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37)-저작권침해 건축물 철거청구
상태바
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37)-저작권침해 건축물 철거청구
  • 신종범
  • 승인 2023.10.13 1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보통 건축물철거청구는 대지의 소유권자가 정당한 권원없이 그 대지에 건축된 건축물을 대상으로 건축물의 소유권자 등을 상대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최근 이런 통상의 경우와 달리 소유권자가 아닌 저작권자가 건축물철거청구를 하여 법원에서 인용된 사례가 있었다.

2016년 12월 부산 기장군 바닷가에 들어선 카페 ‘웨이브온’은 ‘서울 고소영 빌딩’(테티스), ‘강원도 정선 원빈 집’(42nd 루트하우스)으로 불리우는 건축물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의 대표작으로 세계건축상,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등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았고, 지역 명소로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2019년 ‘웨이브온’과 똑 닮은 카페가 울산 북구 동해안로에 등장하면서 ‘짝퉁 웨이브온’ 논란이 빚어졌다. 두 건물은 바닷가에 접한 입지는 물론 두 덩이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비틀어 쌓은 형태, 연면적, 높이, 규모 등 외관도 비슷했다. 1~3층엔 가운데가 뻥 뚫린 ‘오픈 스페이스’ 형태의 중앙 계단이 배치되는 등 내부 인테리어 또한 매우 흡사했다. 사람들은 두 건물이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웨이브온’을 건축한 건축가는 울산 카페의 건축사사무소와 건축주를 상대로 “울산 카페가 웨이브온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청구와 함께 울산 카페의 철거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웨이브온’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우선 ‘웨이브온’이 저작물에 해당하여 저작권이 인정되어야 하고, 울산 카페가 ‘웨이브온’의 창작성을 본떠(의거하여) 만들어졌으며, ‘웨이브온’과 실질적으로 유사하여 ‘웨이브온’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했다.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정의하고 그러한 저작물의 종류로 건축저작물을 예시하고 있다. ‘웨이브온’의 경우에도 창작성이 있다면 건축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는데 법원은 “웨이브온은 어느 방향으로도 바다가 보일 수 있도록 설계된 건물로, 내·외부의 조형에서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건축저작물로 인정했다. 또한 두 건물이 내부 계단을 따라 형성된 콘크리트 경사벽, 경사벽 및 돌출 공간을 떠받치는 형태의 유리 벽, 기울어진 ‘ㄷ자’형 발코니 벽, 상부 건물 전면 중앙통창 등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고 울산 카페가 ‘웨이브온’의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인정하였다.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다면 그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가 인용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건축물인 울산 카페의 철거 청구의 인용 여부는 알 수 없었다. 저작권법상 저작권자는 침해행위에 의하여 만들어진 물건의 폐기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 서적, 음반, 영상물 등의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면 손해배상과 함께 이를 폐기하라는 청구가 인용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건축물의 경우에는 폐기에 해당하는 철거가 쉽지 않고, 판결 전에 합의되는 경우가 많아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건축물을 철거하라는 판결이 선고된 적은 없었다.

4년 가까이 이어진 ‘웨이브온’ 제1심 소송에서는 최초로 저작권을 침해한 건축물에 대한 철거청구가 인용되었다. ‘웨이브온’의 저작권을 침해한 울산 카페측은 “웨이브온 건물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는 부분만 분리해 폐기해야 한다”며 전면 폐기는 권리남용으로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 부분만 따로 떼어 폐기하는 건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고 보인다”며 전면 철거를 명령했다.

그동안 건축업계에서는 건축물의 저작권 인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금전적 배상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비록 1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건축물의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종범 변호사
http://blog.naver.com/sjb629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