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배경 : 역사와 구조적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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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배경 : 역사와 구조적 맥락
  • 신희섭
  • 승인 2023.08.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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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3년 8월 18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렸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협정을 만든 장소에서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함으로써 미국은 이 회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3국 정상회담은 역사적일 가능성이 크다. 국내정치에서 어떻게 평가하든 외교적 차원에서는 그렇다. 국내정치의 기준을 넘어 국제관계 구조에서 왜 역사적일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정치의 대립은 명확하다. 3국 정상회담에 대해 비판적 입장에서는 중국에 대한 견제에 한국이 자진해서 줄을 서면서 한국이 돌격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사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은 일본에 얻는 것 없이 미중 갈등뿐 아니라 중일 갈등에 엮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불필요한 ‘연루’의 우려다.

3국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 입장에서는 3국 간 안보협력의 수준을 높였고, 국내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정례화를 약속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어느 한 국가에 위협이 되는 것은 모두에게 위협이 된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동맹에 준하는 안보장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중국과 북한 위협에서 한국은 안보 불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안보 강화다.

대다수 일이 그렇듯이 두 주장은 모두 일면적으로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핵심은 지금 시점에서 이 정책이 필요하고 유용한지에 있다. 3국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가 가능하다. 첫 번째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서 손익을 따져보는 단기 대차대조표를 확인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래에 지금의 선택이 과연 타당했는지를 따져보는 장기 대차대조표를 확인하는 것이다.

국내정치에서 논쟁의 핵심은 두 번째를 미리 알고 싶어서 하게 되는 예측이다. 그리고 예측이 어떤 국가의 편에서 추세를 읽어내는가에 달렸다.

그렇게 보면 3국 정상회담의 단기적 손익계산을 따지기 전에 현 국제관계의 추세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적 추세를 읽어내는 것이 먼저다.

현재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중국 견제가 과거의 다른 경쟁자 혹은 도전자를 대하는 것과 다르다. 굉장히 다면적이고 정교하다. 미국은 중국의 도전에 대해 군사적인 차원의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6세대 폭격기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과 ‘다영역 작전’이나 ‘공해전 개념’과 같은 전략이 대표적이다. 과거와 다른 것은 미국이 동맹국들이 그동안 누린 무임승차를 못 참는다는 점이다.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독일과 일본의 국방비 증액으로 알 수 있다.

한편으로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을 ‘민주주의 vs. 비민주주의’의 대결로 정의한다. 미국의 대결 정책의 정당성은 민주주의 국가 미국이 비민주주의 국가의 도전과 위협을 상대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이는 미국 국민에게 대중국 견제에 따른 고통을 인내하게 한다. 또한, 미국의 동맹국이 중국의 떡밥에 관심을 가지지 말고 옳은 길을 선택하라는 지침이다.

미국은 제도를 통해 중국을 압박한다. QUAD나 AUKUS의 안보 제도, IPEF와 같은 경제제도, 민주주의 정상회담과 같은 정치제도. 모든 것을 다 걸고 있다. 물론 기존에 미국이 구축한 제도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도는 미국식 가치와 규칙을 강조함으로써 중국 정부의 명분과 정당성을 공략하는 것이다. 국제정치학의 이론을 빌리자면 미국은 현실주의와 자유주의를 버무려서 중국의 아픈 곳을 공략하는 것이다.

중국은 방어와 공세의 대응 전략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우선 중국은 미국과 미국의 동맹을 분리하고 거리를 벌리는 ‘쐐기 전략’이나 ‘회색지대 전략’을 사용한다. 적과 동지 구분을 모호하게 해서 미국과 우방 국가 간 유대를 약화하는 것이다. 반면에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들을 연결해 하나의 세력으로 만들고 있다. AIIB 정상회의, BRICS 정상회의, 상해 협력기구, 사우디아라비아와 위안화 결제합의, 비민주주의 국가인 파키스탄과 미얀마 지원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 맞서는 수세적인 전략만이 아니라 공세적 전략도 펴고 있다. 2021년 호주에 대한 경제제재처럼 미국 편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국가들을 강력히 제재한다. 한편 남중국해에서 더욱 위협적으로 영토분쟁을 야기한다. 게다가 중국도 다자주의 제도를 미국 패권규탄용으로 사용하면서 전략적 세련미도 보여준다.

역사적-구조적 차원에서 미국과 중국은 치열하게 권력 투쟁을 한다. 또한, 패권의 정당성 경쟁도 하고 있다. 패권을 유지하려는 현상 유지 입장의 미국과 중국몽 완성을 위해 패권 자리를 차지하려는 현상타파 입장의 중국이 권력, 이념, 제도 모든 영역에서 다투고 있다. 미·중 협력에서 미·중 대결이라는 구조적 변동 속에서 시간이 한국 편만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이 대결을 끝내고 공존하는 길을 찾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약자인 한국은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 한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이런 구조적 변동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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