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반응에 흔들린 민주주의, 헌재가 바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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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반응에 흔들린 민주주의, 헌재가 바로잡다
  • 법률저널
  • 승인 2023.10.0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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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6일 ‘남북관계발전법’의 대북 전단 살포 금지 조항 일부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이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침해되었다는 이유에서였다. 해당 법은 전임 문재인 정부와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2년 9개월 전에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것으로,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였으며 이를 위반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중 헌재 심판대에 오른 항목은 3호에 의해 정의된 ‘전단 등 살포’ 행위 금지 부분이었다. 헌재는 7대2의 다수 의견으로 이 조항을 헌법 위반으로 판단, 그 결과 해당 조항은 즉시 효력을 잃었다.

유남석‧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북한의 특성을 고려하면 도발을 일으킬 수 있는 표현의 범위가 상당히 포괄적”이라며 “따라서 심판 대상 조항에 의해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이 추구하는 국민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 보장은 중대한 공익을 목적으로 하며, 국가는 남북 평화통일을 위한 책무가 있지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은 그 중요성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라고 강조했다.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나아가 “심판 대상 조항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책임을 전단 등 살포 행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비난 가능성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는 것은 북한인데 위해(危害) 유발에 대한 책임을 전단 살포자에게 묻는 것은 ‘책임 없이는 형벌도 없다’는 헌법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남북 긴장 완화 분위기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기 위해 야권의 반대를 뚫고 2020년 12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대북전단은 그간 남북 간 주요 갈등 요인 중 하나로 꼽혀 왔다. 대북 전단 살포 금지 규정은 문재인 정부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야권의 강력한 반대 속에 추진했다. 헌법소원을 낸 27개 단체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020년 6월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한 뒤 해당 법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는 점에서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부르며 극렬히 반발해 왔다.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화려한 승전보다 더러운 평화가 낫다’라면서 이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경기 북부 접경지역 등 5개 시군 전역을 위험지역으로 설정하고 대북 전단 살포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국가의 가장 큰 기둥 중 하나는 헌법이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국가의 틀을 제시한다. 그렇기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중대하게 여겨진다. 그중에서도 이번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의 위헌 결정은 특별한 주목을 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침해한 사례로, 국민의 기본권과 정치의 괴리를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이 법의 도입 배경을 되돌아보면, 북한의 반응을 우려하여 정치적 계산에 의한 제약을 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정치와 국민의 권리 사이에서는 국민의 권리가 항상 우선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를 명심하며 향후 이러한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당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 법을 통과시킨 주체로서, 그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주범이므로, 국민 앞에 명확히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정부의 근본적인 역할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국가의 기본 원칙을 수호하는 것이다. 이런 기본 원칙도 무시하며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그들의 행동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북한과의 관계를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하는 것은 더욱 비판받아야 할 행위이다. 우리는 이번 헌재의 판결을 통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정치의 불일치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우리 사회는 앞으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지켜나가며, 그런 원칙을 흔들리지 않게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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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2023-10-09 20:53:41
100% 맞는 말씀입니다. 헌재의 결정을 알지 못하는 국민도 있는데, 이런 좋은 글 써 주셔서 위헌 결정된 조항이 얼마나 나쁜 조항인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좋은 글 써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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