몫이 된다. 그래서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특정 지역에서 우위에 있는 정당에 불리하다. 지역주의 완화 효과가 기대되는 이유는 특정 지역의 소수 지지를 받는 정당이 의석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제시된 방안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중에서 병립형이다. 병립형은 특정 지역에서 패권 정당이 아닌 정당의 의석을 1석에서 2석 정도 보장(47석을 6개 권역으로 나눈다고 가정)해서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 지역 패권 정당이 지역구와 정당 투표에서 의석 대부분을 가져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역주의를 약화하기 위해서는 연동형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연동형이 정당들에 의해 선택될 것 같지 않다. 두 가지 이유가 크다. 첫째, 연동형은 초과의석이 발생한다. 선거 이후 지역구에서 선전한 정당들 때문에 의원 수가 늘어난다. 한국 유권자들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둘째, 양대 정당들이 원치 않는다. 양대 정당은 자신들이 지지받는 지역에서는 의석수에서 손해를 본다. 하지만 지지가 약한 지역에서는 이익을 본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과 수도권이다. 이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는 정당은 정당 투표에서 손해를 본다. 어떤 경우에도 손해는 양대 정당이 보고, 이익은 소수 정당에 돌아간다. 이런 조건을 양대 정당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2024년 선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짧은 기간 동안 정당과 국회가 유권자를 설득하면서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제도를 손볼 것 같지 않다. 시작은 창대하나 그 끝은 항상 변화가 없는 역사는 반복될 것처럼 보인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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