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329)-정치 실종이 불러온 정치 망국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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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329)-정치 실종이 불러온 정치 망국론
  • 강신업
  • 승인 2023.09.2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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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정치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수많은 학자가 정치를 말했지만, 정치의 요점을 가장 적확하게 파악한 말 중 하나는 ‘정치의 목적은 민생, 정치의 방법은 소통’이라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씀이다. ‘정치는 현실을 진단하여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율곡 선생의 말씀 또한 정치의 본령을 가장 정확하게 통찰한 금언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한국 정치는 아직도 다산 선생과 율곡 선생이 말씀하신 본령과 본질에서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다. 정치가 국가와 국민의 활로를 열기는커녕 그 목덜미를 뒤에서 잡아채고 있다. 정치가 실종되고 진영 간 대립이 계속되며 ‘정치 망국론’을 입에 올리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 정치 망국론은 이 시점에서 한국 정치가 선진정치로 탈바꿈되지 않으면 한국의 경제 성장도 한국의 선진국 진입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이론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적으로도 정치가 후진적인 나라는 거의 예외 없이 경제 성장이 멈추고 사회가 혼란해졌다. 한때 높은 국민소득을 자랑하던 베네수엘라는 물론 그리스 같은 서구 유럽국가들도 정치실패로 인해 극심한 경제침체와 사회 혼란을 겪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정치 실종의 가장 큰 원인은 이재명으로 대표되는 사법리스크의 정치적 해결 시도다. 이재명은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벗어나기 위해 단식까지 하고 있다. 검찰의 출석요구 후 단식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이재명의 단식이 구속을 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되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한다. 그러나 명분 없는 단식이다. 검찰이 단식 중인 제1야당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하고 구속 영장까지 친 것은 바로 이처럼 이재명의 단식이 처벌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재명은 한술 더 떠 국회 표결을 앞두고 “불법 부당한 체포동의안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 달아줄 것”이라며 민주당에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문했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당당히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큰소리를 치더니 막상 이제 구걸까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1야당 대표의 이런 모습은 대한민국 정치의 정치 실종을 그대로 대변하는 슬픈 자화상이다. 국회가 한 정치인의 방탄용으로 전락한 이 장면은 민생도, 소통도, 현실 진단도, 대안 제시도 없는 정치 실종 현상을 증명한다. 여야 갈등이 격화되고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것도 결국은 정치가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정치가 정치답기 위해서는 여당은 여당답고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 집권 여당은 정책 입안을 주도하거나 민생을 살피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하고, 야당은 이를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혐오 정치가 반복되는 현상을 막고, 서로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비전을 보여야 한다.

정치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정치가 지향하는 것이 국민을 살리는 것이라면, 같이 방법을 찾고 더 나은 대안을 찾는 협업을 계속해야 한다. 정치인은 무엇보다 국민에 연민을 느끼고 국민과의 소통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정치인이 소통을 멈추는 순간 그것은 이미 정치인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특히 소외된 이들을 위해 긴장감을 유지하며 국민을 위한 불침번을 자처하지 않는 정치인은 무늬만 정치인일 뿐이다. 민주주의 퇴화 현상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갈등이 진영 간 구조적 대립으로 격화되고 고착되면서 대화와 타협이 아닌 힘의 논리에 의해서만 해결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 실종의 원인인 동시에 결과이기도 한 포퓰리즘은 대의민주제를 퇴화시켜 합의정치 문화를 말살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정치 선진화의 지상과제다.

사실 정치는 제도를 만들고 고치는 작업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제도를 만들고 시대에 맞게 기존 제도를 고쳐가는 일이 정치가 맡은 임무다. 그 작업은 쉽지 않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제도개혁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지극히 어려운 작업이다. 물론 자기희생과 인내도 요구된다. 국민을 곧바로 감동을 줄 수 없다 하더라도, 임기 내에 성과를 거둘 수 없다 하더라도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는 지도자라면 제도를 만들고 고치는 일, 즉 정치를 계속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 실종 사태를 극복하고 정치 망국론을 불식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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