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김정은과 푸틴의 만남은 무엇을 말하나!
상태바
신희섭의 정치학-김정은과 푸틴의 만남은 무엇을 말하나!
  • 신희섭
  • 승인 2023.09.15 1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3년 9월 13일. 전세계는 두 사람을 주목했다. 김정은과 푸틴. 두 사람이 만났다. 미국식 표현을 빌리면 “‘문제아’가 ‘불량배’를 만나 구걸을 한 것”이다. 누가 문제아고 누가 불량배인지 궁금하겠지만, 구분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

전세계의 이목은 보스토치니 우주 기지에 쏠렸다. 정상회담의 장소가 된 이 우주 기지는 러시아의 우주 강국으로의 재부상을 목표한 곳이다. 그런 점에서 정상회담의 상징성이란 측면에선 마케팅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상징성 말고 얼마나 많은 실리가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정상회담에서 푸틴은 북한에 정찰위성에 도움을 주겠다고 공개했다. 북한에 정찰위성은 두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최근 위성 발사에서 두 차례 실패한 걸 만회할 수 있다. 둘째, 북한 미사일의 재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얻을 수도 있다. 두 번째는 핵무기와 관련해 군사기술에서 핵심적 사안이기 때문에 러시아도 쉽게 내주지는 않을 것이지만, 전략적으로 기술이전 정보를 슬쩍 흘려보낼 수는 있다.

푸틴이 “구걸(begging)한다”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김정은을 만나려는 이유는 명확해 보인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중인 러시아는 재래식 무기가 모자란다. 러시아는 연간 700만 발 정도 포탄이 필요하다고 추정되나, 러시아가 만들 수 있는 수량은 250만 발 수준이다. 따라서 전쟁에 사용한 포탄과 탄약 등을 빠른 시간안에 공급할 방안은 북한뿐이다.

김정은과 푸틴의 만남은 두 가지 전략적인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을 통해 미국과 서방을 압박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기존의 제재 부과를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 폭탄과 재래식 무기를 북한으로부터 공급받게 되면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자체적으로 해제하면서 식량과 에너지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후 러시아의 군사기술 지원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는 전략적으로 조절해갈 수 있다. 앞서 본 것처럼 우주 관련 핵심기술이나 미사일 재진입기술까지 제공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그 단계로 가기 전에 공군기술이나 원자력 잠수함기술을 제공할 수도 있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군사기술제공의 단계를 나누고, 미국이 대응하는 것에 맞춰 점진적으로 기술을 이전해주는 것이다.

이런 조치는 국제정치학에선 Soft balancing으로 설명할 수 있다. 패권국가 미국을 직접 상대하는 hard balancing(군사적 균형이나 동맹 체결)을 하지는 못하지만, 미국을 불편하게 만들 수는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쟁으로 군사력 2위라는 평가에 심각한 오점이 생겼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최빈국이고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북한과의 군사협력 강화는 강대국으로의 위상마저 흔드는 꼴이다. 그래서 이런 조치를 정확히 균형화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냥저냥 땜빵에 불과할 뿐이다.

두 번째는 북한과 러시아가 중국에 대해 보내는 메시지다. 북·중·러를 ‘북방 3각’이라고 하지만 이들 사이의 밀착도는 그리 높지 않다. 중국은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동맹국이 아니다. 중국은 신형대국관계라고 스스로 지칭할 정도로 국제적 위상을 고려해야 하는 국가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침략전쟁이나 북한의 공세적 핵 능력 강화를 무조건 지지할 수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중국의 평판과 위상을 더욱 약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러시아와 북한이 볼 때 중국은 ‘문제아 연합내의 문제아’인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이 양국을 과거 소련 시절의 동맹 정도까지 끌고 갈 것인지는 향후 상황을 두고 봐야 한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이 얼마나 길어질지가 문제다. 북한으로선 주체사상의 자주성과 맞바꿀 만큼 러시아가 줄 수 있는 전략적 지원이 클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양국은 중국을 압박하는 정도에서 전략적 행동을 할 것으로는 예상된다. 냉전기 소련과 중국이 갈등할 때 북한이 사용한 등거리 외교를 다시 복원하려고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보다 중국 의존도가 강력한 현재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에 등을 돌리고 전적으로 러시아에 의존하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 비동맹국가 중에서 맏형 역할을 하던 과거 중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김정은과 푸틴은 ‘저글링 외교’를 할 수밖에 없다. 이손 저손 옮겨가면서 이쪽저쪽으로 위기를 막는 것이다. 걱정스러운 관객들이 이 서커스를 보고 손뼉을 쳐줄 것 같지는 않다. 반대로 미국이 중심이 되어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다. 한미일은 더욱 안보연대를 강화할 것이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수준을 늘릴 것이다. 중국은 외면상 미국의 강압 외교를 비판하겠지만, 그렇다고 러시아와 북한을 적극적으로 편들지도 못할 것이다.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국제제재는 중국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서커스의 결과는 김정은과 푸틴에게 후폭풍(blow back)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