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복잡해지는 동맹 관계 : 한미일 정상회담과 북러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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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복잡해지는 동맹 관계 : 한미일 정상회담과 북러밀착
  • 신희섭
  • 승인 2023.09.0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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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3년 8월 18일, 한미일의 정상회의가 열렸다. 2023년 8월 30일,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통해 군사협력을 추진했다. 이처럼 한미일의 밀착과 북·중·러의 밀착이 진행 중이다. 평가가 갈리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국제관계 변화라는 관점에서 평가보고자 한다.

너무 추상적인 이야기 말고 구체적인 말로 풀어보자. 최근 국제관계에서 눈에 띄는 것은 국가 간 연대가 더 정치적으로 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국가들이 법에 엮이는 것보다 운신의 폭을 넓히는 정치적 방안을 선호한다.

냉전 시기에 국가들은 동맹(alliance)이라는 조약을 체결하는 안보장치를 활용했다. 그런데 탈냉전 이후 관계에서는 동맹보다는 제휴 관계(alignment)나 안보협의체 등이 사용된다. 동맹처럼 국민의 동의와 국회의 비준을 받을 필요가 없이 지도자와 정부 간에 정치적 약속만 하는 것이다. 국내정치의 제약도 피할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동맹이 지는 부담도 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소유 노래 가사처럼 “내거인듯 내거아닌 내거같은 너.” 즉 썸타기 같은 것이다.

탈냉전기 들어 연성균형(soft balancing)정책이 유명해졌다. 패권국가가 아닌 강대국은 패권국가를 견제하고는 싶다. 하지만 실제로 패권을 견제하는 경성균형(hard balancing)인 군사력 증강이나 군사동맹 체결은 부담스럽다. 그래서 불만이 있다는 신호만 보내는 약한 연대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때 군사훈련강화, 제휴 관계 강화, 안보협의체 강화 등의 용어를 쓰면서 여차하면 군사동맹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위협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2005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 평화사명(peace mission)작전을 보라!

중국과 러시아는 동맹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북한과 러시아도 동맹이 아니다. 소련 시절 동맹은 모두 폐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 판매를 미끼로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도 대미견제 회피와 천연가스확보를 이유로 러시아와 더 밀착하고 있다. 이 3인방은 동맹 대신 안보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법률적 의미의 동맹보다 정치적 의미의 동맹을 활용하지 말란 법도 없다. 미국도 다양한 형태의 안보전략을 구축해서 중국에 대응하고 있지 않은가! 미국은 Five Eyes라는 전통우방들의 정보교환 네트워크가 있다. 비동맹노선외교의 대표인 인도를 끌어들여 QUAD라는 안보협의체도 운영한다.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안보협력도 이런 전략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제 국가인 한국도 대일관계라는 껄끄러운 이슈를 의회로 가져가지 않고, 미국도 의회 비준의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지도자들의 합의만 있다면 실질적으로 무력분쟁에서 함께 싸울 수도 있다.

관건은 3자 간 안보협력으로 얻을 이익의 구체성이다. 3국의 안보협력은 관심 지역과 안보 대상 주제들까지 최대한 늘렸다. 하지만 구체적인 위협의 실체는 북한 핵이다. 중국도 견제대상이다. 그런데 미국으로선 한국과 일본이 자국의 안보부담을 줄여준다. 게다가 해양국가 간 연대를 통해 대륙 국가 중국과 북한 그리고 러시아의 확장을 저지할 수 있다.

일본도 확실한 이익이 있다. 보통국가가 되고자 하는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지지와 한국의 승인을 받은 셈이다. 북한과 중국에 대한 위협에 기초해 군사력을 증강하면서 지역 내 영향력도 늘릴 수 있다. 한국과의 과거사 갈등도 잠시 잊을 수 있다.

한국의 경우는 계산이 좀 다르다. 한국은 북한 위협과 장기적인 중국 위협에 대한 대응수단을 추가했다. 확실히 해양국가 간 네트워크에도 편입되었다. 안보에서 일본과 협력할 수 있는 기반도 늘어났다. 하지만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미국과 일본은 대외의존도가 낮아 중국의 경제보복 피해가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심각하지 않다. 해양국가에 가까운 한국은 군사력이 지상군 위주다. 이것은 만약 3국이 공동대응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한국은 지상군을 지원해야 하고, 인적 자원의 피해를 크게 만들 것이다. 한국이 연루될 수 있는 분쟁 수가 늘어난다. 일본과 중국의 분쟁 발생 등에서 한국이 모른 척하기가 더 어렵게 되었다.

문제는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계속해서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양극화가 치열한 국내정치만큼이나 국제관계도 냉전이 재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자율적 결정의 여지를 가지면서도 북한-중국-러시아의 연대강화에 대한 대비책을 가지려 한다. 아직 강대국이 아닌 한국에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은 여전히 괴롭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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