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36-이론형, 현장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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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36-이론형, 현장형
  • 손호영
  • 승인 2023.09.0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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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최근 이수형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70년대 토목, 90년대 전자, 지금은 의대… 시대별 쏠림 현상의 원인은”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분석과 대응을 실은 인터뷰였습니다. 그는 응용 계량 경제학자입니다. 경제 데이터를 통계의 틀에서 문제와 대응을 고찰해내는 것이 그의 일입니다. 그는 사회 문제에 대해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해결 방법으로 찾아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른바, ‘증거에 기반한 정책 결정(EBPM, Evidence-based Policy Making) 모델’이 그의 주된 방법론입니다.

미국에서는 2022. 6. 수석 이코노미스트 자리(Chief Economist)를 신설했고, 여기에 경제학자인 조던 마쓰다이라(Jordan Matsudaira)를 선임했습니다. 그는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학생들의 성취를 측정하기 위해 데이터에 기반한 대학 점수표(a data-based College Scoreboard)를 개발하기도 하기도 할 정도로, 정량화에 능합니다.

이에 따라 이수형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론이나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서 철저하게 증거에 기반해서 교육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이미 얽힐 대로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를 인정하고, 작더라도 현실적으로 도입할 수 있고 추진할 수 있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의 인터뷰를 보다보니, 증거기반정책결정은 무엇인지,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오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고 싶어졌습니다. “증거기반정책결정은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 적실성 있는 증거를 활용하여 의사결정의 품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조직의사결정 수단의 하나이다.” 다만 이론적인 접근보다는 실증적으로 우리나라가 어떻게 이를 받아들이고 수행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책결정 중 데이터 활용 여부는 한마디로 ‘통계청의 활약’으로 정리됩니다. 통계법 제12조의2 제1항입니다. “제12조의2(통계기반정책평가) ①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소관 법령의 제정 또는 개정을 통하여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도입하거나 종전의 정책과 제도의 중요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도입·변경되는 정책과 제도의 집행·평가에 적합한 통계의 구비 여부 등에 대한 평가(이하 “통계기반정책평가”라 한다)를 통계청장에게 요청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통계청의 상당한 자료들이 정책결정의 토대가 됩니다. 법령별 통계지표트리나, 통계기반정책평가시스템 등이 이미 구비되어 정부 기간은 통계자료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부처 간 할거주의’ 문화가 서로의 데이터를 공유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들고는 있다고 합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다행히 우리나라도 증거기반정책결정을 하고는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이수형 교수의 지적은, 그럼에도 충분하지 않으니 더 애쓰고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일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통계와 같은 숫자에만 얽매이는 것도 경계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다른 최근 기사였던 박주봉 옴부즈만의 퇴임 기사를 살펴봅니다. 그는 재임기간 중 22,000여 건의 규제 및 애로사항을 확인하고 그 중 7,000건을 개선했다고 합니다. 매년 1,300여건 꼴입니다. 그의 대표적인 개선사항은 ‘생맥주 배달 합법화’입니다. 종래에는 생맥주를 페트병 등에 나눠 담으면 주류 가공, 조작에 해당하여 배달이 불가능했습니다.

박주봉 옴부즈만의 성과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그의 별명에서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중소기업규제 해결사’라고 불렸는데, 그의 또 다른 별명은 ‘현장형 옴부즈만’이었습니다. 매년 100여 곳이 넘는 장소를 찾아, 간담회든 현장 방문이든 해냈습니다. 이에 따라 그의 성과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그가 현장에 귀 기울이고, 실제 문제를 접해 개선 필요성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결국은 중용이 중요하겠습니다. 현장에서 문제를 확인하고, 증거에 기반해서 검토하며, 그 대응책을 적절히 찾아내는 것.

생각해보면 법률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행정 사건을 할 때 현장검증을 다닌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주로 갔던 사건은, 태양광 발전시설을 짓게 해달라거나 무창계사 등의 시설을 짓게 해달라는 사건이었는데, 주변을 둘러보거나 혹은 유사시설을 보면서 사건을 보다 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에 더해 태양광 발전시설 또는 무창계사 등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기록도 함께 보아야 했습니다. 이론과 현장을 모두 확인하여야 보다 나은 법률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sohnho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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