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42-사무장 병원 판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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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42-사무장 병원 판별 기준
  • 손호영
  • 승인 2023.10.2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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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일전에 사무장 병원에 대해 칼럼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사무장 병원의 업무는 모두 불법인가?”라는 제목이었는데, 보통 의사가 아닌 ‘사무장(=사무를 총괄하는 사람)’이 의사를 고용하고 그의 이름만 빌려 병원을 세우고 운영하는 병원은 의료법 제33조에 따라 불법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때 소개해드린 판례는 사무장 병원의 업무를 구분하자고 하면서, “① ‘사무장이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업무’는 분명 불법인데다, 그 위법의 정도는 중하여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반사회성을 띠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것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로 볼 수 없고, 방해한다 한들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② 하지만 사무장 병원이더라도 ‘의료인의 진료 업무’는 보호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방해의 대상이 의료인의 진료업무라면 이는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소개해드린 바 있습니다. 당시 쟁점은 ‘업무방해’의 대상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짚은 판례가 있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사무장 병원’이 불법인 것은 알겠는데, 그것을 어떻게 판별하는가? 그에 대한 판례가 새삼 나왔습니다(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0도6492 판결).

사실 이것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제가 만난 의사들도 고충을 토로했던 적이 있습니다. “고용될 때, 그 병원이 사무장 병원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느냐”며, 사무장 병원의 판별법을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원하지 않았는데, 자기도 모르게 사무장 병원에 취직할 수 있다는 ‘불운’을 이야기했습니다.

‘사무장 병원’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법률가에게는 무척 중요한 것입니다. 합법과 불법을 가르는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판례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무장 병원이라고 하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점을 기본으로 하여,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한 사정은 어떻게 인정할 수 있을까요? 두 가지 경우를 들고 있습니다.

첫째,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경우. 둘째,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 이 둘 중 하나에 해당하면 ‘사무장 병원’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또한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판례는 다시 구체화합니다. 첫째의 경우에 대해서는, “비의료인이 실질적인 재산출연 없이 주무관청인 시·도지사를 기망하여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받는 등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시설과 자금이 없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의 외형만을 갖추기 위하여 설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첫째의 경우가 성립되고, 사무장 병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의 경우에 대해서는, “형식적으로는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이 개설·운영되었더라도,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지배하면서 의료기관 운영수익 등을 상당한 기간 동안 부당하게 유출하는 등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둘째의 경우가 성립되고, 사무장 병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료법인 설립과정에 하자가 있었다는 사정이나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재산을 일시적으로 유출하였다는 정황만을 근거로 곧바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가족이나 지인을 이 사건 의료법인 이사로 선임하고 명목상의 이사장을 내세워 이사회를 전혀 개최하지도 않은 채 이 사건 요양병원의 인사, 회계, 자금관리 등 운영에 관한 최종 결정권자로서 업무 전반을 주도했고, 이사회 결의 없이 법인자금을 지출하는 등 법인자금과 개인자금을 혼용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렇게 보았습니다. 이 사건 의료법인의 인수과정에 하자가 있었다거나 재산출연에 관한 문제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고, 이 사건 의료법인의 재산이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유출되었는지 명백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피고인이 개설자격 위반 의료기관 개설로 인한 의료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은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17도1807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 따른 것인데, 당시에도 ‘개설자격 위반의 인정 범위가 지나치게 축소되는 결과’를 우려하는 견해가 있었습니다. 한번 살펴보시면 좋을 듯해 소개해봅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sohnho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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