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40-소유권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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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40-소유권 신화
  • 손호영
  • 승인 2023.10.1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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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우리는 ‘소유권’을 ‘완전한 권리’라고 보통 알고 있습니다. 사용, 수익, 처분의 권능이 모두 있고, 지상에서부터 지하까지 미치는 이 권리를 ‘완전하다.’고 하는 데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을 듯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우선, 민사적 관점에서 보겠습니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소유자가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사용·수익의 권능을 대세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허용하면 결국 처분권능만이 남는 새로운 유형의 소유권을 창출하는 것이어서 민법이 정한 물권법정주의에 반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7다211528, 211535 판결).” 이러한 내용은 소유권은 ‘완전’하게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예외도 분명 존재합니다. 최근 판례를 보겠습니다. 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토지를 임대하면서 그 기간을 ‘영구’로 적었습니다. 만약 이를 허용한다면, 소유자가 마치 ‘사용·수익 권능을 영구적으로 포기함으로써 처분 권능만이 남는 새로운 유형의 소유권을 창출하는 것’처럼 될 것 같은데, 앞서 본 판례에 비추어 이를 허용해도 될까요?

대법원은 괜찮다고 합니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23다209045 판결). “소유자가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사용·수익의 권능을 대세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으나, 특정인에 대한 관계에서 채권적으로 사용·수익권을 포기하는 것까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입니다. “임대차기간이 영구인 임대차계약을 인정할 실제의 필요성도 있고, 이러한 임대차계약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사정변경에 의한 차임증감청구권이나 계약 해지 등으로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임차인에 대한 관계에서만 사용·수익권이 제한되는 외에 임대인의 소유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당사자들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임대차기간을 영구로 정한 약정은 이를 무효로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자유의 원칙에 의하여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입니다.

그러고 보면, 소유자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허용된 사례가 또 있습니다. “토지 소유자가 그 소유의 토지를 도로, 수도시설의 매설 부지 등 일반 공중을 위한 용도로 제공한 경우에,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 보장과 공공의 이익 사이의 비교형량을 한 결과, 소유자가 그 토지에 대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타인…이 그 토지를 점유·사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로 인해 토지 소유자에게 어떤 손해가 생긴다고 볼 수 없으므로, 토지 소유자는 그 타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토지의 인도 등을 구할 수도 없다(대법원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

공법적 관점에서는 더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소유권은 완전한 권리일 수 있겠지만, 자신의 토지가 농지인 경우 일정 사유가 발생하면 해당 농지를 처분하여야 하는 경우도 있고(농지법 제10조), 자신의 토지에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하거나 토지의 형질을 변경하거나 또는 토석의 채취 등을 하려 하는 때에도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고(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6조), 심지어는 자신의 토지가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가 된 경우에는 수용되기까지 합니다(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19조). 따라서 이러한 규제가 있으면, 그 소유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규제가 있는데도, 이론적이고 관념적으로 “소유권은 완전하다.”는 명제를 마치 정답처럼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소유권 절대의 법칙’에 조금 의구심을 갖게 되면, 토양오염 사례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즉, 어떤 회사가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이후, 폐기물을 땅에 묻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이 땅을 팔았습니다. 그 회사에게 매수인에 대한 민사적 책임이 있을까요?

2002년 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2. 1. 11. 선고 99다16460 판결). 그가 행정제재나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 자신의 소유였던 토지에 폐기물 등 매립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행위’이므로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아마 이는 그의 소유권이 ‘배타적이고 절대적인 권리’이므로, 그 땅에 무엇을 하든 잘못은 아니라고 본 때문이 아닐까요? 하지만 앞서 보았듯, 소유권은 제한될 수 있는 것이고, 2016년 대법원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토지소유자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묻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전원합의체 판결).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sohnho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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