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규 칼럼] 1. 국정원을 선진정보기관으로 도약시킬 3가지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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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규 칼럼] 1. 국정원을 선진정보기관으로 도약시킬 3가지 혁신
  • 민진규
  • 승인 2023.10.06 10: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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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한반도 주변 정세 대처하려면 창의적 혁신 시급
관행에 얽매여 혁신 거부하면 막중한 임무 수행 불가능

최근 러시아는 교착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중국 및 북한과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비축한 포탄,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를 공급받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보유하고 있던 무기 재고는 대부분 고갈됐지만 서방의 경제제재로 생산 확대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보내는 대신에 석유와 미사일·위성 관련 기술을 이전받고자 한다. 올해 들어서만 정찰위성을 2차례 발사했지만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핵탄두를 탑재할 잠수함을 공개한 이후 한미일 안보동맹에 대한 비난도 멈추지 않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며 한반도 주변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함에 따라 국가정보기관의 어깨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국가정보원을 선진 정보기관으로 도약시킬 3가지 혁신 방안을 살펴보자.
 

▲국정원을 도약시킬 3가지 혁신 방안 [출처=iNIS]
▲국정원을 도약시킬 3가지 혁신 방안 [출처=iNIS]

3가지 혁신을 통해 CIA에 필적할 정보기관으로 도약해야

역사 이래 인간은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했지만 소수의 혁신자 덕분에 인류 문명은 진화를 이룰 수 있었다. 변화를 싫어하는 인간의 모습은 냄비 속에 들어간 개구리와 비슷하다. 개구리를 냄비 속에 넣고 물을 서서히 끓이면 나오려고 시도하지 않고 삶겨 죽는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국가정보기관도 혁신(innovation)을 거부하거나 두려워한다. 엘리트 집단이라는 자부심과 독점적 지위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의 필요성마저 느끼지 못하도록 만든다. 국정원이 미국의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중앙정보국)와 같은 선진 정보기관으로 도약하려면 지식혁신(Knowledge Innovation), 조직혁신(Organization Innovation), 기술혁신(Technology Innovation)이 시급하다.

첫째, 지식혁신은 직원의 업무 역량을 높이고 조직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자산(asset)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 CIA는 정보활동, 방첩활동, 비밀공작활동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집약해 방대한 텍스트북을 생산한다. 분기별도 계간지를 발간하고 특정 이슈에 대한 보고서도 수시로 내놓는다.

해외 명문대와 국내 일반대의 차이점은 학습에 활용하는 교재의 숫자와 질(quality)이다. 일반대는 교수들의 능력도 떨어지지만 학생들에게 제공할 변변한 교재도 없다. 수십 장의 참고자료와 관련 현상이나 사례로 한 학기 수업을 때우는 학과나 대학이 적지 않다. 정보기관도 직원의 역량을 끌어올릴 텍스트북이 부족함에도 해결할 의지가 없고 역량도 부족하다.

둘째, 조직혁신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통신기술(ICT) 대기업처럼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으로 달성될 수 있다. 미국 CIA가 FBI(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연방수사국)보다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흑인·동양인과 여성을 적극 수용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안보·경제 상황에 적극 대응하려면 다수 국가의 정치경제·사회·문화·기술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다수 언어를 구사하며 다양한 문화에 익숙한 직원이 늘어나야 한다. 동질적(homogeneous)이기보다 이질적(heterogenous)인 직원이 창의성을 발현하기 때문이다.

셋째, 기술혁신은 첩보수집과 정보분석 과정에 활용할 도구(tool)를 고도화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첩보수집 도구는 인간(human)에서 각종 유무선 통신을 도청(wire tapping)하는 장비(device)까지 진화하고 있다. 지상기지와 항공기, 선박을 넘어 위성까지 확대되고 있다.

정보기관의 핵심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정보분석은 아직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는 불모지에 속한다. 컴퓨터가 인간의 직관력과 통찰력을 뛰어넘지 못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 자료의 통합과 요약에 그치는 후진국 정보기관의 분석 수준을 고려하면 교만한 말장난이라고 여겨진다.

종합하면 국정원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군사·경제안보를 담보할 막강한 책무를 완수하려면 지식혁신, 조직혁신, 기술혁신이 불가피하다. 자만심을 버리지 못하고 관행에 의존하면 정보기관의 위상이 점점 추락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외부의 충격보다는 내부의 자발적 노력에 의한 혁신이 바람직하다.

혁신을 융·복합해야 조직의 한계 극복 가능

정보기관의 존재 가치는 조직·예산의 규모가 아니라 국가안보에 공헌하는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세계 최고 정보기관인 CIA에게 불어닥쳤던 위기와 극복 과정이 이를 적나라하게 입증한다. 국정원이 3가지 혁신을 통해 달성해야 하는 목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지식혁신의 성과가 조직혁신으로 이어질 때 정보의 질(quality)이 향상된다. 국정원은 생산된 정보의 오류와 지체된 정보 보고로 최고정책결정권자의 보좌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체계적인 이론으로 정립되지 못한 경험과 사례의 활용도는 제한적이다’라는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다음으로 지식혁신이 자연스럽게 기술혁신을 도출하면 정보분석이 고도화된다. 미국 CIA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셔먼 켄트(Sherman Kent)가 정보분석을 ’지식의 특별한 영역(special category of knowledge)’라고 정의했을 정도로 평범한 인간의 도전을 거부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등의 기술을 광범위하게 수용해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조직혁신이 창의적인 사고와 대안 제시를 통해 기술혁신을 받아들이면 첩보의 출처(source)가 다양화된다. 편협된 내부 전문가가 아니라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수용한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들이면 발상을 전환할 수 있다. 수십 년 전의 지식과 경험에 멈춘 전문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기술혁신의 방향을 정하기 어렵다. 혁신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 계속 -

<strong>민진규</strong>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민진규 교수
現 국가정보전략연구소(www.inis.kr) 소장
종로국가정보학원 국정원·대통령경호처 논술/면접/국가정보학 전임 교수
종로국가정보학원 국립외교원·외무영사직·출입국관리직 면접 전임교수
공시마 공기업 자소서/면접 전임교수
前 국방부 정보부대 정보분석관(예비역 공군 대위)
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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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2023-10-09 20:56:33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훌륭한 글입니다. 갈수록 정보가 중요해지는 세상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선진정보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유익한 글 써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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