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2022년 형법 주요 판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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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2022년 형법 주요 판례(4)
  • 이창현
  • 승인 2023.09.1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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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형법각론 분야

7. 재물의 위탁행위가 범죄의 실행행위나 준비행위 등과 같이 범죄실현의 수단으로서 이루어진 경우 (대법원 2022.6.30.선고 201721286 판결)

. 사 안

​<strong>이창현</strong>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피고인, 피해자, A 세 사람은 2013.1.경 피고인이 3억원, A6억원, 피해자가 2억원을 각각 투자하여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한 다음 그 명의로 요양병원을 설립·운영하여 수익을 나누어 가지기로 약정(이하 이 사건 동업약정’)하였다. 피해자는 이 사건 동업약정에 따라 피고인에게 2013.3.13.경 노인요양병원 설립에 필요한 투자금 명목으로 피해자로부터 3,000만원(이하 이 사건 금원’)을 송금받아 피해자를 위해 보관하던 중 2014.2.17.경 위 금원을 개인채무 변제에 사용하여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원심이 사건 동업약정은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무효이지만, 피고인이 주도해서 병원을 운영하기로 하고 피해자와 A가 자본금을 투자해서 이익을 분배받기로 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금원의 지급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는 피고인이 개인적인 용도로 금원을 임의로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하고, 설령 피해자와 A가 이 사건 동업약정에 따라 피고인에게 투자금을 교부한 다음 조합관계에서 탈퇴하거나 조합해산청구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위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인정되는 이상 피고인의 보관자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이유로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 판결요지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따라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그 밖의 본권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28)

위탁관계가 있는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29) 재물의 위탁행위가 범죄의 실행행위나 준비행위 등과 같이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서 이루어진 경우 그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인지와 상관없이 그러한 행위를 통해 형성된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

(2) 위 금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자(이하 무자격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이라는 범죄의 실현을 위해 교부되었으므로, 해당 금원에 관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신임에 의한 위탁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 무자격자가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87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는 범죄행위이다. 이 사건 동업약정은 무자격자인 피고인, A, 피해자가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있는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하고, 의료기관의 운영과 손익 등을 자신들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약정으로서, 의료법 제87조에 따라 처벌되는 무자격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행위를 목적으로 한다. 피해자는 이 사건 동업약정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투자금 명목으로 이 사건 금원을 피고인에게 지급하였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8. 자동차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제3자에게 자동차를 처분한 경우 배임죄(형법 제355조 제2) 불성립(대법원 2022.12.22.선고 20208682 전원합의체 판결)

. 사 안

피고인은 2016.6.경 미납대금 채무와 관련하여 피해자 회사에 자동차를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약정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에게 자동차에 관해 등록명의를 이전해 주어야 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2017.3.경 제3자에게 245만원에 매도하여 위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 회사에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1심과 원심은 종래 판례30)의 취지에 따라 유죄를 선고하였고(벌금 300만원),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 판결요지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라거나, 계약의 이행과정에서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여야 한다.

금전채권채무 관계에서 채권자가 채무자의 급부이행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금전을 대여하고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채권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신임을 기초로 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임무를 부여하였다고 할 수 없고, 금전채무의 이행은 어디까지나 채무자가 자신의 급부의무를 다하기 위해 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신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하거나 양도담보로 제공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무자가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 즉 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거나 담보물을 손상, 감소 또는 멸실시키지 않을 소극적 의무,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와 같이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은 모두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이다. 또한 양도담보설정계약은 피담보채권의 발생을 위한 계약에 종된 계약으로, 피담보채무가 소멸하면 양도담보설정계약상의 권리의무도 소멸하게 된다.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목적의 달성, 즉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담보설정계약의 체결이나 담보권설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를 변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채무자가 위와 같은 급부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고,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31)

위와 같은 법리는, 권리이전에 등기·등록을 요하는 동산에 관한 양도담보설정계약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따라서 자동차 등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해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른 의무를 다하지 않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각주)-----------------  

28) 대법원 2016.5.19.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2.18.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9) 대법원 2018.7.19.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2.18.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30) 대법원 1989.7.25.선고 89도350 판결,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채무자 소유의 동산에 관하여 이른바 강한 의미의 양도담보가 설정되어 채무자가 그 동산을 점유하는 경우, 동산의 소유권은 신탁적으로 채권자에게 이전됨에 불과하여 채권자와 채무자간의 대내적 관계에서 채무자는 의연 소유권을 보유하나 양도담보권자가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관할 의무를 지게 되어 채권담보의 약정에 따라 담보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되므로 채무자가 양도담보된 동산을 처분하는 등 부당히 그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된다. 양도담보된 동산이 자동차인 경우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하여야만 효력이 생기지만 그 사용방법에 따라 담보가치에 영향을 주므로 자동차를 양도담보로 설정하고서 점유하는 채무자가 이를 처분하는 등 부당히 그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역시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31) 대법원 2020.2.20.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여 이를 채권자에게 양도할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되고, 주식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제3자에게 해당 주식을 처분한 사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 대법원 2020.8.27.선고 2019도14770 전원합의체 판결,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따른 동산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동산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또는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20.10.22.선고 2020도6258 전원합의체 판결,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동차 등 특정동산 저당법’ 등에 따라 그 소유의 동산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거나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 즉 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거나 담보물을 손상, 감소 또는 멸실시키지 않을 소극적 의무,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와 같이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은 모두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이다. 또한 저당권설정계약은 피담보채권의 발생을 위한 계약에 종된 계약으로, 피담보채무가 소멸하면 저당권설정계약상의 권리의무도 소멸하게 된다.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목적의 달성, 즉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저당권설정계약의 체결이나 저당권 설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있다. 따라서 채무자가 위와 같은 급부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고,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채무자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위와 같은 법리는,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공장 및 광업재단 저당법’에 따라 저당권이 설정된 동산을 채무자가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사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등 참조.

> 다음 주에 계속

■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및 변호사시험 시험위원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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