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258) / 나에게 쓰는 편지.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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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258) / 나에게 쓰는 편지. 가을!
  • 정명재
  • 승인 2023.10.06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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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 안전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9월에는 모처럼 여름의 끝자락을 보내고 가을을 맞는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오랫동안 나는 계절의 변화나 시간이 흘러감을 제대로 느낄 여유조차 없이 살아왔다. 무엇이 그리 바쁜 삶이었는지 나조차 잊은 아련한 과거의 편린(片鱗)들 앞에 선다.

과거를 회상하는 일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오로지 현재에 집중하고 다가올 미래에 온 신경을 쓰다 보니 흘러간 옛 일들이야 무심코 지나쳐 기억 저편에 두기 일쑤다. 해묵은 짐들을 정리할 일이 있어 이것저것 정리를 하다 우연히 군(軍)생활 때 받았던 편지들을 보았다. 언젠가는 한 번쯤 정리해야지 했던 그 때의 이야기들.
 

가장 빛나고 가장 아름다웠을 이십 대의 풋풋함, 세상에 대한 도전과 용기가 충만했던 그리고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기대가 교차하던 시간들. 그때를 돌아본다. 갇힌 공간, 얽매인 시간에서 배울 수 있던 것은 생각보다 많았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도, 세상에서 그리움을 처음 가르쳐 준 첫사랑과의 이별도 그리고 견디고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도 그곳에서 배웠다. 젊음은 상실의 시대를 겪는 시간이다. 연약한 꿈들이 현실 앞에서 무너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부자와 가난한 자, 성공과 실패, 가정환경, 학벌 등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이제 비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젊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이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너무 아프고, 너무 서러운 일들을 연거푸 겪었기에 이제는 마주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대가 아직 젊음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그 지독한 시간을 지난 나는 전하고픈 말이 있다.

젊다는 것은 무지함의 연속선상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 연속된 도전 그리고 실패, 설령 하나를 이루었다고 해도 다시 어려운 수학문제처럼 또 다른 난관(難關)이 앞에서 기다린다. 이 세상은 비교하며 살고 싶지 않아도 꼬리표처럼 나를 따르는 인생의 명찰을 달아준다. 누가 더 많고, 누가 더 아름답고, 누가 더 이루었고, 누가 더 큰지, 작은지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또 비교당하며 세상의 잣대에 맞추어 간다.

가난한 지갑을 채우는 것은 힘들기만 하다. 일자리가 넉넉한 것도 아니고, 나를 도울 주변 환경도 그저 막막한 하루를 살아가기에 바쁘다. 그렇게 하루의 힘겨운 삶을 살아가면서도 날고픈 꿈 하나 간직할 뿐, 박제(剝製)된 독수리처럼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굳어버린 날개를 핥는다. 젊음은 시련의 연속이고, 현실을 마주해야 할 차가운 얼음처럼 시리다.

꺾이고, 밟히고, 채이고, 짓이겨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가 되라 하지만 인생은 그때마다 너무 아픈 것을, 긴 터널의 끝에 빛이 살며시 새어나오기를 바라지만 길고도 멀다. 젊음은 그리고 인생은.

그러나 한 가지 희망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을 하나의 진리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 물가에 떠 있는 나뭇잎은 시간의 흐름에 이미 지나가고 없다. 어제의 물소리와 바람소리 또한 오늘과는 다르다. 마찬가지로 어제의 나를 돌아보면 이미 저 멀리 사라지고 있을 뿐이다. 잡으려 하지도 말고, 집착하지도 말며, 애써 슬퍼하지도, 노여워하지도 말라. 그저 흘려보내라. 나도 그리고 그대도 변화될 수 있음을 자각(自覺)하고 느껴야 한다. 어제의 힘겨운 삶과 어제의 가난한 인생이 계속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흘러갈 테지만 어제와는 다른 삶이 시간 속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나는 고생스러운 시간을 겪어낸 적이 조금은 많을 듯싶다. 그때마다 생각했다.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처럼, 된 비처럼 거칠고 세찬 시련(試鍊)일지라도 끝은 있으리라 하고 말이다. 고통이 지나면 굳은살이 하나씩 내 손에, 내 가슴에 박힌다. 그렇게 강해지고 그렇게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하나씩 이겨내는 것이다. 그리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 간다.

수학강사, 회사원, 노점상, 식당 주인, 오토바이 배달, 인테리어 공사, 중고서점 등 이런저런 일들을 도모하며 인생을 배웠다. 지금은 책을 쓰고 강의를 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나의 지난 시간은 막무가내, 시궁창 같은 인생이라 해도 과언(過言)이 아니다. 끝없이 견뎌야 하는 가난한 삶, 인고(忍苦)의 삶, 그리고 긴 기다림, 무명(無名)의 강사로서 살아가는 일은 하나 같이 쉽지 않았다. 어느 한 순간 평안한 적은 없지만, 한 가지 잊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나는 변화될 것이며, 길이 없으면 찾고 그래도 없으면 내가 만든다.’는 신념 하나는 자존심처럼 가지고 살았다.

젊음이여! 그대에게 펼쳐질 인생을 미리부터 겁먹거나 알려고 애쓰지 말기 바란다. 어차피 너무 이른 성공도, 그리 좋은 것이 아니라는 걸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그렇다고 나처럼 아둔하게 온갖 시련을 찾아다니며 고생스럽게 살지는 말아야 한다. 모든 식물들은 저마다의 꽃피는 시기가 다른 법이다. 붉은 꽃받침에 하얀 매화는 추운 겨울 끝자락 2월에 피고, 매혹적인 장미는 5월에 피며, 노랗고 하얀 국화는 오늘 같은 가을날에 핀다. 나의 아름다운 개화(開花)는 아직 미완성이지만 언젠가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릴 것을 이제는 믿는다.
 

쉽게 온 것은 쉽게 사라지는 법이다. 너무 당연해서 그 고마움을 몰랐다. 군 생활 때 받은 편지에는 부모님, 친구, 연인, 동생 등에게서 온 사연들이었다. 나를 걱정해주는 그들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고,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그들의 마음을 읽는다. 가슴 뭉클한 사연 앞에서는 다음 줄을 읽을 용기를 내야만 했다. 그리움, 애틋함, 이별 그리고 제대(除隊).

나는 나에게 편지를 쓴다. 이제는 그 순수의 시대를 꺼내, 잃어버린 나를 다시 쳐다보고 앞으로 나아갈 너의 인생을 계획할 시간이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젊음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었고, 고통의 순간들도 이제는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냉철한 이성과 차가운 심장으로 박제처럼 굳어버린 그 날개를 다시 펼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게 너의 길을 가라! 다만, 아름답고 순수했던 그 기억마저 지우지는 말고 가슴속에 새겨 기억하기를. 그래서 언젠가는 그들에게 따뜻한 감사의 마음을 꼭 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 정명재 닷컴
2015년 지방직 일반행정직 9급 합격
2015년 국가직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6년 서울정부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근무
2016년 서울시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7년 국가직 교정직 9급 합격
2017년 지방직 도시계획직 9급 합격
2018년 지방직 수산직 9급 합격
2019년 지방직 건축직 9급 합격
2000년 국가직 조경직 9급 합격
‘직장인에서 공무원으로 갈아타기’ ‘공무원시험을 위한 코칭’ ‘장원급제 독학용 학습지’ 대표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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