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지난 18일 5급 공채 행정직과 기술직, 외교관후보자 선발 2차시험의 높은 벽을 넘고 이제 마지막 면접시험 관문만을 남겨둔 수험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간혹 수험생들 중에 직장 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상 대다수의 수험생들은 내내 공부에만 전념했기 때문에 면접시험이 낯설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낀다.
이에 법률저널은 수험전문지로서 수험생들의 면접 준비를 돕기 위해 매년 5급 공채 등의 2차시험 합격자 발표 직후 면접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고시촌에 소재한 관악청소년회관에서 설명회가 진행됐다. 예정된 시작 시간 한참 전부터 몰려든 참가자들로 설명회장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미리 준비한 보조 의자도 부족해 출입구 앞에 서서 듣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에어컨을 가동했음에도 설명회장을 가득 메운 수험생들의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면접시험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수험생들의 실력이야 두 차례에 걸친 필기시험을 통해 이미 충분히 확인된 상황이니 면접을 통해 다시 실력을 검증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 결국 면접시험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이번 특강에서 강연자가 강조한 바와 같이 ‘이 사람이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판단, 즉 인성이나 가치관에 대한 평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5급 공채 면접 방식을 기준으로 직무역량 면접, 공직가치·인성 면접에서 자료 작성 시간을 제외하고 각 40분씩, 총 80분의 면접을 통해 면접자의 인성과 가치관을 제대로 판단하는 것이 가능할까? 예전에 기자의 눈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는 역사적 사례가 이 같은 의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난 1939년, 아직 전쟁이 발발하지는 않았던 시기에 당시 영국 총리였던 체임벌린은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로 전 유럽을 떨게 하던 히틀러를 만났다. 첫 만남을 가진 후 체임벌린은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 ‘머리카락은 갈색이고 눈동자는 파란데 표정이 좀 무뚝뚝하고 특히 평온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특별한 구석이 없었다. 군중 속에 있으면 절대 알아보지 못할 테고 십중팔구 페인트공이라고 생각할 법한 외모’라고 평했다.
이어 2번째, 3번째 만남을 거치며 히틀러에게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아 영국에 돌아온 체임벌린은 국민들에게 “절대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그로부터 6개월 후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했고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됐다.
히틀러를 직접 만났던 체임벌린은 그의 ‘첫인상’과 거짓 서약서를 통해 그릇된 판단을 함으로써 제대로 전쟁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반면 히틀러를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처칠은 자료를 통해 파악한 히틀러의 행적을 기반으로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표정이나 언행에 마음이 드러난다고 여긴다. 그런 편견은 체임벌린과 같은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고 면접시험에도 그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면접시험에 충분히 효용성이 있다며 지지하는 의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많은 연구와 경험을 토대로 면접 기술은 발전했으며 면접관들도 수험생들의 진실과 거짓을 가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게다가 면접시험이 실제로 효과가 있든 없든 수험생들은 면접시험을 치러야 하고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공무원 사회에 잘 적응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이상적인 인재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그 과정에서 거짓말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제 자신의 모습에 조금은 더하고 또 조금은 덜어내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한창 면접시험을 준비하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또 다른 노력을 이어가고 있을 수험생들을 응원하고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 이번 면접설명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으로 이번 기자의 눈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이상적인 공무원상으로 다듬어 낸 자신의 모습이 진짜라고 믿으라고. 그리고 지금의 간절한 마음과 믿음을 잊지 말고 실현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